<이종호의 음악세상> 1999년 2월호 NI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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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커에서 록커로, 브라이언 아담스에서 브라이언 아담스로
그 언젠가 만화가 정훈이 씨는 댄스가수(혹은 팀)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그려놓았습니다. 기억나는 부분만 적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댄스가수(혹은 팀)'란 이름 모를 영어를 팀의 이름으로 삼고(이땐 반드시 영문장의 머리만 따 이니셜로 삼는다), 인터뷰 때는 언제나 라이브를 추구하는 팀이라 말하며, 혹시나 라이브를 해야 할 절대절명의 시기가 되어 목소리가 딸리면 마이크를 관객들로 향하며 '에브리바디'를 외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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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웃기는 일이지만 슬픈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 댄스음악을 하는 팀이 너무 많은 탓도 있겠지만, 모름지기 가수란 춤보다는 노래가 먼저 아닐까요. 그래서 그런지 국내의 대중음악씬은 라이브형 가수와 오디오형(혹은 TV) 가수로 크게 나뉘어져 있습니다. 특별한 예를 제외하면, 대게 라이브형 가수는 발라드를, 오디오형 가수는 댄스뮤직을 합니다. 뭐, 아닐 수도 있겠지만요. 그럼 여러분이 너무나 잘 아시는 브라이언 아담스란 캐나다 출신 뮤지션은 발라드 가수일까요, 아니면 댄스뮤직을 하는 사람일까요. 문제가 너무 쉽다구요?
그럼 이제 정답을 말씀드리죠. 브라이언 아담스는 발라드 가수도 아니고 댄스 뮤직을 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닙니다. 위의 보기에는 정답이 없었지요. 그는 록커랍니다. 사실 그가 남긴 빅 히트곡들의 대부분이 발라드였던 것은 사실이지요. 아마도 그런 이유로, 1959년 11월 5월에 태어나 우리 나이로 이제 40줄에 접어든 관록의 록커가 발라드 가수로 불리워졌던 것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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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싱글챠트 1위의 영예와 함께 국내에서 크게 인기를 얻었던 ''Heaven'(1985), '(Everything I Do) I Do It For You'(1991), 'All For Love'(1994), 'Have you ever really loved a Woman?'(1995)는 모두 발라드였고 공교롭게도 <로빈훗>이나 <삼총사> 혹은 <돈쥬앙>같은 다소 멜랑콜리한 부분이 필수였던 영화음악에 사용되어온 터라 브라이언 아담스는 국내에서는 당연히 발라드 가수이며 그의 노래는 사랑에 빠진 연인들에겐 달콤하기 그지없었지요.
허스키 보이스를 트레이드 마크로 하는 브라이언 아담스는 1976년 스위니토드란 밴드의 리드보컬을 시작으로 음악활동의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이후 1980년, 솔로 데뷔 앨범을 발표하며 통산 18년의 솔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내놓은 『On a day like today』는 그 동안 그가 발표한 정규 스튜디오 앨범으론 11번째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이제 지칠 때도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11번째 앨범에서 더욱 힘찬 록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는 겁니다. 한 3, 4년 가수 활동을 하면 중견가수로 불리우고 발라드 앨범을 발표하며 '한층 더 성숙해진'이란 타이틀을 달거나 작가들의 나이가 들수록 이상하리만큼 '선'이나 '도'에 심취하는 국내의 문화와는 달리 이들의 문화는 무엇인가 다른 것이 있긴 있나 봅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들면 왜들 그리 기운이 없어지는지요. 몰래 수입한 비아그라는 다들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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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a day like today』의 사운드가 그간의 앨범들과 달라진 것은 소위 거물이라 불리우는 프로듀서들의 참여 때문일 겁니다. 브라이언 아담스와 함께 타이틀 트랙인 'On a day like today'f를 만들고 프로듀싱한 필 소널리는 최근 나탈리 임브글리아의 히트곡인 'Torn'을 프로듀싱하기도 한 전설적인 영국 밴드 '큐어'의 베이시스트 출신이구요, 메탈리카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밥 록 역시 브라이언 아담스의 이번 앨범에서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다소 의외이긴 하나 스파이스 걸스의 멤버인 멜라니 치숄름까지 'When you're gone'에서 브라이언 아담스와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On a day like today』는 브라이언 아담스의 허스키 보이스를 잘 살린 신나는 록넘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최근 붐을 타고 있는 하드코어같은 초강력 사운드는 결코 아니지만 브라이언 아담스 특유의 흥겨운 곡들로 꽉 채워져 있습니다. 마치 그 옛날 'Heat of the night'나 'Summer of 69'에서 느낄 수 있던 젊은 날, 록에 대한 열정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이건 여담인데, 브라이언 아담스는 그의 앨범에 대한 하나의 원칙이 있다는군요. 그것은 철저하게 오리지널 곡을 고집한다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커버버전이나 리메이크, 리바이벌은 절대 사절이라는 것이죠. 『On a day like today』역시 100% 신곡들입니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대단한 용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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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요계를 살펴보십시오. 하루가 다르게 리메이크 천국 아닙니까? 아, 이건 외국도 마찬가지죠. 물론 리메이크를 하는 것도 장난은 아닙니다. 완성도에 따라 원곡을 능가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문제는 리바이벌 혹은 리메이크의 발단이 상업적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새로운 노래로 구매자들을 유혹하는 것보다 이왕이면 아는 노래로 어필하는 것이 위험부담이 적은 것이죠. 적어도 그런 식으로 노래가 발표되면 기본은 하지 않습니까? 이럴때면 각종 연예프로그램도 쿵따리싸바라 장단을 맞추어 줍니다. 특종! 무슨 밴드, 누구의 노래 리메이크! 인터뷰때도 마찬가지죠. 누구의 노래를 리메이크 하셨다는데, 혹은 누구의 노래를 인트로로 쓰셨다는데, 하고 말이죠. 그래서 그런지 요즘 가요 앨범 한 장엔 꼭 리메이크 하나쯤은 들어있습니다. 새로운 것만이 세상을 바꿉니다. 누가 뭐라하건, 브라이언 아담스는 이제
국내에서 인정받는 외국 뮤지션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의 노래에
매료된 고정팬들도 많이 있고 그의 신보를 논꼽아 기다리는 사람도 있지요.
하지만, 아마도 그가 바라는 것은 그 자신을 록커로서 인정해 주는 것일
겁니다. 『On a day like today』을 들어보면, 누구나 그가 타고난 록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테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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