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아담스 한번쯤 화끈하게 살아왔다는 흔적이 남는 스타가 되느냐, 후세에 두고 두고 칭송받을 뮤지션이 되느냐. 대중음악을 하겠다고 뛰어든 이들이라며 한 번쯤 자문해 보는 영원한 명제일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 두 가지에 마음 설레이지 않을 이 그 누가 있으랴? 겨울 보며 자신이 스타감이라고 아무리 만족해봐도 결국 스타를 만들어 주는 것은 음악을 수용하는 대중들이니 이는 뮤지션의 노력만으로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보면 브라이언 애덤스는 스타보다는 뮤지션 쪽의 범주에 넣는 것이 맞다. 가창력과 기타 실력, 대중의입맛에 촥촥 달라붙는 맛깔나는 작곡 능력, 서글서글하고 무난한 인상의 미남(피부 상태가 거칠기는 하지만)으로 얼마든지 화려한 스타감으로 부족한 면이 없는데도 그에게는 스타로서의 현람함보다는 그저 착실하게 음악적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올린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록 스타라면 의례껏 몰고 다니게 마련인 그루피(Groupie:스타를 쫒아다니는 극성팬들. 주로 육탄공격을 서슴치 않는다.) 틈새에 끼어서 너저분한 스캔들을 만든다는 소식도 없고, 악동 이미지와도 거리가 먼데다 음악적으로도 부침이 거의 없어 결코 팬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법이 없다. 그런데도 선입관 없이 그의 음악을 듣고 되면 어쨌든 오갈데 없는 록커임을 부인할 수 없다. 타고난 허스키 보이스의 록의 탄탄한 바탕이 받쳐주는 음악 성향은 에너지로 충만해 있다. 다만 한국 팬들을 비롯한 전세계인에게는 록 발라드곡들로 더욱 사랑받았을 뿐이다. 애덤스는 지금가지 9장의 앨범을 발매해고 앨범 판매고는 5천만장이 넘는다. 또한 고국인 캐나다에서는 이미 대표적인 80 가수로 꼽힌 바 있고 음악적 기반을 두고 있는 미국에서도 차트상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세워왔다. 이런 경력을 보자면 '보증수표'급이 확실한데 그의 앨범은 요란한 팡파르 속에 발매되지는 않는다. 요란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소리소문없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왔던 '전력'때문에 더욱 그렇게 '푸대접'에 가까운 취급을 당하는지도 모르지만. 뿌리는 록에 두고 있으되 어덜트 컨템프러리쪽에서도 함께 사랑받는 대표적 남성 가수 3인조라면 애덤스를 비롯 그의 선배인 스팅과 로드 스튜어트를 들 수 있다. 그런 만큼 이 세 사람은 영화 (삼총사) 의 주제가 'All For Love'를 부르면서 입을 합께 맞추기도 했다. 하지만 애덤스의 인지도는 스팅이나 스튜어트에 비해서 현저하게 낮은데 그만큼 본인의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많은 히트곡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그는 줄곧 '튀지'않는 역할을 맡아왔다. 우선 영화 음악 단골가수 역. (로빈 훗)(삼총사)(돈 후앙 디마르코)(더 미러 해즈 투 페이시스)등으로 지난 몇 년 동안 영화음악 주제가를 쿨러 가장 히트를 많이 낸 가수로 뽑힌다. 그것도 전부 록발라드로만. 애덤스의 입맛이 그리 까다롭지 않은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유명 가수들과 노래하는 것도 그런 성격의 반영인 것 같다. 티나 터너, 바브라 스트라이잰드, 스팅, 로드 스튜어트 등 훨씬 강한 인상을 주는 이들의 그늘에 가릴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선 듯 그런 프로젝트들에 참가해 왔다. 그 때문에 음악팬들은 그의 음악을 그리 많이 들으면서도 -실제로 미국에서 그의 다양한 레퍼토리는 하루종일 각기 다른 라디오 방송국을 누빈다. - 그의 존재감에 대해서는 잊고 지내기 쉽다. 노래는 무난, 사람은 슴슴. 이 점이 애덤스가 오랜 기간 동안 큰 동요 없이 버텨올 수 있었던 요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한계이기도 하겠지만, 가수보다는 음악이 훨씬 더 부각되는 그 자연스러움에 대해 그는 과연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이렇게 '착한 청년'이미지로 남아 있던 애덤스가 그동안 발표한 음반과는 다른 형태의 음반을 선보였다. 바로 MTV의 성공 프로그램 중 하나인 (Unplugged).애덤스가 출연한 이 공연은 11월 말에 MTV를 통해 전미지역에 방송됐다. 록 뮤지션들이 유달리 이 프로그램을 선호하는데는 아무래도 과장과 중폭이 심한 평소의 음악보다는 어쿠스틱의 순수한 면을 자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덤스의 경우 정통 록에 뿌리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작들의 면면이 부드러웠던 탓인지 이 앨범' 공연을 통해 다른 형태의 시도를 하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줄리어드 음대생 16명으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 이들을 지휘하는 사람은 "로빈 훗" 영화음악으로 그와 호흡을 맞춰왔던 유명 영화음악가 마이클 케이먼이다. 여기에 곁들여 백파이프와 비스산 아일랜드 악기 울리오안이 연주자 데이비 스필레인의 손 끈에서 애절하고 처량한 소리를 선보이며 가세했다. 애덤스의 백밴드도 함께 참여한 이 앨범에는 하먼드 오갠, 하모니카, 플롯 등이 때로는 다소곳하게 때로는 함께 들석거리며 아우러져 있다. Unplugged음반의 일관된 개념은 순수한 소리의 향연, 불필요한 장식의 배제 등인데 애덤스라는 뮤지견 자신이 이런 개념과 함치하는 면이 있어 Unplugged를 거쳐갔던 여타 뮤지션들처럼 '환골탈태'한 모습을 선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평소보다 다르다는 점만은 확연하다. 원작보다는 강렬함이 줄었지만 애덤스의 목소리만은 여전한 'Summer Of '69'으로 시원한 포문을 연 다음 그의 대표적인 록 발라드 'Cuts Like A Knife'를 비롯해 'Fits Ya Good' 'When You Love Someone'등이 이어지고 컨트리풍의 'I Think About You', John Lee Hooker의 블루스곡을 연상시키는 'If You Wanna Be Bad- Ya Gotta Be Bad'등은 '아니, 애덤스가 이런 곡도?'할 정도로 귀가 번쩍해진다. 그리고 그를 세계적 스타의 반열에 올려 놓은 곡 'heaven'은 언제 들어도 어떤 형태로 편곡해도 듣기 아름다운 것은 여전하다. 개인적으로 아쉽다면 영화(돈 후안 드마르코)의 주제가이자 파코 데 루시아의 스패니쉬 기타 선율이 애덤스의 기타와 멋진 조화를 이루었던 'Have You Ever Really Loved A Woman'이 빠졌다는 점인데, 그 서운함도 이 앨범의 다른 수록곡을 듣는 동안 잊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