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앞에 나는 . . . .

이 해인

당신 앞에 나는 꼼짝도 할 수 없는 항아리예요

비켜 설 땅도 없는 이 자리에서

당신만 생각하는 길고 긴 밤 낮

나는 처음부터 뚜껑 없는 몸이었어요

햇빛을 담고, 바람을 담고, 구름을 담고

아직도 남이 있는 빈자리

당신만이 채우실 자리

당신 앞에 나는 늘 얼굴 없는 항아리

기다림에 가슴이 크는 항아리예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