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여배우와 무명 야구 심판의 꿈같은 사랑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19일 개봉)은 팬시상품처럼 꿈을 파는 영화다. 톱스타와 무명 야구 심판의 처지를 뛰어 넘는 사랑, 남녀가 바뀐 신데렐라식 환상을 달콤한 상품으로 내세운다.

남녀가 뒤바뀐 신데렐라式 환상
의경 범수(임창정)는 교통정리를 하다 여대생 현주(고소영)를 알게 된다. 둘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마음을 나누지만, 현주는 범수의 사랑 고백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유학을 떠난다. 몇 년 뒤 야구심판이 된 범수는 프로야구 개막 전 시구에 나선 인기배우 현주를 멀리서 보며 애만 태운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은 나무랄 데 없는 대중성으로 치장했다. 우연을 남발하지만, 아예 제목으로 변명하고서 시작했으니, 탓할 일은 아니겠다. 전체적으로 흠결이나 감정 과잉, 말 안되는 구멍 없이 깔끔하다. 영화 소재가 지니는 한계 안에서 시나리오는 상당한 완결성을 과시한다. 특히 라면, 연극 포스터, 맞춤법처럼 숨 길고 탄탄하게 깔아놓은 복선들이 영화 보는 재미를 더한다.


「해가...」는 연예계와 프로야구, 잘 닿지 않을 것 같은 두 세계를 대비해 사랑의 간절함을 강조한다. 연예계 묘사는 구태의연한 반면, 야구 쪽은 참신하고 디테일이 강하다. 시나리오를 쓴 김현석이 야구광인 덕분이다. 해태 타이거즈 스타 김성한이 능청맞은 연기로 분위기를 돋우고, 경기장신들도 어색하지 않다.

    


대중 구미에 맞는 깔끔한 진행
임창정은 오버액션을 상당히 줄여 순애를 연기하면서 역시 재능있는 배우임을 실감시킨다. 하지만 관객들이 그에 대해 지닌 기존 이미지가 너무 강해, 최적 캐스팅이었는지 의문스럽다. 고소영도 마찬가지다.


「해가...」는 감독의 영화라기보다 기획의 영화다. 오늘 관객 다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현장에서 파악해 내용과 스타일에 정교하게 짜 맞추고, 코미디를 최소화해 로맨틱 멜로 방향을 잡은 기획팀 안목이 돋보인다.

    


명필름은 「코르셋」「접속」「조용한 가족」을 내어 새 흐름을 창출해왔다. 하지만 이 4번째 작품은 대중이 원하는 영화일지언정 대중을 선도하는 영화는 아니다. 독립영화집단 「장산곶매」리더였던 이은의 연출 데뷔작이자 명필름 작품치고는 말랑말랑하다 못해 간질간질하다.

-98. 12. 09.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