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의 스탠포드대학 연설

1998년 6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포드대학내의 기념강당
(Memorial Auditorium)에서 현지 시각 오전 9:30-10:30 동안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이 있었다.

입장시 긴 기립박수가 있었다.

이름을 모르겠는 한 미국인이 죽을 고비를 여러차례 넘기며
민주화 운동을 이끈 김대중대통령의 약력을 소개하였고,
링컨대통령이 남긴 "Malice at none, Charity with all."
(증오는 없고 선행은 만인에게) 라는 인용구를 들어서
김대통령의 집권이후의 보복 없는 정치철학을 평가하였다.

곧이어 등단한 김대통령은 약 30분에 걸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연설을 영어로 행하였다.

"1983년에 망명자로서 스탠포드를 들렸던 적이 있는데 지금
다시 대통령으로 이 자리에 다시 오게 되었다.
...
한국은 과거에는 독재정권이 었기 때문에 벤쳐기업이 자생할
여건이 되어 있지 않았다. 과거 독재 정권하에서는 재벌과
정부의 정경유착 (collusion) 이 심했다.
...
한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체제가
공히 필요하다.
...
정보의 자유교환 (availability) 은 민주주의를 촉진시킨다.
지식과 정보는 누구에게나 열려져 있어야 한다.
...
현 정부는 50년간 지속한 정경유착을 끊었다. 앞으로 한국을
정경유착과 부패에서 해방시킬 것이다.
...
다음이 구체적인 계획이다.

A. 재벌개혁을 위해 5가지 과제가 있다.
1. 종합 재무구조표의 작성. 2. 상호 지급보증 금지.
3. ? 4. 한가지 사업에만 전념 (주. 빅딜의 암시인듯?),
중소기업 지원. 5. 일반 투자자 보호
...
B. 사회보장제도 (social safety net) 의 구축.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립. 정리해고를 가능케 하는 것이 필수적.
...
C. 금융개혁. 현재까지 80억불이 정리 (liquidate) 되었음.
개혁을 지속시킬 것임.
...
D. 정부의 축소. 각 정부기관과 청와대 비서실까지 축소하고
효율성을 제고함.
...
E. 부패척결. 뇌물을 없애고 상부로부터 오는 압력을 배제할 것임.
...
이를 위해선 외국인의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투자 유치를 위해 다음을 행하고 있다.
1. 외국인의 한국기업 주식 소유 허가
2. 합병 (M&A. Merge and Acquisition) 허가
3.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 허가
4. 외국 기업에 대한 세금 혜택.
...
즉, 다시 말해서 외국인을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하겠다.
...
한국은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상태에서 OECD에 회원이 된
세계 11위의 경제국을 건설한 저력있는 나라이다.
또, 한국은 미국의 제 8위 교역국이다.
지금은 여러분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
Thank you very much."


이에 이어 전 미국 국무장관 (Secretary of State) 이었던
죠지 슐츠 (George Shultz)가 나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질의 응답시간임을 알렸다.

미국청년 하나가
"김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인권을 강조하더니
대통령이 되고서는 인권을 지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
최근 노조파업으로 450명이나 투옥시킨 이유는 무엇이냐?"
하는 등의 인권관련 문제를 질문했다.

김대통령은 여성통역을 통해 듣고 한국말로 답하였으며
이 말은 곧 매우 유창한 영어로 통역되었다.

"숫자를 잘 못 알고 계시는군요. 450명이 아니라 20명쯤 됩니다."
(장내 폭소)
...
이어서 김대통령이 집권한 이후로 인권은 많이 향상 되었으며
체포된 사람들은 정당한 시위를 하도록 허가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나온 일부만이 체포되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벽돌과 철봉등을 들고 공권력과 맞서서 싸우며
거리를 마비시키고 거리에 돌더미를 쌓는 등의 행동을 하기
때문에 용납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중들은 박수를 보냈다.

둘째 질문자는 젊은 백인 여학생이었다. 이 여학생은 한글로
"대통령님!"하고 부르고 영어로 질문했으며 자기는 한국에 간
적이 있는데 민간인이 경찰에게 곤봉으로 머리를 맞는 것을
보았다고 하며 그런 자들의 편에 서 있었던 김대통령이 왜
인권을 옹호하지 않고 양심수들을 석방하지 않고 있는가
질문했다. 특히, 박노해와 서준식의 이름을 대고 다른
노동운동가들이 억압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이 된 이후 국제 앰네스티
협회에 이름이 오른 죄수들 중의 반 정도를 이미 출옥시켰으며
나머지도 광복 50 주년이 되는 올 8.15 경에 심사를 거쳐 사면할
기회가 온다고 하였다.

비전향 사상범의 경우에는 머리 속에 든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출옥하여 사회질서를 교란하고 폭력시위 같은데 가담하지만
않겠다고 약속만 하면 출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이
출옥하여 또 다시 사회를 혼란에 빠지게 한다면 출옥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이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답변이 진행되는 동안 청중들은 그의 노선을 지지하는 박수를
여러 차례 보내었다.

이어서 죠지 슐츠가 김대통령이 외국인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계속 신장시킬 것이라고
약속하느냐고 연설의 정리겸 해서 욧점을 다시 확인 하였고
이에 김대통령은 약속한다고 대답하였다. 슐츠씨는 "이제
김대통령께서 약속을 하셨으니 스탠포드도 약속한 바를 지킬
것이라"고 하며 "약속한대로 10시 반에 대통령을 다음 장소로
가실 수 있도록 놓아드리겠다"고 말함으로 연설회를 마무리
지었다.

대통령의 퇴장시에도 모든 청중이 기립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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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야기

이 두 질문자 외에도 20여명의 질문자가 대기하고 있었으나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강당 앞에는 10여명의 백인 흑인 학생들이 한국에서의 인권보장을
외치며 시위를 하였다. (재빨리 마이크를 잡은 학생들이 이들인듯.)

강연에는 교민과 미국인들 등 1500명 이상이 모였다.

강연중 화살을 맞은 대기업의 직원들에게 영사관에서 강연회에
참석해 달라는 동원령이 있었다고 한다.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강연은 마이크 좌우에 설치된 투명한 프로젝터에 비치는 강연문을
보고 읽는 방식으로 한 것으로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대통령의 영어 문제는 필자가 그정도
이해할 수 있었으면 다른 일반인들도 알아 듣는데 문제가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가끔 발음상의 문제가 없진 않았다.
그러나 통역을 통했더라면 두 배의 시간이 걸렸을 것이므로
적합한 방식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노력에 경의를
표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동시통역을 헤드폰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시설이 된 국제 회의 같은 것이 아닌 경우에는
이런 연설 방법이 효율성이 높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여성통역관의 매끄러운 통역이 아주 돋보였다. 차감독보다도
국위선양에 훨씬 좋은 결과를 낸 이번 주의 숨은 인재로 추천한다.

이 번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것
같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