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땅, 사람

이즈음 한국에서 이민에 관한 논의가 많은 가정에서 있는
것으로 압니다. 개인적으로도 동창 한 명이 이민을 고려
중이고 지사에 나와 있던 사람들이 여럿 이민 혹은 해외
취업을 추진중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장은 해외 이주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이런 활동들이 혼란의 극치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한국의 번영에 매우 유익한
일이 될 수도 있는 길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민에 관해 여러분들이 다 일리가 있는 투고들을 해
주셨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말씀들이 다 맞는
말이긴 해도 각각으로 일부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주자의 배경, 각오, 운 등등 무수한 요인에 의해
이주자의 성공이나 실패의 정도가 결정 될 것입니다.
이것을 일반화하여 말씀 드리거나 선택할 수 있는 길의
80% 정도 만도 지적하여 예를 들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대신 한국내에 사는 것과 외국에 사는 것이
한인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고 또 그런 선택이 왜
필요한 지에 대해 말해 보고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한국이란 지역적인 개체와 한인이란
인간적인 단체를 놓고 볼 때 땅보다는 인간에 훨씬 큰
비중을 두는 생각이 있습니다. 문화재등 형질이 있는
과거도 중요하지만 전통, 혹은 추상적인 문화의 전달에
더 큰 중요성을 봅니다. 이 말은 다시 이야기 하자면
만약에 신사임당이 연주했던 가야금과 가야금이란 어떤
것인지, 가야금으로 어떤 음악을 연주했었는지 적은
자료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정보와 자료를 택하겠다는
말씀입니다. 물질보다는 정신이 중요하다는 말이 될 수도
있겠죠.

미국에는 수 많은 국가와 인종이 뒤얽혀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백인, 흑인, 황인만 다른 줄 알았는데, 백인들
중에도 수많은 그룹이 있고 서로 싸우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건너온 백인들은 각각 자기 출신국의 이익을 많이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80년대에 일본이 맨하탄의 유명
부동산을 많이 사고 미국내에서 제2 채권국으로 도약했을
때 사실은 영국이 제1 채권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수한
시비에 말려든 것입니다. 영국은 미국에 엄청난 부를 축적해
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미 영국인들의 비호하에 아무런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유태인들도 마찬가지로 허명보다 실세, 실권에 무척 밝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재외 유태인들과의 연대는 많은
유태계 사회단체, 경제단체, 학술단체등으로 엮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United Jewish Federation 같은 경우는 엄청난
돈을 경비로 모금하며 이스라엘과 전세계에서 유태인들의
권익을 위해 쓰고 있습니다. 속지적이 아니고 속인적인
사고방식이지요.

그리스의 경우에도 그리스 영토내에 1500만명 정도 미국내에는
한 500만명 정도가 살고 있다고 합니다. 뉴욕시에서는
diner라고 불리는 식당은 그리스인이 다 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렇게 재미 그리스인이 많다보니 그리스계인
듀카키스라는 대통령후보까지 밀어 줄 힘이 생겼습니다.
물론 듀카키스는 미국 주류사회에 완전히 입지를 한
미국인이지만 그리스인들은 좋아서 난리가 났었던겁니다.

이제 재외 한인들도 숫적으로 500만 이상이 되었습니다.
좁디 좁은 한반도를 나와 전세계적으로 입지를 넓히고
대신 한인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문화적, 정신적, 전통적인
측면에서 연계를 펼칠 단계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 있어야 애국이 되고 나가면 안되고 하는 좁은
사고방식은 탈피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넓은
곳에서 우리 스스로를 볼 때 우리의 위치를 제대로 알고
조국에 있는 형제들을 도와 줄 힘도 생길 수 있습니다.
중국인들과 대만의 발전을 예로 보십시오. 또 한 편으로
애국이냐 매국이냐 하는 사색당파적인 논쟁에 휘말리는
우리의 현실을 보십시오. 어디서 더 힘이 나옵니까?

러시아에 있는 유태인들이 소련의 붕괴이후 고생을 할 때
미국의 유태인 단체에서는 정부와 교섭하여 러시아에 있는
유태인들을 이스라엘이나 미국으로 이주시키고 정착지원금,
직업교육등을 시켜 주었습니다. 같은 시기 한국에서는
중앙아시아에서 여러대의 낡은 승용차에 분승하여 조국을
보고 가려 왔던 한인 2-3세들을 북한은 압록강가에서
막았으며, 남한도 입국을 거부하였습니다. 온 곳으로
돌아가라고 박해하는 중앙아시아 각국의 민족주의자들
때문에 직장을 잃고 도둑과 강도에 시달린 한인들은 일부
수십년전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쫓겨 왔던 것처럼
가진 것 모두 버리고 시베리아로 다시 돌아 갑니다.

아직 우리 한인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이주에 대한
감정은 매우 부정적입니다. 옛날 고착화된 농경사회에서
타지사람을 백안시하고 텃세를 부렸던 그 고질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사회가 현대화하고 인구의 유동이 많이
생기며 농업과 같은 일차생산이 이차, 삼차 생산사회로
변하는데도 아직 텃세는 오는 사람에게나 가는 사람에게나
남아 있다고 보여집니다. 인간을 땅보다 중시하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토불이 같은 말도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장점이 없지 않은 말이긴 하나 우리의 도약할
수 있는 정신을 그 까짓 땅에 매어 두려는 부작용이 더 심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민이 확실히 주는 것은 더 큰 도전 하나 뿐입니다.
이 도전에 넘어지느냐 넘어서느냐 하는 갈림길이 있을
뿐인데 넘어지는 자도 많고 넘어 서는 자도 많이 있습니다.
넘어서면 더 큰 보상이 기다리되 넘어지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황폐해지는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이 도전이
큰 까닭에 미국 한인 사회에 종교에 대한 의지가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주제이므로 더 언급 않겠습니다.)

이주를 하시려면 신중히 하시고 안 하시려면 재외 한인들에
대해 위의 것을 기억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주를 오시면 한국 땅에 묻혀야지 하는 생각 버리시고
한인들에게 봉사 많이 하고 돕고 살게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