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영광의 진짜 이유 - 평등

ref :
1. 실리콘 벨리의 영광과 벤처 캐피탈 - 박산수
2. 음냐 음냐 왜 이빨 빠진 것처럼...이거 참 - 박산수

박산수님의 실리콘 밸리에 대한 글 잘 읽었습니다.
많은 좋은 점들을 지적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14 년간 미국의 전자업계에서 일을 했고 현재 실리콘
밸리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몇가지 제가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실리콘밸리와 스탠포드, 버클리대등을 말씀하신 대목에서는
최고 학부와 산업현장이 근접해 있음으로써 일어나는 시너지즘을
지적하시려고 한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실리콘 밸리에서 2년간 일을 하며 그 두 대학 출신들은 한 명도
만나 보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타주, 외국에서 온 엔지니어
프로그래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는 실리콘 밸리의
엔지니어/프로그래머들의 숫자와 버클리, 스탠포드에서 연간
배출하는 그 분야의 졸업생수를 비교하시면 짐작하실 수 있는
일일것 같습니다. 수십만명에 달할 이 지역 엔지니어의
숫자를 그 두 대학이 다 조달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또한 그 두 대학이 유독 이 지역을 이끌어 가는 인재들을 다
배출하여 항상 리더쉽 수준에 서 있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는
느낌입니다. 동부의 명문 MIT같은 곳에서 이 곳으로 와서 훌륭히
활약하는 엔지니어들을 항상 만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학간의 시너지즘도 중요하지만 그것 보다도 미국내에서만
볼때에도 왜 실리콘밸리가 뉴욕이나 보스턴에 자리잡지 않고
산타 클라라 카운티에 자리잡게 되었는가 하는 것은 이렇습니다.
미국 동부는 IBM, AT&T, Bell Labs, Dec, Motorola 등등
거대기업이 보수적으로 업계를 통괄해 나가는 문화가 있었고
서부에서는 Fairchild 가 반도체 업계를 주도해 나가다가
지지부진해지면서 헤게모니가 깨진 틈을 타 군소 기업들이
성장할 기회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거대한 자본을 무기로 하는
기업들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기술에 최대한 베팅을 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을 이 곳이 먼저 깨달았습니다.

저는 실리콘밸리의 성장 이면에는 기술, 자본, 노력등 자꾸
되풀이되는 기본요소들외에 문화적인 면이 아주 중요하게 작용을
했을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거대하고 다소 경직된
미동부에 반해 기후가 좋아 열린 생각을 갖게 되는 캘리포니아의
문화적 전통 내지 경향 같은 것 말입니다.

이 곳의 인적구성을 보면 우선 놀라는 것이 산호세의 동양계 인구는
25%를 상회합니다. 실제 엔지니어들은 동양인, 인도인등이 아주
많고 이 곳에서 난 백인은 처음에는 엔지니어링에 좀 있다가도
곧 마케팅이나 매니지먼트로 빠지고 맙니다. 이 점을 저는
이렇게 받아 들입니다. 즉, 정직하게 노력해 얻는 결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곳에 자국에서 여기만큼 댓가를 기대할 수 없었던
이민자들이 모여들어 기회를 찾아 본 것. 이 사람들이 여기에
오면 기회 자체 뿐만 아니라 본인 노력의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큰 매력이 된 것입니다. 이 점은 어디에 바탕을
두고 있는가 하면 이 지역 기업들이 성장을 위해서 철저히 결과
위주로 행동하며 기업내의 민주주의, 열린 경쟁, 인종, 종교등에
의한 차별금지등을 철저히 신봉하고 실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80년대 초 미국에서 개봉되었던 A Great Wall이라고 별로
알려지지 않은 중국영화는 IBM이라고 알려지는 한 기업에서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부사장 승진에서 glass ceiling을 경험하고
처음으로 자녀들과 함께 모국인 중국을 찾아 나서는 한 가장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이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라고 해서 또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봐야 한계가 있다고 생각되는 상황에서는 무서운
발전은 없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그 것이 바로 의도하는 바일
수도 있겠지요. status quo를 추구하는 집단내에서는요. 그러나
눈에 띄지는 않지만 바른 원리를 세우고 실행한 논리적인 집단이
무섭게 성공한 예가 실리콘밸리라고 저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일본기업들이 미국에 진출하여 실패한 경우 저는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서였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미국 현지인을
사장으로 고용해 많은 월급을 주고 있다가도 실세는 본국에서
파견한 그 밑의 과장이 더 쥐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과연 그런 기업이 살아 남을 수 있을까요? 그 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과연 어떠했을까요? 이 것이 과연 단지 기술, 자본,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왜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않았을까요?

한국도 인천근처를 실리콘 뭐라나 해서 외국기업들이나 한국
기업들이 자유로이 벤쳐 하이텍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거라고 합니다. 인도네시아의 사이버자야인가 하는 첨단
도시처럼요. 저는 장소와 돈만을 제공함으로써 그런
제이 제삼의 실리콘 밸리가 태어날 수 있을거라고 상상하는
사람들에 대해 우려하게 됩니다. 그런 것 보다는 정부는
기업활동을 되도록이면 쉽게 자유롭게 하고 외국기업유치에
도움이 되게 모든 제도를 정비하고 언어 장벽을 철폐하던가
최소한 낮추고, 기업의 운영 풍토를 공헌하는 사람이 득을
많이 볼 수 있게끔 만들 수 있다면 비록 한국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전세계에서 꿈을 가진 실력있는 젊은이들이 한국으로 줄을 서서
오리라고 봅니다. 그러면 그들이 창출하는 부가 그들 뿐만
아니라 전국민에게도 돌아 갑니다. 차별없이 누구나 와서 자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회, 평등한 사회, 아시아의 열린 사회,
이런 문화 속에 한국이 세계 속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후속의 글 :
1. 실리콘 벨리의 탄생과 현재모습 - 박산수
2. 실리콘 벨리가 성공한 이유(1) - 박산수
3. 실리콘 벨리에도 종말이 올 것인가? - 박산수
4. 실리콘 벨리에도 종말이 올 것인가?(2) - 박산수
5. 실리콘 벨리를 움직이는 막후 인물들(1) - 박산수
6. 실리콘 벨리를 움직이는 막후인물들(2) - 박산수
7. 실리콘 벨리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 박산수
8. 오메 심드네... - 박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