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커피 전문가 동서식품 연구소

최상인씨 (전화:02-3271-0226)

"다방커피도 자기 취향에 맞다면 최고급 커피"


 동서식품 연구소 최상인 대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커피전문가이다. 자기 입맛에 맞으면 그게 최고의 커피라는 최상인씨의 커피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를 전한다.

 커피 3스푼, 크림 2스푼, 설탕 2스푼 국내 최고의 커피 전문가인 동서식품 최상인대리(38세)가 즐겨 먹는 커피 타는 방법이다. 전국 각지의 문화센터와 대학교에서 커피에 관한 강의까지 하는 그가 타먹는 커피라기엔 너무 촌스럽다. 말하자면 가장 맛없는  커피 의 대명사(?)인 '다방 커피'를 즐기는 것이다.

 "제가 87년 저희 회사 커피 연구소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줄곳 커피를 연구하고 마셔왔으니 10년이 넘었잖아요. 다양한 커피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면서 제 입에 맞는 커피도 찾아왔는데, 저한테는 다방 커피가 제일 잘 맞더라구요. 진한 커피의 여운이 입안에 감도는 게 어떤 비싼 커피보다 맛있어요."

  최상인씨는 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커피라면 원없이 먹었다. 하루에 많게는 1백잔 정도를 마셨다. 자신이 만든 커피를 먹어보지 않고는 시중에 내놓을 수 없는 터라, 만든 것은 맛이 있건 없건 먹어봐야 한다.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는 평소 좋아하던 커피를 원없이 먹어서 좋았어요. 하지만 매일 수십 잔씩 먹다보면 속 쓰린 건 물론이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죠."

 그의 아내는 최씨의 직업을 가장 원망하는 사람이다. 정성스럽게 만들어놓은 저녁상을 몇 숟가락 뜨지도 않고 물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식사를 제대로 못해 살이 점점 빠지는 남편을 옆에서 지켜보는 아내의 심정이 편할 리 없다. 명절 때 깡마른 남편과 시댁 식구가 있는 고향에 가기가 민망스러웠을 정도였다고 한다.

 비록 속병은 들었지만 커피에 관해서는 국내 최고라고 자부하는 최상인씨. 그가 개발한 제품만도 수십 가지이고, 세상 빛을 보지 못한 채 연구실에 버려진 커피까지 합하면 수백 가지에 이른다. 그렇게 수많은 커피를 만들고 맛보면서 커피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가 된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커피 고르는게 중요 / 수입 원두 커피가 최고급은 아니다.


 회사의 중역이 최대리를 시험하는 일도 종종 있다. 회식 자리에서 술을 진탕 먹은 후, 난데없이 커피를 시켜, 이 커피를 알아 맞히라는 장난을 하기도 한다. 술에 얼큰히 취한 상태에서 어떤 커피인지 알아맞히는 일이 쉽지 않지만 최대리는 매번 정확히 커피 종류와 크림, 설탕의 배합비까지 맞춘다.

 "외국인 바이어를 회사 이사님과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이사님이 갑자기 커피를 시키더니, 맞혀보라는 거예요. 바이어 앞에서 틀리면 제가 망신당하는 것뿐 아니라, 수출에도 영향을 줄까봐 무척 긴장되었어요. 하지만 제가 정확히 맞히니까 그 바이어도 상당히 놀라더라구요."

 최상인씨는 수입 원두 커피가 좋은 커피라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라고 한다. 우선 원두를 수입하는 기간이 수개월 걸리고 그러다보면 자연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인스탄트 커피가 더 맛있는데, 그 이유는 수입한 원두를 우리 입맛에 맞게 가공하는 기술을 오랫동안 연구했기 때문이다. 질 낮은 원두로, 또 끓이는 방법도 잘 알지 못하면서 커피의 맛은 원두가 제대로 낸다고 하는 것은 커피에 관해 잘못 알려진 점이다.

 "또 커피에는 고급과 저급이 없다고 생각해요. 커피는 기호품이잖아요. 전자제품 같은 거하고는 다르게 자기 입맛에 맞으면 그게 가장 고급 커피입니다. 그게 자판기 커피든, 다방 커피든 자기가 맛있으면 그만이죠."

 최상인씨가 추천하는 커피를 맛있게 끓이는 방법은 우선 자기에게 맞는 커피 종류를 고르라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배합니다. 같은 종류의 커피를 타도 배합비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원두 커피를 끓이는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소량을 끓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보통 주부들의 경우 혼자 커피를 먹기 때문에 1-2인분 정도의 커피만 타게 되는데, 그럴 경우 절대로 원두의 맛을 제대로 추출해낼 수가 없다. 최소 5인분 정도의 원두량을 넣어야 한다. 하지만 혼자 커피를 먹기 위해서 나머지 4인분을 버릴 주부는 없기 때문에 오히려 인스탄트 커피를 마시는 게 낫다는 지론이다.

'99년 월간 '여성중앙 21'  7월호     기획.허윤미 기자/글.류인홍(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