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한인회관에서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
나는 이번 예술문화행사를 통해 몇가지 면에서 크게 놀랐다.
하나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입추의 여지없이 장내를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고 적이 놀랐다.
인기있는 대중가수들을 불러들여 한바탕 굿판을 벌이는 것도 아닌바에야
애시당초 재미라곤 기대하지 않아도 될 법한 문화행사에,
그렇듯 많은 애호가들이 찾아들어 북적될 줄은 아예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무만 보고 숲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나의 무지가 가져가준 허실의
한 단면이다.
둘째, 프로그램 구성과 진행상의 치밀함이다.
사회를 맡은 남녀 진행자의 세련된 화술과 다양한 내용을 응축시켜
선보인 기획력이 뛰어난 한마당이었다.
내용과 구성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그것을 나타내 보이는 진행상의
총체적인 기법이 허술하다면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그런면에서 잘 짜여진 각본처럼, 큰 무대를 빈틈없이 이끌어 나간
진행자들의 기교 또한 수훈갑이었다.
상이란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짐짓 관객에겐 딱딱한
느낌이 들기 마련인데 수상자와 관객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꾸민
기획과 연출은 평가받을만 하다.
시상과 더불어 그 자체가 여흥이자 창작활동의 무대였던
하명호와 쟁이 사물놀이패가 엮은 '즉흥행위예술'이며 변창섭,이금실,
박순배 등 문인들의 '시와 수필 낭송',한국여인의 한을 그린 김미영의
무용 '그리움', 앵콜까지 받았던 베이스 송은강과 부인 이부성의
피아노 연주,사계절을 주제로한 사진작가 전경수의 슬라이드 작품전,
소프라노 강영숙의 '이별의 노래'는 내 사춘기의 방황과 고뇌의 한 때를
되돌아 보게한 시간이었다.
특히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한 정은희,정여진은 고등학교 재원들로서
그 가능성을 보여준 젊은 음악도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셋째, 수상자들의 화려한 경력과 수상 내역을 접하고는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별부문상은 이석현(문학), 장기철(연극)님이 수상하고,
예술문화상은 방훈(음악.몬트리얼),
윤영섭(조각.나이아가라),이상덕(미술.토론토)님이 그리고 이날의
예술문화대상은 무용인 김미영님이 영예를 안았다.
수상자들의 면면은 한마디로 '화려'그것이었다.
여기서 그들의 약력과 수상내역을 일일이 소개할 수 없어
유감이지만, 그들이 한인과 복합문화사회에 문화사절로서
끼친 공로는 상의 무게가 입증하고도 남는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정작 선정이 되고서도건강 때문에
시상식에 나오지 못한 분들이 있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대상자인 김미영씨는 수상소감에서 4.19와 5.16의 격변기에
장구통(?)을 메고 때로는 자갈길을 밟으며 여학교 무대를 찾아 공연했던
힘들고 고된 세월의 이야기를 조금은 상기된 모습으로 풀어 나갔다.
"그 일을 왜 하는가?"라는 어머니와 오빠의 핀잔섞인 말을 들으면서도
혈육의 외침을 건넘어 오늘이 있기까지 한길로 정진할 수 있었던 것은,
무용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선친의 애정어린 지도가 있었음은 물론,
많은 관객들의 성원과 사랑에 힘 입은 바가 크며 특히 부군의 협력과
자신의 지도에 따라준 제자들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김미영씨는 오늘따라 할 말이 많아 보였다.
비단 오늘 뿐이겠는가?
살아가면서 진솔한 이야기는 두고두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날이 더 많이 있으리라.
부디 오늘에 머물지 말고 더욱더 빛나는 춤사위로 발전시켜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크나큰 울림으로 다가 가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오늘 이 행사가 수상자는 물론,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와 예술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나아가
창작활동을 통한 한민족의 우수성을 이곳 복합문화사회에 널리 알리는
출발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나는 오늘 하나같이 소중한 느낌을 간직하고 돌아왔다.
이 벅찬 감동이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 남아서 이민생활의
메마른 정서를 촉촉히 적셔주는 청량제의 구실을 해 주리라 믿는다.
끝으로 본상을 제정한 캐나다중앙일보 김효사장을 비롯하여 임직원과
심사를 맡아주신 심사위원, 그리고 상품을 제공한 유관단체 관계자
여러분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1999.3.9 캐나다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