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 상설전시관을 돌아보고
 
 

소슬한 초가을 찬바람 만큼이나 한국관은 썰렁하고 한산했다.

1999년 9월 11일 오늘은 8천년의 장구한 역사를 통해 이룩한

한민족의 문화유산을 캐나다에 자리매김하는 원년이자 첫날이다.

이 뜻깊은 날에 ROM의 한국관 입구에는 주인은 간데 없고 화환 하나

덩그렇게 짚고서서 손님을 맞고 있었다.

지난 8일에는 한인사회대표자를 포함, 국내의 각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려한 개관식을 가졌다고 신문은 전한다.

오늘 그때 초대된 사람중에 단 한분만이라도 일반인과 자리를 같이하며

목례를 나눌 수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텅빈 공간은 한없이 낯설기만 했다.

나는 세시간반 동안 하릴없는 사람처럼 다섯차례나 들락거렸지만

내 피부색을 닮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여서 제복 입은 사람들 보기가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주말이라 야외에 나가고 더러는 살기에 바빠서 마음은 있어도

짬을 낼 수가 없는 분이 많았겠지만 그래도 오늘같은 날은

캐나다 동포들의 다시없는 경사요,문화의 뿌리를 심는 날인데

어찌 지나칠 수가 있을까 싶다.

문화탐방은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닌 바에야 흥미도 없고 즐기려 해도

이해의 부족으로 그렇게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귀중한 문화유산은 이용가치를 상실한 채 세월이 가면

여러 이유로 하여 흔적만 남기고 사라지게 된다.

이러할진데 항차 지키려는 마음이 없으면 보전될리가 만무하다.

문화유산은 남기는 것도 중요하나 이용하고 보전하는 것이

더 가치있는 일이다.

한나라의 문화의 소멸은 민족혼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것이요,

타민족의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미개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번듯하게 문만 열어 놨다고 할 일을 다한 것은 아니다.

널리 알리고 더많이 이용하는 것이 진짜 할 일이다.

방법의 하나는 토론토 일원에 산재한 한국어학교 선생님들과 협의 아래

어린이들에게  '한국의 문화 학습장'으로 활용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근본이 무엇이고 장차 민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둘은 어버이세대를 위해 개천절이나 한글날 등 우리 문화와 밀접한

날에는  서예나 시조짓기 등 조촐한 행사를 곁들여서 기예를 드높이고

문화재에 가까이 다가가는 날로 이끌었으면 한다.

셋은 관광회사의 협조를 얻어 토론토를 찾는 모국 관광객에게

나이아가라와 함께 토론토시내관광 코스의 하나로 연계시키는 것도

이용객을 늘리는 한 방법이 되리라 본다. 물론 이는 관광회사의

자발적인 협력이 전제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넷은 주말 이용객이 대부분이라고 볼 때 캐나다한인학생연합회의

지원을 받아 자원봉사자를 확보하고 그들에게 '봉사활동'을 통한

사회경험을 쌓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또한 이들을 중심으로 '우리문화뿌리찾기'동아리를 만들어 타민족

학생들에게도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구심체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후원을 했으면 한다.

이외에도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차고 넘치게 해야 한다.

개점휴업상태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나아가 오늘에 안주해서는 발전과 미래는 없다.

현상 유지는 물론 더 넓은 전시공간을 확보하여 교체전시며 타지역과의

교환전시를 위해서도 기금 마련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문제는 돈이다.

한국관 관리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나 회원 모집, 경제단체들로부터

지원금 접수 등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박물관 활성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하여 토론토한인회관과 더불어 후세에 남길만한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는 일에 관계자를 비롯하여 우리 동포들은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여기에 우리의 자랑스런 내일이 있다.

1999.9.16 캐나다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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