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수선생을 회고하며
 
 

KBC한국일보방송은 홍준수씨가 지난 22일  향년 70세를  일기로

별세하셨다고 전했다.

지난11월19일 제18회 한인상문학부문상을 받던 자리에서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해 '2세들에게 비전을 갖게 해야 한다'고 역설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갑자기 부음을 듣게되어 놀라운 마음 금할 길 없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내가 처음 선생을 알게된 것은 저자와 독자로서 책을 통한 만남에서다.

캐나다 이민을 준비하고 있던 89년말, 우연히 선생의 책을 발견하고

제목에 반해 뽑아 들었다.

'토론토의 하늘 아래'라는 제목이 나를 유혹했고 선채로 180쪽에 달하는

책을 모두 읽게 되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진솔한 삶의 기록이요, 척박한 이민생활의 각성제였으며

선구자적인 혜안의 눈뜸이었다.

젊은시절 한 때 같은 길을 걸었던 동역자로서 또한 비슷한 년령의 시기에

뒤늦게 이민길에 올랐던 이민자로서 이민 선배인 선생의 글을 보고 느낀

감회는 남달랐다.

친척이나 지기하나 없는 낯선 땅에서 새로이 삶을 꾸려야 하는

기대와 두려움 앞에 선생의 글은 큰 위안이 되고 힘이 되었으며 동포들의

현주소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해주었다.

이민후 분망한 가운데 잊고 있다가 선생의 기고문을 접한 어느날 인사차

그의 사업체를 찾았다.

허름한 작업복으로 나를 맞은 선생은 마치 오랜 지기를 대하듯 격의없이

이민생활의 애환을 풀어놓으며 근황을 들려주었다.

캐나다한국일보에'한백성칼럼'으로 나간 글들을 회갑을 맞은 선생의

제자들이 '토론토의 하늘아래'라는 기념문집으로 꾸민 일과 이후로도

새문집을 만들고 싶다며 생이 다하는 날까지 글쓰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두 시간의 만남에서 오래도록 인상에 남는 것은 '이민이란 무엇입니까'

'왜 이민을 했습니까''이민 온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라는

저돌적인 질문이었다.

한참을 망서리던 나는 대답 대신 웃음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선생은 '이민은 이탈이고 고행'이지 결코 꿈이거나 동경의 대상만은 아니며

단절에서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는 개척의 삶이라고 정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짐짓 잘못된 가치관을 가지고 무작정 유랑의 길에 나선 방랑자에게

타이르듯 들려주는 메시지 같은 내용이었다.

세월이 흐른후에야 난해하고 조금은 황당했던 선생의 물음을

이해할 수가 있게 되었다.

쉽게 지치고 좌절하기 쉬운 고달픈 이민의 삶에서 포기하거나 낙오되지

말라는 깊은 뜻이 숨겨져 있음을 말이다.

그러나 이민자의 삶은 어떻게 살아야 올바르게 사는 것인지?

'이민'에 대한 물음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데 이제 어디서도

자상하고 정감어린 선생의 말씀을 들을 수가 없게 되었다.

또한 어려울때마다 한인사회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던 선생의 정곡을 찌르는

글을 더이상 접할 수 없게 됨을 슬프게 생각한다.

바라건대 가까운 장래에 뜻있는 사람들의 정성으로 선생이 바라던

제2문집이 출간되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인들과 후세들에게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선생이시여 고이 잠드소서!

가시는 길 평안하소서.

 1999.12.31캐나다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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