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가야 할 우리들의 유산
최근 LA 일부 한인들이 설화(舌禍)로 하여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보도다.
'너 오늘 죽었어''너 한 번 죽어 볼래'등 한국에서라면 별탈없이 넘어갈 말이
미국에서는 형사입건이 될만큼 중대한 범죄행위가 되어 5만불씩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고 한다.
명예훼손과 관련된 필화(筆禍)사건은 자주 보았어도 혀 놀림을 잘못하여 법적인 제재를 당한 경우는
처음 보는 것이다.세모에 생소한 사건의 보도를 접하면서 조금은 세련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위야 어떻든 뉴욕의 '개고기 파동'에 이어 LA의 '혀 파동'까지 겪게되니
해외동포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이다우리 말 중에는 가려 써야 할 욕들이 많다.
성이나 죽음에 관련된 막말이 많기도 하거니와
이를 되는대로 마구 사용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관습적으로 사용돼온 우리말이라 할지라도 나라와 지역에 따라서
주의가 요망되는 말은, 그 대상이 누구이든 자제돼야 한다.
그곳은 그 땅의 사람들이 지키고 가꾼 질서와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날 일이지 애꿎은 절만 탓해서 무얼 하겠는가?감정의 동물인 인간 사회는 어디서나 갈등과 시비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다툼은 상반된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되나 지나친 폭언이 파국으로 몰고 간다.
우리들은 너 나 할 것없이 너무 쉽게 흥분하고 좌절한다.
단번에 많은 것을 성취하려는 조급한 성미 때문이다.
따라서 실수도 많고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말을 잘못하면 화를 당한다는 '혀 아래 도끼 들었다'는 속담 경구가 생각나는
오늘의 이민사회다.한편 '말만 잘하면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다.
진솔한 말은 감동을 낳고 어려운 일을 당해서도 이해와 동의를 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표현이다.
그런가하면 함부로 뱉은 말은 비수가 되어 살인을 하게도 한다.
오랜 세월 한 몸 되어 동고동락한 부부간에도 섭섭한 말, 비인격적인 말 한마디가
파경에 이르게 하는 예는 드물지 않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부부싸움의 근간은 나의 부적절한 말 때문이다.
매양 흘려놓고 도로 담을 수도, 지워 버릴 수도 없으니 후회막급이 아닐 수 없다.
탄저균 보다 무섭고 핵폭탄 보다 위험한 설화(舌禍)로부터 벗어나야 할텐데,
아내를 괴롭히는 못된 말 버릇을 고치지 못하니 안타까운 일이다.끝으로 눈을 돌려 토론토 한인 단체들의 회의장 광경을 살펴보자.
크고작은 회의마다 정족수 미달로 몸살을 앓고, 그나마 개회된 회의 마져 말싸움 끝에,
정회와 휴회를 거듭하며 금쪽같은 시간만 낭비하지 않았던가?
창의적인 안건 제출은 고사하고 말꼬리나 잡고 늘어지며,
편을 갈라 고성과 삿대질을 일삼는 회의장 풍경은,
모국의 정치판을 빼다박은 난장판이 아니던가.이제 몇 날 남지않은 세밑에 각종 망년회가 화려하게 펼쳐질 것이다.
이 날만이라도 상스러운 말 가리고, 서로 칭찬하며 정겨운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면 뜻 있는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아가 가난하고 불우한 이웃을 생각하며 우리 모두 주머니를 열 때,
비록 해는 저문다 해도 마음만은 풍성해지리라 믿는다.2001.12.11 캐나다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