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Niemand

이 글은 88학번 유항석 형이 2000년 8월에 쓴 감상실 근간입니다. 물론 글 쓴이 허락없이 무단으로 제 홈페이지에 실었습니다. 항석형 자신의 말대로 곳곳에 정확한 정보가 아닌 부분 들이 있으므로, 스스로 잘 판단하셔서 읽으시기 바랍니다!


감상실 근간

유 항 석

바쁜 와중에도 감상실 현 동향을 궁금해 하시고 "그 사람은 무얼 하고 있을까?"라고 회상에 잠기시는 여러분의 마음을 모아 제가 한국 선후배소식을 이 편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주소록에 나와 있는 모든 선,후배를 망라 한 것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제가 만날 수 있었던 분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 나가겠습니다. 본인의 한국체류가 1달이었던 것을 감안하시고, 이 소식지의 한계를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우선 자타공인의 감상실 대부 태준이 형(80). 15 년간 몸 담으셨던 ㈜대우를 떠나신 후 풀무원 건강식품 중국 지부장으로 활약하고 계십니다. 출장이 잦으셔서 연락하기도, 만나 뵙기도 힘들지만, 전화 인터뷰에 의하면,조만간 중국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벤쳐기업으로 옮기실 예정이십니다. 그 회사는 중국 e-Commerce투자에 관심잇는 대기업들이 합자하여 세우는 회사이고 이름은 한국 인터넷 홀딩스. 그곳에서도, CEO에 준하는 대우를 받으실 것 같군요.

"뼈와 피" 훈배형(83). 여전히 응급실에서 환자들과 씨름하시고 장소만 미국일 뿐이지 하는 일은 우리나라에서와 별반 다름없다 하십니다. 형 자신을 외국인 노동자에 비유하셨는데, 그런 노고와 투자 끝에 훌륭한 성취 있으시길 빕니다. 지금 맨하탄 이식센터에 교환교수로 가 계십니다.

90 년대초, 이미 컴퓨터 산업의 잠재력에 주목하시고 나름대로 준비를 해오시던 홍완형(84)은 주식회사 가치네트라는 벤쳐 캐피탈 그룹에서 파견근무를 하고 계십니다. 벤쳐기업 들을 대상으로 종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데요, 아직은 삼성에 적을 두고 계시지만, 자본금이 모아지는데로 (약 10억 정도 필요하시다고), 독립을 하실 것 같군요. 삼성의 자회사 관리 정책에 따라, 벤쳐에 대한 홍완형의 기대치가 어느 정도 크느냐에 따라 행보가 달라질 것 같군요. 형수님은 임신을 하셨습니다.

성욱이 형(84)은 대한생명 구조조정 task force team에서 근무하십니다. 자식 둘과, 집에 계시는 형수님을 책임지시는 가장답게 한 직장에서 장기전을 펼치실 것 같습니다. 큰 변혁이 없는 한, 대기업의 승진코스를 계속 밟으시리라 사료되지만, MBA에 대한 조심스러운 탐색을 하고 계십니다.

종묵이 형(84)은 얼마 전 있었던 신세기 통신과 SK텔레콤의 합병으로 떼돈을 버셨습니다. 양사의 주식이 거의 5만원대로 급상승 했는데요, 혹자의 추측에 따르면, 약 10억에 가까운 돈을 버셨다고 합니다. 직접 만나 인터뷰해 본 결과 10억설은 과장된 것이고 신세기주식의 유동성으로 약 1억 정도의 순이익을 보신 것 같군요. 하지만 진실과 관계없이 감상실에서는 "천년재벌"의 영예로운 호칭을 얻으셨고, 갖은 사업 아이템으로부터 투자건의를 받고 계십니다. 두 회사의 합병에도 불구하고 영업파트에서 근무하신 덕택에 입지를 더욱 공고히 굳히시고 계십니다.

진수형(84), 여전히 건강하시고, 근간에 있었던 불행한 사태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계십니다. 현재 KBS 제1 FM에서 고정출연하고 계시고, 강원도 상지대학에 강사자리를 잡으셨습니다. 다음학기부터 강의 나가신다고요. 본래 사귀셨던 여러 친구분들과 함께 (하도 많아 저는 누가 누군지 전혀-) 감상실 천년재벌 들의 돈을 끌어들일 새 사업을 구상하고 계십니다. 압구정동의 포도주가게 외 여러 넘치는 아이디어를 갖고 계신데요, 과연 "천년재벌"팀의 얼마만큼의 동의를 이끌어내실지 한번 지켜볼만 합니다.

저, 재환형과 함께 잠시 Ohio-State에서 몸을 담으셨던 동규형(84)은 뉴질랜드에서 교수직을 잡으셨습니다. 가을학기부터 강의 하십니다. 새로운 곳에서 새 행운을 빕니다.

유학파가 가장 많은 85학번. 일리노이 얼바나 샴페인에 MBA 과정을 밝고 계시는 원식이 형. 작년 뵈었을 때부터 담배를 끊으시고 교회를 열심히 나가시는 등, 무서운 각오를 불태우시더니, 급기야 일년동안 연락 두절. 본인도 e-mail주소와 전화번호만 알 뿐 근래 형의 동정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무소식이 희소식, 잘 해나가시리라 예측됩니다. 텍사스에 계셨던 인기형은 공부를 끝내셨는지, 미국에서 정착하셨는지, 한국으로 돌아가셨는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인기형과 연락하시려면 동기인 재환이 형이나 원식이 형에게 연락을 해 보시는 것이 지름길이라 생각됩니다.

저와 함께 Ohio-State에서 1년 반 동안 끈적끈적한 관계를 유지했던 재환이 형(85). 아직도 저는 형 가족과 함께 갔었던 High Street의 노래방을 잊지 못합니다. 이제 박사학위(경영학 마케팅)의 거의 모든 험란한 산을 넘으시고, 미국본토의 교수직 탐색을 시작하셨습니다. 학문에 대한 형의 뜨거운 열정(너무 뜨거워 저는 델 뻔하기도)으로 볼 때 그 어렵다는 교수 직장도 결국 따 내시리라고 추측됩니다. 차분하신 형수님과 또랑또랑한 현준이(4살)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계시는데요, 근래에는 감투복이 터지셔서 한국학생회 대학원 총학생회장, 컬럼버스 한국인 성당 총무를 겸임하고 계십니다. 후배양성에도 굉장히 관심이 많으셔서 감상실에 쓸만한 인재 있으면 그곳으로 보내라고 하십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어떤 후배든지 MBA는 기본, 석사, 박사까지 이르는 길에 재환형의 전폭적인 지도, 편달을 입을 수 있을 것입니다. 추천할 만한 후배 있으시면, 재환형께! 다만 1-2년 짜리 단기 체류객은 사절.

감상실에 근래 대두되고 있는 벤쳐열풍 중, 박남선(89) - 김한상(86) 학형의 듀엣이 가장 주목 받을 만 합니다. 남선이는 P&G에서 나와 Fun City라는 게임회사를 차렸는데, 명함에 직함을 모두 없앤다는 사훈을 볼 때 진정한 벤쳐기업에서 최선봉을 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한상 학형도 삼성 SDS에서 잘 근무하고 계신데, 동기가 어찌됐던, 남선이와 한상형은 지금 항공사와 여행사를 잇는 새로운 인터넷회사를 포함 거의 부리부리박사 수준의 벤쳐 아이디어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 다 지켜야 할 가정이 있는 관계로, 깊이 연루되었다기 보다는, 장래 잠재력이 큰 e-Business를 탐색하고 있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둘이 같이 하는 술자리에서 나왔으리라 추측되지만, 뭐 어디서 나왔는가는 상관없이 들어보면 참신한 발상으로 짜여 있습니다. 부디 그 아이디어들이 현실에 뒷받침을 받아 빛을 보기를 바랍니다.

연락이 뜸한 87학번 형들. "천년재벌"에 비하면, 벼락같이 많은 돈을 한꺼번에 번 것은 아니지만, 희강이 형 역시 잘나가는 국제법 전문 변호사로써,금융회사 대리, 과장에 준하는 대우를 받으시며, ㈜태평양 합동법률 사무소에 적을 두고 계십니다. 전문적인 변호사들로 구성된 law firm으로 일반 대기업과는 전혀 다른, 차라리 컨설팅회사의 전문가 연합에 가까운 회사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하여튼 천년에는 못미쳐도 "백년재벌"에 가까운 희강이 형. 태평양의 대표주자로 명망을 날리시며, 주로 해외진출 회사의 금융법률 서비스, 합자회사 들의 법률 컨설팅같은 일을 하고 계십니다. 역시 감상실에 이러한 문제로 서비스를 원하시는 분은 희강이형과 상담을 하시는 것이 좋겠지요. 15개월짜리 딸 하나를 두셨고, 형수님은 근래 또 임신을 하셨습니다.

Art & Culture 케이블의 예술적 지향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시던 민석이 형. 마침내 "이건 예술이 아냐. 예술은 재미있어야 해" 한마디를 남기고 본업이었던 광고업으로 돌아 오셨군요. 여전히 '약간 진보적인 정신과 매우 진보적인 외모'의 철학을 지키셔서, 머리에 염색을 하고 귀를 뚫으셨으며, 한여름에 시커먼 우비를 입고 다니시는 등 본인의 혼을 빼놓는 해후를 이끄셨습니다. 1-2년 이후 여자친구분과 결혼하실 예정이며 (8살 차!), 40정도까지는 광고업에 종사, 그 이후에는 투자이민의 대담한 계획을 세워놓고 계십니다.

드디어 88학번 소식.

친구따라 강남 간다고, 멀쩡히 현대전자에 잘 근무하던 이원진(88)은 퇴사하는 부장의 꼬임에 빠져, 벤쳐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역시 벤쳐의 열풍이 강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그 부장님이 유능한 벤쳐 인재인 이원진을 스카우트했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봉급은 그대론데 일은 더 많아 졌다고 투덜대고 있는 걸 보면, 더 많은 사회경험을 쌓으려는 후배의 노력이 강조됩니다. 회사 상장 후 할당 받을 주식과 stock option value의 상승을 예견하여, 종묵형과 더불어 감상실 천년재벌로 기록되고 있는데요, 그 검증은 두고 봐야 겠지요. 진수형의 투자가 리스트에 올라 있습니다.

충격적으로 최영태(88)는 건설회사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역시 챙겨야 할 아내와 자식이 생긴 후, 자신의 이상만을 위해서 살 수는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 같습니다. 그 울분이 술자리에서 터져 나와, 보자마자 원샷으로 군기를 잡으려고 하더군요. 이제껏 감상실과 격리된 채, 은인자중하는 삶을 살고 있었지만, 88학번들의 술자리를 기화로 다시 화려한 재기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한국을 떠난 후는 감상실 소식전문기자의 위치를 확고히 할 다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단지 유의 하실 점은 영태의 소식지는 SF소설과 비슷하여, 그 안에서 분명한 사실을 추려내려면 상당한 내고가 필요하실 겁니다.

아시다시피 양지을(88)이는 보스턴 컨설팅 한국지점에서 인턴쉽을 하고 있습니다. 아주 빡빡한 일정에 둘러싸여, 술자리에 참석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옛날모습 그대로이고, 근간 자기아들을 카톨릭에서 영세시킬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얘기를 들어보면, 여전히 지구의 종말이 곧 닥칠거라 확신하는 이유에서 그러는 것 같습니다. 9월말, 공부하고 있는 University of Pennsylvania, Wharton School로 귀환할 예정.

Indiana에서 비교문화학을 전공하고 있는 지영이(88). 이제 박사학위 과정을 시작하였구요, 잘 살고 있습니다. 햇수로만 따지면, 미국에 오래 있었던 감상실 사람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수 있을 것 같군요. 저와는 한두번 만났는데 옛모습 그대로 생각하시면 제대로 맞겠습니다. 근래는 학과 장학금 문제로 학교 당국과 가열찬 투쟁을 벌이고 있는 중.

이 글의 저자인 저 유항석(88).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1년 6개월동안의 질퍽질퍽한 학부생활 끝에 이번 가을학기부터 MBA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학교는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Buffalo. 지금은 방학을 맞아 서울에 나와있는 관계로 연락처를 알려드릴 수 없군요. Buffalo에 정착하는 대로 곧 신원소재를 밝히겠습니다. 아직 미혼이오니 좋은 사람있으면 소개시켜 주세요!!!

훈종이(89)는 영문과 대학원 1학기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감상실 선배노릇하랴, 본인의 장래 결정하랴 복잡한 것 같은데, 근래에는 컴퓨터 채팅에 취미를 붙여서, 비록 몸은 한국에 있지만, 시야를 세계로 넓히고 있습니다. 장래 유학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군요.

순기(90)는 3M에서 잘 다니고 있습니다. 본인은 MBA 생각이 굴뚝같고, 오하이오 주립대 이상의 역량이 되지만, 집안사정 때문에 망설이고 있습니다. 동생이 내년 미국으로 유학 온다고요. 여전히 개념없이 감상실 실원 들의 물주역할을 하고 있지만, 후배들이 자신의 카리스마를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삐져 있습니다. 끊임없는 설득으로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순기가 유학으로 결정되면, 잘 접어서 봉투에 봉인, OSU 직송편으로 보내겠습니다.

이후로는 제가 직접 만나지 못한 사람들의 소식입니다. 정확한 정보라기 보다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식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이재우(88)는 대전에서 해후예정. 김종석(89)이는 전주 MBC에서 잘 나가는 PD인데, 여전히 그 넋나간 표정은 잘 관리하고 있고, 근래는 TV 시청에 몰입해 있답니다. 지가 만들어 놓고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정아(89)는 면목중학교에서 전교조투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진수형 말에 의하면, 여전히 건강이 좋지않은 상황이라 하더군요. 길수현이(90)는 법대 대학원에서 사법고시의 꿈을 불태우고 있고, 법대 후배인 권성안(91)이는 취직을 알아보고 있고, 최성연(90)이는 KBS영화번역을.

한성엽(90)이는 호주에서 사귀던 여자와 헤어지고, 그곳 대학원 IT (Information Technology) 분야에 입학허가를 받았다 합니다. 강세진(91)이는 현대에서 나와 회계사 공부, 이경철(91)이는 경희대 치대, 홍지은(91)이는 삼성물산에 근무중입니다.

이상까지가 제가 커버할 수 있는 감상실 선,후배의 소식이라 생각 됩니다. 제가 미국에 있던 1년 반 동안에 이렇게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향후 2-3년 동안에는 한국 거시경제 흐름과 함께 정말 격동하는 감상실의 동정이 주목됩니다.

자, 그럼, 감상실 여러분, 뜻하시는 일 모두 잘되시고, 파이팅!


Last modified: 4 August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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