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내내 별다른 전투계획은 없었다.

경계병으로만 나가다가 오후 한시가 되어서 일차 점령지를 완전히 떠나서 또 다른 점령지로 향했다.

무거운 포판을 메고 이산 저산으로 돌아다녔다.

참고로 81M 박격포는 가늠자, 포다리, 포열, 포판,겨냥대등으로 크게 나뉜다.

가늠자는 분대장이 포다리는 사수가 포열은 부사수 제 1탄약수는 포판과 겨냥대 제 2탄약수는

고폭탄(거의 생략/대신 위장망을 메고감)을 멘다.

포다리는 18Kg,포열은 13Kg, 포판은 11.5Kg 겨냥대는 대략 1개에 1~2Kg정도이다.

여기에 군장까지 메면 한사람이 거의 40~50Kg정도의 무게를 메고 다니게 된다.

어쨌건 이러한 것을 메고 이산저산 돌아다니다가 신병이 또 퍼져서 쓰러졌다.

고참들의 발길질과 욕설에 갠신히 일어나서 몇걸음가다가 다시 쓰러지고 이러길 몇번 하여 간신히

점령지에 도착했다.

마침 거점은 포도밭 주변이였고 철지나 말라 빠진 포도가 좀 달려있었다. 아니 건포도가 다 되어 버린

포도였다. 그래도 따먹어 보니 꽤 맛이 났다.

물론 썩은 냄새가 약간은 나지만 그럭저럭 골은 배는 채울 수 있었다.

슬슬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훈련 뛸때는 비가 최대의 적이 된다.

나는 또 경계병으로 나가서 판쵸우의를 뒤집어 쓰고 근무를 서야했다.

짠밥이 웬수지 지들은 전부 쉬면서 맨날 나만 시킨다.

그렇다고 교대해주는 인간도 아무도 없고 밤낮없이 맨날 근무다.

밤이 되자 비를 피하기 위해 흉가에 들어갔다.

원래 텐트가 오기로 되어있었는데 그냥 야전 행동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모양이다.

비오는 날에 아무도 없는 산 속의 흉가라…후~

영화에서나 볼 듯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정말 창호지가 너덜거리고 마루바닥은 군데군데 일어나있고, 방에 장판은 어디 갔는지 황토 흙이 어지럽게

널려있고 지붕위엔 군데 군데 별이 보인다.

어쨌건 내가 이런 곳에서도 자보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된 근무와 훈련, 행군등으로 모두가 피곤했기 때문에 귀신이 나오면 껴안고 잘 생각으로 모두

잠을 청했다. 물론 거기서도 경계병은 존재한다.

  난 역시 경계를 서야했고 두 시간이 지난 새벽 3시경이 되어야 근무교대 후 잠을 잘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비에 젖을대로 젖어버린 전투복과 우의를 덥고 잘 수는 없었다.

온몸이 떨리고 입술은 파래졌다.

근무교대 후 인근에서 냉장고 박스를 주워왔다.

내 딴에는 거기 들어가 있으면 바람도 막고 따뜻할 줄 알고 냉장고 박스 안에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첨 에는 쪼그리고 들어가 있으니 꽤 따뜻했다.

그러나 30 여분 정도 지나니 오히려 더 추운 것 같았다.

  역시 오늘도 잠을 못자고 이렇게 날이 밝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