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차형이 근래에 제일 많이 전화해 온다.
별 내용도 없으면서...
형은 나보다 네 살이 많고
내가 서울 상일동에 있는 한시회에서 기초 재활 교육을 할 때 만났으며
내가 주로 도움을 받은편이다.
형은 약시이고 나는 전맹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니까 1994년 전반기 재활교육을 받을때
형은 우리 교육생 중에서 반장을 하다가 대전 맹인학교 고등부로 박형과 같이 갔고,
나는 재활교육을 마치고 대전 맹학교 충등부에서 기막힌 점자 아니 맹인학교 수업을 시작했다.
정안인시절 정규대학 졸업자가 빛을 잃고
33세 나이에 중학교에 다닌다는것은 지금도 상상이 안된다.
그래서 맹인학교 기숙사에 갔는데 거기에 차형이 있었고 나는 아무래도 그 형에게 좀 의지를 했었다.
보행이나 그런거...
하지만 난, 고등부를 인천으로 택해서 차형과의 인연은 한동안 없었다.
그러다가
한 삼년전부터 우리집으로 전화가 귀찮을 정도로 오기 시작했다.
하루 이십사시간을 가리지 않고 오는 전화는 싫었지만,
내가 받은 도움이랄까, 그런걸 생각하며 내색하질 않았다.
내가 이사를 했는데도
정말 꾸준히 할 얘기도 없으면서 전화는 왔다.
나는 대충 간단히 얘기하고 끊곤했으며
맹인계의 안마사 연대와 안사협의 다툼과 성매매와 안마 시술소, 그리고 며예원장 등에 대한 나의 알고 있는바를 그대로 전해 주었다.
특히 형은 내가 명예 원장에 대해서 얘기해 주자,
그렇구나 하면서
좀 여운을 남겼다.
나는 형이 정말 몰랐었나,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자, __형이 전화왔고
__은 자기가 인제에 건물을 갖고 있는데, 이층이 26평인데 보증금 천만원에 월세 삼십만원에 와서 침술원 하지 않겠냐고 제의해 왔다.
나는 나로서는 힘들고 주위에 다른사람 찾아보라고 했다.
그러다 몇일 안 있어 차형이 자기가 아프며 도움을 청한다는 전화가 금요일 날 저녁에 내가 복지관에서 엑세스 교육을 받고와서 손님 한 명을 치료할 때 왔다.
내가 손님 간 후에 전화한다고 했으나, 차형이 전화를 해 왔다.
나보고,
너도 치료하는 사람이니
나를 환자로 생각하고 와서 치료를 해 주는데
택시 콜비도 줄 수 없으며 이삼일 동안 치료 해 달라고 부탁아닌 부탁을 했다.
난 나도 힘들고 또 아홉시도 넘었으니 좀 곤란하다고 말하녀 내일 오전에 가보면 어떻겠냐고 말했더니,
서운한 목소리로 , 알겠다며 확 전화를 형이 끊었다.
나는 좀 미안하게 생각했으나 여기서 역삼까지 오늘처럼 라면에 밥말아먹고 복지관 갔다와서 손님까지 치료한 이후에
지팡이 하나들고 간다는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갈산역에서는 약간씩 내리는 비도 약 오십분 맞으며 걸어왔는데...
다음날 구월 삼일 아침이 되었다.
약 일곱시 반에 차형은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난 여태까지 좀 미안하다는 생각은 없어지고 어제 내가 오늘은 간다고 헛말을 한 걸 기억해 내고, 열두시 까지 간다고 말했다.
아침을 먹을려고 보니 국이 없었다.
그러나 국끓여먹고 갈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것같아, 또 간단히 먹고 어제 사온 사과 하나를 베어물고 지팡이를 찾았다.
아홉시 35분이었다..
난 속으로 미친놈...중얼거리며...
누가 미쳤을까.
전철 이호선에서
바짝 귀를 쫑긋거려 역삼에서 내려 물어물어 전철 밖으로 나왔다.
팔번 출구에서 르네상스 호텔 사거리까지는 형 말대로는 팔분이었으나, 전맹인 내가 초행길인데
어림없는 시간이다.
(형은 일번 출구로 말했었다고 한다)
시계를 눌러보니 열두시 오분이었다.
부평역에서 전철을 갈아타는데 너무 시간을 허비한 탓이다..
조금 빨리 걸었다.
인도 중간에는 화단도 있는것 같았다.
그런데 내려오다가, 약 70도 쯤 기울어진 나무가
인도 한가운데 있었다.
나는 여지없이 머리를 그 나무에 찧고 그 자리에 멈춰섰다.
머리가 아프고 눈물이 날려 했으나, 화가 더 먼져 솟았다.
지팽이를 들고 그 나무 밑둥지와 도로 경계턱까지 지팡이로 어림잡아 보았다.
이건 인도 옆에 있는 가로수가 아니고 한가운데 있는 나무라는걸 알자.
나는 지팽이로 나무를 사정없이 두드리기도 하고 아니 휘둘러 쳤다.
한 이삼분간 그랬더니 분이 좀 사그러 들었다.
그러자말자, 눈덩이가 아파왔다.
다시 손으로 나무를 만져 보았다.
지름이 한 삼십센치는 더 되는 단단한 나무였다..
화가 아직 풀리지 않아 지팽이로 나무 위를 후려 갈겼다.
지나가던 사람이 보건 말건...
이런 위치에 나무가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면,
전맹이 지팽이질하다 부딪히기 딱 좋다.
시간이 지체되고 내가 어디 서 있는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제는 가야지.
조금 가다보니 작은 사거리가 있었다.
신호등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여긴 왜 걸어다니는 인간들이 없을까?
다들 돈 많은 부자들만 사는 강남이라 그런가?
조금가다 인기척이 나서 길을 물었더니 여자였는데 영어로 말했다.
내가 외국인임을 알아채고 익스큐즈 미.
말하자마자, 그녀는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짧은 문장 하나를 내뱉고 없어졌다..
나는 좀더 걸어갔다.
이번에는 약 네명정도의 남녀들이 영어로 말하며 내 뒤를 걸어오고 있었다.
난 재빨리 익스큐즈 미, 암 룩킹퍼 르네상스 인터체인지. 두유 노우 . 아유 오케이.
오케이. 플리스 헬프 미.
플리스 홀드마이 암.
그래서 나는 노랭이 덕분에 르네상스 로타리까지 갈 수 있었으며 점심을 먹고 산책나온 동연배의 우리나라 남성분에 도움으로 지하도를 건너 르네상스 호텔 우측으로 약 오십미터쯤에 위치한 __ 오피스텔 ___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형은 전화도 안받고 한참 인터폰 벨을 누른 후에야 문을 열어 주었다.
거의 죽어가는 목소리로 왔니 하며.
나는 신사분에게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내가 내 집이라면 차라도 대접할텐데..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잠시 쉬고 차형의 맥을 보니 실맥이고 삭맥이었다.
음양으로 나눈다면 음허양실. 즉 음이 허해서 오는 양실.
오일전에 손님과 함께 필림이 끊어질 정도로 술을 마신후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물만 마셨다는
말로 미루어 허열이 뜨는 걸로 판단하고
내관 합곡 태충 족삼리 상거허 중완 상완 거궐 천추 천돌 승장 수구 인당 신정 백회에 약 삼십분 유침 하였다.
나는 유침동안 집에서 가지고 온 무를 다듬어 죽을 끓였다.
가스렌지가 우리집과는 달리 따다닥 소리를 내며 점하시키는 것이 나한테는 좀 낯설었다.
나는 또 형에게 가벼운 안마를 해 주었으나 형은 폐유와 심장유 사이를 자극할 때 아프다고 괴성을 내었으며 현추와 신유 그리고 대장유 사이도 옛날 지게차 교통사고 후유인지 누를때마다 아프다고 했다.
그래도 방구는 내가 안마를 해주는 중간에 두번이나 끼었다.
죽을 좀 먹이고
나도 죽을 먹었다.
형, 사과 좀 줄까? 나 혼자만 먹는다고 욕할거 같아서.
나는 어제 복지관 앞에서 산 사과를 가방에서 꺼내며 물어 보았다.
형은 지금 상태에서는 신 것은 안 좋다며, 나는 이로써 형의 판단 능력에는 아무 이상도 없다고 판정했다.
형은 계속 속이 안 좋다고 호소 해 왔다.
난
형을 계속 살펴왔는데
찬물과 사이다 탄산음료 그리고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조용히 말했으며
일층 슈퍼에 가서 내 돈으로
생수와 미역국, 내가 먹을 빵을 사들고 _층오로돌아왔다.
형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쉽게 다시 방안으로 올 수 있었다.
미역국을 끓여 주었고 나는 밥통에 가득차서 변색된 밥을 비닐봉투에 담았으며 새로 밥을 했다.
전기밥통도 내가 쓰는거와는 달라 그 사용법을 형한테 물어봐야만 했다.
나는 저녁식사를 내가 가져온 고추만으로 해결했으며 집으로 돌아갈려 했으나 너무 늦어서 그냥 샤워하고 방에 있는 두개의 침대주에서 작은곳에서 자기로 했다.
형이 이혼한 얘기며, 안양에 사는 동생들, 전에 같이 살던 강원 출신의 여자에
대한 이런저런 것을 얘기했다.
나는 형이 헤어진지 일년이 지나가니 앞이 전혀 안보이는 형수가 형을 찾아 올 수는 없을테니 형이 한 번 미친척하고 전화를 넣어보던지 찾아가 보라고 했더니, 형은 모르는 소리 말라며 그 여자는 한번 결정한 것이면 무슨 수가 나도 돌이킬 수 없으며 그 집안에서 은근히 이혼을 부추기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금전 문제를 꺼냈으며
자기는 누구한테 기천만원 사기 당했으며 그 당사자는 죽었다고 말했다.
또한 형보다 한살 적은 동생은
자기가 필요할 때만 찾아오고 자신이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처지이며 보는 친구들에게도 전화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아까 침을 놓은거에 대해 논평하기를
아주 난잡하다고 말했다.
나도 그 말을 듣고는 기분이 좋을리 없었다.
그러나 형은 내가 놓은 혈명도 다 몰랐으며, 승장혈이 왜 신경침이며, 인중이라고도 말하는 수구 혈이 임맥경의 혈로도 착각하고 있었으며 인당혈이 불면증에 쓰는혈인데 왜 신경치료에 쓰냐고 억지 비슷하게 반문하고 있었다.
난 깨닫았다.
그렇구나...
형의 심리 상태를
난 침은 똑같이 배워도 보사를 하는 사람과 그것을 무시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고,
심지어 경혈도 그의 존재를 믿고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과 전기 양도락 반응점으로만 이해하는 사람으로 구분하며, 보사법도 난경 69난, 또는 75난 아니면 팔상 체질.. 이렇게 다른데 내가 형이 하는 방식을 이제 배워서 한다는 것은 , 내 임상과 침 공부가 십년이 넘었는데 그건 힘든일 아니냐고 말했다.
다만, 서로의 침법은 검토해서 자기것으로 만들것인가 또는 무시하든지는 개인적인 주관에 속하는거 아니냐고.
형은 열을 떨어뜨리는 단방법으로 소택혈과 덧붙여 백회를 쓴다고 말했다.
또한 안마를 오른쪽 부터 한게 잘못이라고 또 시비(?) 를 걸어왔다.
형은 심장이 왼쪽에 있으니 그렇다며, 자신의 원칙과 모든 맹인학교나 안사협에서도 그렇게 가르친다고 말했다.
난 우선 형이 이렇게 까지 말을 힘주어 말 할 수 있게 된것이 다 내가 침치료와 안마를 적절히 하면서 열을 떨어뜨리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무우죽을 먹게해서
형이 기력을 되찾은것에 반가와 했지만,
자리에 맞지 않게 맥진에 대한 사설도 하지 않을 수 없엇다.
치료로서의 안마에 대한 답변은 그냥 건강한 사람에게는 형의 말리 백번 맞다고 하는 선에서 그만 두었다.
차형은 깊은 잠이 든것 같다.
그걸 확인하고 나도 잠이 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침대 잠자리라 건물 밖에서 교회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창문을 열어놓아서 그런지
길가의 찻소리도 잘 들을 수 있었으며 이렇게 빨리 질주하는것으로 보아 아직 해가 뜨진 않은것 같다.
잠시후 형이
나를 부르며 혈액순환이 안되는것 같으니 , 미안하지만 안마좀 해 달라며 나에게 주문아닌 주문을 했다.
나는 알았다며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와서
안마를 했다.
아래도 해 달란다.
내 손이 근육을 파고드는 느낌이라며, 한 소릴 들었다.
그렇다.
이 형은 아프지만,
아까 내가 맥을 짚고 평을 해 주었는데.
형이 그저께 나한테 전화 했을때보다, 어제 내가 어떤 방법을 썼든지 형 몸이 좋아 졌고, 오늘 아침이 더 맥이 좋게 나왔다...
그런데 형은 혈액 순환이 안되니 안마만 해 달란다.
그리고 월요일까지 있어달라고 어거지 부탁을 하고 있다.
자기가 오죽하면 앞안보이는 나를
불렀겠냐하며...
난 이 어이없는 차형에게 말했다.
형밈, 아무리 좋은 힘을 낼 수 있는 엔진이 있으면 뭐합니까?
에너지가 있어야 엔진이 돌아가지요...
그러니 내가 여기 와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형이 술 드시고 그 다음날, 누가 꿀물이라도 타주며 콩나물 국이라던지 해장국으로 속을 다스렸다면, 오늘의 형은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겁니다.
형수님 한테 전화 좀 해 보시라니까요. 나는 완곡하게 말했다.
그래서인가, 형은 형수가 앞이 안보이는데도 감자를 그렇게 잘 깠으며 음식 솜씨가 좋았다고 넋두리 했다.
덧붙이기를
형수는 명예원장이란다.
이말을 듣자, 아무말 할 수 없었다.
나는 말했다.
약시 서방 귀한줄 모르고...
이제는 나도 배가 고팠다.
그래서 전날 보아 두었던 냉장고 위의 미역을 꺼내고 미역국이라도 끓여 먹겠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음식 요리는 정말 소질없다.
하여튼 형은 눈 볼때 어머니가 요리하는거라든지 명절때 도와주지 않았냐며 정말 핀잔을 늘어놓았다.
물론, 해서는 좋을런지 라는 머릿말을 붙여서.
나는 여동생이 셋이라서 형과는 좀 다른 형편이었다 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에
형이 손님이 갖다준 석총이라며 꺼냈다.
나는 내가 어제 사온 생수를 찾았다.
형은 생수는 왜.
난 물에 타 먹는게 아녜요. 반문했다.
그러자, 형은 나에게 너는 도대체
눈 볼때, 꿀물 한 번 타본적이 없느냐는듯 힐난했다.
난 말했다.
어머님이 타 주는 꿀물만 마셔보았지...
결국 난 주전자대신에 냄비에 물을 끓였고
형이 석총을 타서 나에게 주었다.
나는 형부터 마시라고 했더니,
자신은 석총을 좋아하지 않는단다...
난 이제 집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형은 죽을 다 먹고 밥통에서 밥을 꺼내 먹고 있다.
내가 아침 설겆이를 하는 동안 형은 누워있었고
나에게 또 미안하지만 안마좀 해 달라고 했다.
난 앉아서 하는 안마를 하면 어떻겠냐며 하면서 침대로 다가섰다.
형은
앉았다가 다시 모로 누웠다.
내가 안마를 시작하면서
형님, 저 열두시쯤에 갈렵니다.
형은 그 말을 듣고 일어서더니 바깥으로 나가는 모양이었다.
나는 어제 형이 입으라 준 반바지를 벗고 어제 입고 왔던 옷으로 갈아입고
형이 들어오자 간다고 말했다.
그리고 형이 지금 당장 현금이 없는거 같아 보이니 삼만원 놓고 갈테니 , 그냥 드리면 형 자존심 상하는것 같아, 이 다음에 갚으세요 하니 형은 아무말 없이 돈을 챙겼다.
형은 어제 내가 그 누린밥을 비닐봉투에 둔걸 잡으며 일층에서 버리고 나와, 르네상스 로타리까지 배웅해 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부평 전철역에서 오년전에 나에게 침 맞았던 이계장이 날 알아보고 전화번호를 달라해서 불러주었다.
형은 내가 집으로 들어온지 약 오분정도 되어 잘 도착했나 확인 전화를 넣어 주었다.
열두시 삼십오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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