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탈해왕(脫解王) 3년 8월 4일이었다. 호공(瓠公)이 훨성서리(月城西理)를 걷고 있자니까 시림(始林)에서 뭔가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또한 거기엔 하늘로부터 자주빛 구름이 향기롭게 비치고 있어 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시림으로 달려가 보니 하늘에서 비쳐오는 자주빛 구름 한가운데 금궤가 한 개 놓여 있었다. 금궤는 나뭇 가지에 걸려 있었는데, 그 금궤 안에서 빛이 번쩍이며 새어 나오고 있었다.

  호공으로부터 이런 보고를 들은 탈해왕이 시림으로 달려가 그 금궤를 열었다. 그 안에서는 한 동자가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혁거세의 고사를 본받아 알지(閼知)라고 이름지었다. 알지는 신라어로 어린이라는 뜻이다. 알지를 안고 왕궁에 돌아오자 뭇 새와 짐승이 앞을 다투어 호송하며 즐겁게 노래 부르면서 춤추었다.

  탈해왕은 길일을 택하여 알지를 태자로 봉했다. 그러나 알지는 왕위를 파사(婆娑) 에게 양보하고 종신토록 왕위에 오르지 않았다.

  금궤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그 성을 김(金)이라 했으며 6대손인 미추(未鄒)가 비로소 왕위에 올랐다. 미추와 이후 신라의 왕위는 알지의 자손 김씨가 계승했다. 알지는 비록 금궤에서 태어났지만 이것도 역시 난생신화의 범주에 드는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