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라고 불리는 북구의 여러 신은 아스가르드(아사 신의 정원)라고 하는 아름다운 천상(天上)에 있는 도시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 아스가르드는 우주를 꿰뚫고 솟아 있는 이구드라시루라고 하는 거대한 나무 위에 있어, 여러 개의 큰 궁전이 구름 위에 솟아 우주의 중심이 되어 있다.

   아스가르드의 수령은 오딘이라 부르고 있다. [만물의 아버지], [전투의 아버지]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호칭이 있어, 여러 신들과 인간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 투구를 쓰고, 푸른 하늘빛 외투를 걸치고, 하얀 수염을 기르고, 한쪽 눈은 이지러져 있으나, 다른 한쪽 눈은 어떤 물체라도 꿰뚫어 볼 정도로 날카로운 빛을 발산하고 있다.

  아스가르드 궁전의 왕좌에서는 전 세계를 둘러볼 수가 있었다. 오딘은 즐겨 여기 앉아 그 한쪽 눈으로 산과 골짜기와 바다를 넘어서 멀리 세계 끝까지 바라본다. 인간의 도시들, 마을들, 논밭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과 동물, 전장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 무엇하나 그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인간이 사는 미드가르드 저쪽에는 거인의 나라 요트헤임이 펼쳐져 있다. 그곳에는 높은 산들과 신비로운 골짜기들에 둘러싸여 보기에 놀라운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거기에 사는 서리의 거인이나 산의 거인은 언제나 여러 신이나 인간에게 해를 끼치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 때문에 오딘은 언제나 아스가르드나 인간의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 둘러보고 있지 않으면 안되었다. 또 산들의 바위틈 같은 데는 검은 소인의 종족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야금술에 능숙하여서 금은이나 쇠, 보석으로 여러 가지 보물을 만들었다.

  오딘의 어깨 위에는 두 마리의 큰 까마귀가 앉아 있고, 그의 발 밑에 두 마리의 이리가 도사리고 앉아 있다. 큰 까마귀는 후긴과 무닌이라는 이름을 갖고, 아침이 되면 오딘의 어깨에서 날아가 세계를 한 바퀴 돌아다니다가, 저녁이 되면 다시 오딘에게로 돌아왔다. 오딘은 그 까마귀들로부터 세간의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그러는 중에 세계의 모습을 알고 지식을 넓혔다. 자기 자신도, 종종 여행을 떠나, 인간들 사이를 비집고 돌아다니며, 약한 자를 도와준다든가 오만한 자를 골탕먹이기도 한다. 그럴 때엔 외눈인 사실을 알리지 않기 위하여 테가 넓은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일반 백성과 같은 모습으로 출발한다. 그가 애용하는 것은 여덟 가지 다리를 가진 구래이프니루라는 마(魔)의 말이다.

  오딘은 신들의 수령이기 때문에 용맹스런 전사이기도 하지만, 모든 지혜에 통달해 있었다. 그가 한쪽 눈을 잃게 된 것도 실은 이 지혜를 얻은 결과였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구드라시르라고 하는 거대한 나무가 신들의 세계 아스가르드를 바치고, 우주를 꿰뚫어 솟아 있다. 나무에는 세 개의 굵은 뿌리가 있어, 한 뿌리는 신들의 세계에, 또 한 뿌리는 거인의 나라 요트헤임에, 나머지 한 뿌리는 사자(死者)의 나라 니후루헤임에 뻗쳐져 있다. 이 나무 뿌리 밑에 두 개의 샘이 있었다. 하나는 우루드의 샘이라 부르며, 그것을 노룬이라하는 세 자매가 지키고 있다. 그녀들은 모든 신과 인간의 운명을 맡아 있는 여신인데, 태어나는 인간의 수명이나 행복과 불행을 결정했다. 그래서 하루종일 우루드의 샘으로부터 물을 길어, 그 물을 이구드라시르의 나무에 붓고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니드보그라고 하는 지독한 용이 나무의 뿌리를 하루종일 갈아먹기 때문에 나무가 말라서 모든 신과 인간의 세계는 멸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 샘에는 두 마리의 하얀 백조가 헤엄치고 있다. 모든 신들은 언제나 이 샘가에서 모임을 갖고 있었다.

  또 하나는 미미루의 샘이라 부르며, 거인 미미루가 이 샘을 지키고 있다. 이 샘물에는 지혜와 지식이 간직돼 있어 하루종일 이 물을 마시는 미미루는 세계의 누구보다도 지혜가 뛰어났다. 어느날 오딘은 보다 더 지혜를 넓히고 싶다고 생각하여 이 샘으로 미미루를 방문했다. "미미루여, 나는 더 지식을 쌓고 싶구나. 어떤가, 자네의 샘물을 마시게 해주게" "그토록 이 샘물이 마시고 싶은가. 간단하게는 마시도록 해 줄 수 없네" "어떤 답례를 하면 마시게 해 주겠는가?" "자네의 한쪽 눈을 내놓는다면 마시도록 해주지. 그밖에 일은 소용없네"

  이 말에는 오딘도 주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현명해지고 싶은 마음은 단념할 수 없었다. 그는 입을 악물고 한쪽 눈을 뽑아서 미미루의 샘에 던졌다. 그리하여 그 물을 한 모금 얻어 마셨다. 오딘이 애꾸눈이라고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리하여 그는 애꾸눈이 되었으나, 그의 지혜는 점점 더 대단해져 갔다. 그는 그의 한쪽 눈으로도 세계를 잘 둘러보고, 인간의 마음 속속들이 들여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