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속인 남자

.

.

.

.

.

.

세계를 속인 남자

워너 로우 Werner Law ( -1979)

1968 The Man Who Fooled the World

3개월 전에 작은할아버지인 프랭크 M. 로우가 내 집에서 죽었다. 그 때 그는 한 뭉치의 원고를 남겼다. 그것은 그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생의 수기이며 여러 가지 점에서 충격적인 기록이었다.

그 수기를 이렇게 활자로 발표하기로 결심하기까지 나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아마 어딘가의 미술관이나 수집가가 수중에 가치 없는 미술품을 부둥켜안고 있는 것을 어떻게든 알아차리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문제의 수기를 읽기 전에 일단 설명을 해 두겠다. 나는 텔레비전 각본가로 아내 마리아 그리고 두 명의 아이와 함께 헐리우드 힐즈의 상당히 큰 집에 살고 있다. 딸 멜리사는 11살인데 영리하고 귀엽다. 아들 피터는 관심을 소홀히 할 수 없는 6살의 나이다. 그는 '피터, 뭘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지금 곧 그만둬라!'하고 늘 호통쳐야 할 만큼 철부지다.

작은 할아버지에 대한 내 오랜 기억은 가족 각자에게 보내져 오는 생일 카드였다. 그것은 로우 일가의 미국 친척 앞으로 세계 각지에서 보내 오는 것이었다. 작은할아버지는 수수께끼의 인물이었다. 아직 어렸던 나는 그의 일을 할아버지에게 물어볼 때마다 귀찮다고 꾸중 들었다. 당시의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은 그가 내 할아버지의 이복형제――증조부가 두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 둔 아들이라는 것뿐이었다.

25세가 됐을 때, 나는 할아버지에게 이제 이 나이가 됐으니 작은할아버지의 일을 가르쳐 주어도 괜찮지 않느냐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망설이듯 한숨을 쉰 다음에 결심한 듯이 말했다.

"좋다, 가르쳐 주지. 프랭크는 행실이 나쁘고 주정뱅이 건달이란다. 어머니에게서 상당한 유산을 받았는데도 술과――이것이 그의 약점이야――여자에 빠져 모두 탕진했지. 그 놈이야말로 아무런 가치가 없는 허무한 인생을 살고 있는 거야."

"지금도 소식을 있습니까?"

"있다. 1년에 한번, 거짓투성이의 근황을 써 보내지. 전부터 프랭크는 과대망상과 자기기만에 빠져 있단다."

"돈을 얻으러 온 일은요?"

"없다. 그 녀석이 원하는 건 이 곳 친척들에 관한 상세한 정보뿐이야. 왠지 나는 모르겠다."

1966년 11월 13일, 내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 현관 벨이 울렸다. 아내가 문을 열었다. 살짝 보니 어떤 남자가 그 곳에 서 있었다. 상당히 나이가 들어 보였다. 수수한 복장을 한 그는 가방과 보따리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그는 긴 코와 그 밑의 하얀 콧수염을 기르고, 키는 중간 정도이고 대단히 말랐으며,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내 집이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3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탓에 언덕길을 올라와 숨이 차서 그런 것 같았다.

"무슨 일이시죠?"

마리아가 말했다.

"말 좀 물어보겠는데, 여기가 워너 로우씨 댁이요?"

"네, 그렇습니다만."

"혹시, 있으면 만나고 싶은데요."

"실례입니다만, 누구시죠?"

"작은할아버지인 프랭크야. 마지막 입술을 축이러 찾아왔어."

만일 작가 생활을 50년 더 계속하더라도 이것을 능가하는 등장의 대사를 나는 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물론 나는 곧 현관으로 나가서 '어쨌든 안으로'하고 권했다.

"자네가 조카 워너인가?"

"그렇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나는 마리아를 소개했다. 이윽고 멜리사가 부엌에서 나왔으므로 그 아이도 소개했다.

"호오, 굉장한 미인이군."

그 뒤에는 틀에 박힌 대사로 나에게 "이 목마른 노인을 위해서 뭔가 홀짝홀짝 목을 축일 것이 없는가?"하고 그가 말했다.

2층에 침실이 하나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곳을 치워서 프랭크 작은할아버지의 방으로 했다. 그 날 저녁 나는 그가 짐 정리를 끝내고 방에 앉아서 위스키를 석 잔 해치우는 것을 보고 물어보았다.

"마지막 입술을 축이러 찾아왔다고 말씀하셨는데, 몸이 좋지 않습니까?"

"아니, 하지만 죽어 가는 건 틀림없어. 여기에 반 달 정도만 머무르면――솔직히 말해서 달리 갈 곳이 없어――곧 나는 너희들을 남기고 저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게 될 거다."

그는 빈 잔을 나에게 주었다.

"마침 이 곳에 있게 되어 다행이야."

나는 술을 한 잔 더 따른 다음, 왜 이 집에 찾아왔는지 물었다.

"그거? 버진 아일랜드의 의사에게서 이제 남은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들었을 때, 나는 결심했다. 미국으로 가서 시카고에 있는 클라라 숙모님의 집에서 죽겠다고. 클라라를 알고 있겠지?"

분명히 알고 있다. 클라라 숙모는 60이 넘은 미망인으로 접시 수집가로 유명했다. 숙모의 집은 모든 벽의 구석구석까지 그릇으로 덮여 있고, 게다가 지하실에는 커다란 보관실이 있다. 그 곳에는 대접시, 찻잔, 받침접시, 타원형의 접시 등이 방의 천정부터 마루까지의 선반에 빈틈없이 겹쳐 쌓여 있었다. 클라라 숙모가 전에 말해 준 것으로 볼 때, 그 곳에는 미술관에도 없는 명기가 완전무결한 형태로 10세트나 갖추어져 있는 듯했다.

"클라라는 나를 1주일 동안 묵게 해 주었어."

프랭크 작은할아버지는 거기까지 이야기한 후 잠시 사이를 두고 말했다.

"하지만 공교롭게 사소한 사건이 생겨서."

"설마 그 접시 중 어느 것을 깨뜨리신 건 아니겠죠?"

"뭐, 사실대로 말하면 그렇게 됐어. 하지만 그건 내 탓이 아니야. 그 재수 없는 사다리가 흔들흔들했기 때문이야."

"어느 사다리가요?"

"보관실 사다리. 글쎄, 어느 날 클라라가 외출하고 없는 동안에 반 다스 정도의 접시가 개수대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신세지는 대신 이것을 치워 주자고 생각했지. 그런데 아무 데도 치울 곳이 없는 거야. 나는 생각했지. 이것은 틀림없이 보관실 거다!"

"설마 그 접시를 떨어트린 건 아니겠죠?"

"뭐, 사실대로 말하면 그렇게 됐어. 글쎄 나는 그 접시를 들고 보관실로 내려갔어. 그런데 아래쪽 선반에는 그것과 맞는 접시가 없었어. 그래서 나는 6개의 접시를 든 채 사다리를 올라갔지. 제일 윗선반과 마주했을 때 재수 없이 사다리가 갑자기 기우뚱해서 옆으로 기울어졌어. 떨어지면 큰 부상이 틀림없지. 그래서 내 몸을 구하기 위해서 순간적으로 나는 6개의 접시를 아래로 떨어트리고 제일 윗선반에 매달렸지. 그런데 공교롭게도 재수 없는 사다리가 벽에 붙어 있지 않고 나하고 같이 쓰러졌어. 일제히 떨어져 오는 접시 밑에 깔려서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 다행히 무사히 호랑이굴을 빠져나오기는 했지만."

"클라라 숙모님은 뭐라고 하셨어요?"

"나는 클라라가 돌아오기 전에 짐을 꾸려서 나가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사정을 설명한 종이쪽지를 남겨 뒀지. 새 사다리를 사라는 충고도 덧붙여서."

클라라 숙모님이 진정제를 맞으며 병원에 입원하고 있을 광경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다.

"나는 그런 다음에 츠손에 있는 클라라의 아들 휴를 방문했지. 휴는 어머니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었기 때문에 욕지거리를 하며 나를 힐책했어. 곧 놈은 내 코 앞에서 문을 쾅 닫아버렸지. 그래서 나는 사크라멘트로 가기로 했어. 자네의 육촌인 존에게로. 그런데 존은 나를 묵게 해줄 방이 없기 때문에 자네가 있는 곳을 권하며 이곳으로 올 버스비를 주었지."

작은할아버지는 다시 빈 잔을 주었다.

"근사한 위스키구나."

어느 날 아침 3시쯤, 마리아와 나는 아래층 거실에서 들려오는 쉰 목소리의 노래소리에 눈을 떴다. 나는 일어나 계단에서 아래를 보았다. 작은할아버지가 혼자서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득한 디페러리!"

술잔을 손에 든 채 작은할아버지는 영국 뮤직홀 풍의 스텝을 밟고 있었다.

"아직 길은 멀다!"

문득 나는 그가 벌거벗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멀리 아득한 디페러리!"

작은할아버지는 아무것도 몸에 걸치고 있지 않았다.

"내 마음은 이미 그곳에 있네!"

나는 나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 침대로 돌아갔다.

서머셋 모옴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인간이 모순 덩어리가 아니라면, 인생은 견딜 수 없을 것이다."

프랭크 작은할아버지의 태도는 틀림없이 모순으로 차 있었다. 나체춤을 추는 습관이 있는 한편, 여자의 나체를 그린 그림을 까닭없이 싫어하는 것이 그 명백한 증거였다. 내 집안에 여자 나체 그림이 몇 장 걸려 있는 것에 작은할아버지는 화가 나는 것 같았다.

"여자 나체 따위를! 이런 것을 벽에 장식해 두는 것은 추접스러워! 순진한 아이들에게 저런 것을 보여줘도 되나! 수치를 알아야지. 추접스러워!"

후에 이 믿을 수 없는 빅토리아조 시대의 유풍이 무서운 소동을 불러일으키게 됐다. 멜리사가 학교에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크레용으로 그려 왔다. 그림 속의 비너스는 한 손으로 음부를 감싸고 한 손으로 유방을 숨기려 하고 있었다. 멜리사는 그 그림을 모두에게 보이며 돌아다니고, 우리는 그것을 칭찬했다. 언제나처럼 난로 옆에 앉아서 장난감 자동차로 놀고 있던 피터도 그 속에 가담했다.

그곳으로 상당히 마신 작은할아버지가 비틀비틀 계단을 내려왔다. 멜리사는 자랑스러운 듯이 그 작품을 보여주었다. 노인을 그것을 한번 보자마자 노발대발했다.

"여자 나체 따위를! 추접스러워!"

그는 마리아와 나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누가 이 아이에게 이런 추접스러운 것을 그리라고 가르쳤냐?"

갑자기 그는 그 그림을 난로에 던져넣어 태워버렸다. 멜리사는 금속성 소리를 지르고 울면서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추접스러워! 추접스러워!"

피터가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 리듬이 그에게 시적 감흥을 불러일으킨 것 같았다.

"여자 나체 따위를!"

피터는 그 음률에 맞춰 리듬을 타고 장난감 자동차로 탕탕 마루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추접스러워! 여자 나체 따위를!"

"시끄럽다. 조용히 해!"

나는 피터를 호통쳤다. 그런 다음 작은할아버지에게 화를 냈다.

"너무하시는군요. 어른답지 않은 행동을 하시다니."

노인은 대단히 부끄러워했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사소한 일인데, 참아 다오. 이제 곧 나는 저세상으로 갈 텐데."

프랭크 작은할아버지의 이런 틀에 박힌 말은 전부터 몇 번이나 들었고, 마리아도 나도 완전히 그에게 화가 나 있었기 때문에 별로 동정을 느끼지 못했다.

지금도 그것이 우리의 마음 속에 남아 있다.

다음날 아침 작은할아버지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내려오지 않아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마리아가 모습을 보러 갔다. 작은할아버지는 침대에서 죽어 있었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행복한 듯한 미소가 있었다.

즉시 의사를 불렀고, 1시간 후에 작은할아버지는 집에서 운반되어 나갔다. 다행히 아이들은 학교로 간 다음이었다.

왠지 모르게 슬픈 기분으로――짜증나는 일이 많긴 했지만, 작은할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었다――우리는 그의 유품을 정리했다. 이렇다할 것은 없었지만, 그 문제의 원고가 나왔다. 그것은 긴 세월에 걸쳐서 계속 쓰여진 듯하고, 호텔에 비치된 용지나 오래된 봉투의 겉장까지 온갖 종류의 종이에 그 특유의 비뚤어진 필적으로 쓰여 있었다. 그것을 판독하고 순서대로 한데 연결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마리아와 나는 그것을 타이프 원고로 다시 쳤다.

여러 가지 점에서 보아 그것은 수치를 모르는 충격적인 문서였다. 그 내용의 대부분은 한번 보아서는 믿을 수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그것들을 체크해 본 결과 다른 자료에서 증거를 얻을 수 있는 것에 한해서는 모두 정확하다는 것을 알았다. 수기의 부분부분에 내가 끼워넣은 설명을 '주'라고 표시했다. 그 이상은 모두 발견된 원고 그대로의 재현이다.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