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서머셋 모옴과의 최초의 만남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1908년, 런던 겨울의 어느 날 밤의 일이었다. 나는 당시 28세. 어머니가 남겨 주신 상당한 유산도 의외로 빨리 없어질 듯한 기미가 보였다. 그러나 내일을 걱정한다고 무엇이 오랴. 나는 최고의 요리와 와인을 맛보며 아름답고 부드러운 숙녀들과의 교제를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그날 밤도 나는 프로시와 베시라는 두 명의 사랑스러운 여성을 동반하고 모옴의 '돗드 부인'이라는 멋진 연극을 보러 갔다. 연극이 끝난 뒤 우리는 길을 가로질러 '아이비'로 들어갔다. 두꺼운 카펫과 번쩍거리는 유리그릇, 눈부신 은그릇을 갖춘 호화스러운 가게였다.

세 병째의 샴페인을 주문할 때까지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문득 보니 가까운 테이블에 W. 서머셋 모옴 바로 그 사람이 화려한 옷을 입은 숙녀와 신사 일행을 거느리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주=모옴은 이때 34세. 이미 장편소설을 8권, 대성공한 연극을 4편, 그 밖에 많은 단편을 쓰고 있었다.)

나는 즉시 그에게 인사하고 연극에 대해 칭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어서서 그의 테이블로 향했다. 샴페인이 들어갔기 때문에 발걸음은 좀 안정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머리는 진짜로 말짱했다.

내가 테이블로 다가갔을 때, 모옴은 대단히 익살스러운 일화를 이야기하고 있는 참이었다. 모옴은 내 숨을 목덜미에 느꼈던 것이 틀림없다. 곧 의자에서 몸을 돌려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부석부석한 눈과 커다란 귀를 한 작은 남자로 말을 조금 더듬거리는 버릇이 있었다.

"무…… 무슨 일이시죠?"

"서머셋, 이것만 전하고 싶었습니다. 오늘 밤 당신의 연극은 정말로 멋졌어요!"

(주=모옴이 불쾌하게 여기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서머셋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그것은…… 감사합니다. 일부러…… 여기까지 그걸 말하러 와 주신 건…… 친절한 분이군요."

그는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함께 자리에 앉지 않겠느냐 라는 초대인 것은 분명했다. 나는 옆테이블에서 의자를 하나 끌어와 모옴의 옆에 놓았다.

맞은편의 긴 의자에서는 프로시와 베시가 열심히 나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나는 모르는 체했다.

"부디 얘기를 계속해 주십시오, 서머셋."

모옴의 옆에 있던 부인이 나를 돌아보고 방긋 웃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 아닌 유명한 영화배우 패트릭 캠벨 부인이었다.

"하지만 당신 일행이 맞은편에서 기다리는 것 같은데요."

"아니오, 마담, 상관 말아 주십시오. 이렇게 서머셋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좀처럼 없으니까요."

나는 모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상냥한 미소를 띄우며 의자를 그의 옆으로 끌어당겼다.

프로시는 샴페인을 너무 마시면 못된 장난을 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녀는 킥킥 웃으면서 아직 마개를 따지 않은 세 병째의 샴페인을 냉각기에서 꺼내어 내 쪽으로 향해 바닥 위로 굴렸다. 병은 데굴데굴 굴러왔다. 웨이터가 그것을 알아차리고 당황해서 달려왔는데 때는 이미 늦었다. 아직 차가워져 있지 않았던 샴페인이 흔들려서 내압이 높아졌던 것이다. 철사가 끊어지고 마개가 기세 좋게 열려 뿜어나온 샴페인이 캠벨 부인의 양 다리와 붉은 사텐 가운의 옷자락에 물보라를 올리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그녀는 병 바로 앞에 있었던 것이다. 그녀를 보호하려고 나는 병을 바닥에서 들어올리고 일어서서 그것의 주둥이를 딴 곳으로 돌린 것까지는 좋았지만, 운 나쁘게도 마침 그 방향에 모옴이 있었다. 곧 모옴의 얼굴은 샴페인 분수로 흠뻑 젖었다.

물론 나는 이런 뜻밖의 사고를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냅킨으로 모옴의 얼굴을 싹싹 문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호의에서 나온 행동에 반항하며 모옴은 큰 소리로 항의하면서 일어섰다. 캠벨 부인도 의자에서 일어서며 나를 들이받았다.

"그만둬요, 이 얼간이 주정뱅이!"

들이받혀서 비틀거린 나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엉겁결에 테이블보의 한쪽 끝에 매달렸다. 공교롭게도 테이블보는 쓰러진 나를 따라왔기 때문에 그 위에 있던 유리그릇, 은그릇과 촛대가 계속해서 쓰러졌고, 동석하고 있던 부인들이 꺅 하고 비명을 질렀다. 모옴의 자리 앞에는 뜨거운 커피가 담긴 은포트가 놓여 있었는데, 그것이 쓰러져서 그 내용물이 전부 모옴의 바지로 떨어졌다. 모옴이 꺅 하고 소리지른 것과 내가 그쪽으로 쓰러지기 시작한 것은 동시였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그를 밑에 깔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나는 다행히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나는 웨이터의 부축을 받고 일어났고, 모옴도 다른 웨이터의 부축으로 일어났다. 웨이터는 불공평하게도 나에게 화를 냈다. 말할 것도 없이 이 사건이 전혀 내 탓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손님, 돌아가 주십시오. 지금 당장!"

"아니, 그 전에 친구인 서머셋에게 한 마디 하고 싶군."

서머셋 모옴은 아직 샴페인으로 젖어 있는 눈썹 밑에 화가 나서 불타오르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이 더러운 놈! 썩 꺼져!"

해도 너무했다. 욕 먹을 일을 한 기억 따위는 내게 없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 사건에 내가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것을 즉시 알았을 것이다. 그가 나에게 무례한 태도를 한 이유는 한 가지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필경 모옴은 신사는 아니었다.

나는 가슴을 펴고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아니, 나도 두번 다시 당신과 말하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예의 모르는 상대를 몰아세운 다음, 나는 등을 돌려 프로시와 베시를 데리고 부리나케 가게를 나갔다.

다음주 나는 런던의 시내에서 두번이나 모옴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첫번째는 피카델리 서커스에서의 일이다. 나는 길모퉁이에 서 있던 남자 한 명과 무심코 부딪쳤다. 그는 두툼한 종이 뭉치를 손에 들고 있었는데, 비틀거리면서 보도에서 발을 미끄러트려 그것을 땅에 떨어트렸다. 때마침 바람이 강했기 때문에 종이가 피카델리 서커스의 여기저기로 흩어져 날아가기 시작했다. 모옴은 화가 나서 한 마디 한 다음에 상대가 나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역시."

그는 이렇게 말하고 흩어진 종이를 주우러 차가 달리는 거리로 달려갔다.

두번째 만남은 그런 다음 2, 3일 후 본드거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동시에 서로를 보았지만, 모옴은 나를 못본 체 가장하며 멈추어 서서 담배가게의 유리창을 엿보고 있었다. 전에 무심코 부딪친 일을 사과하려고 나는 그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그는 외면했다. 그 순간 신사 한 명이 나를 앞질러 빠른 걸음으로 모옴에게 다가가 미소지으면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모옴은 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자네와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모옴이 유리창을 향해서 지껄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부탁이니까 앞으로 영원히 내 생활을 방해하지 말아 주게."

신사는 얼굴을 붉혔다.

"좋아, 알았어. 마음대로 해!"

신사는 등을 돌려 방금 온 방향으로――나를 스쳐――사라져 갔다. 뒤를 돌아다본 모옴은 나를 보고 난 후에 곧 큰 걸음으로 거리를 걸어서 사라져 가는 그의 친구의 뒷모습을 보았다. 모옴은 당황한 모습으로 친구의 뒤를 쫓아 뛰어가려고 했다.

"전날은 죄송했습니다, 서머셋. 하지만……."

나는 그가 가는 길을 가로막고 말을 걸었다.

"시끄러, 꺼져!"

모옴은 내게 호통친 다음 내 옆을 지나쳐 친구의 뒤를 쫓아 달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대로 거리를 걸어서 은행에 들렀는데, 지점장은 내 유산이 이미 바닥이 났다고 했다. 이것은 납득할 수 없었다. 5백 파운드라는 돈이 내 구좌에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지점장의 설명에 의하면, 나는 전에 약간의 사채를 전부 팔았는데, 이 5백 파운드는 그 매각 후에 생긴 이자이기 때문에 곧 산 사람에게서 청구를 받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무일푼이 된다.

이전부터 영국의 기후는 피부에 맞지 않았다. 더 온화한 지역의 기후는 책에서 여러 번 읽었다. 특히 남쪽의 섬들에서는 바나나나 팬 나무의 열매가 풍부하고 놀면서 지낼 수 있다고 했다. 5백 파운드의 예금을 인출해서 나는 오스트레일리아행 표를 끊어 런던항에서 배를 탔다.

은행의 지점장에게는 출발에 대해 알리지 않았다. 지점장은 많은 문제를 갖고 있는 대단히 바쁜 인물이라 더 이상 쓸데없는 고민을 안겨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배가 안개 낀 테임즈강을 전진하는 동안에, 나는 런던에 이별을 고했다. 배가 바다로 나가자, 나는 '이것으로 그 모옴이라는 불쾌한 남자와는 두번 다시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아아, 그러나 이것이 무서운 착각이라고는 신이 아닌 이상 알 방법이 없었다.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