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나는 타히티 섬에 머물기로 정했다. 초록이 무성해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섬은 아직 관광객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다. 나는 있는 돈의 나머지를 털어 자동차를 한 대 사서 택시 회사를 개업했다――섬에서는 매우 진귀한 사업이었다. 이것과 양조장 지하실에서 보일러 당번을 했기 때문에 생계는 충분했다. 나는 행복으로 가득 찼다.

그런데 그 무서운 날――1916년의 일이다―― W. 서머셋 모옴, 그 사람이 비서 제랄드 헉스톤과 함께 섬으로 도착했다는 소식이 귀에 들어왔다. 즉시 나는 행선지를 피해 가기로 마음 속으로 정했다. 나는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길렀고, 마지막으로 모옴을 만난 후 벌써 8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상대가 나를 알아차릴 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의 희생물이 되는 것은 딱 질색이다.

그러나 일은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어느 무더운 여름 날 택시 안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데 나를 쿡쿡 찌르는 사람이 있었다. 보니까 그는 헉스톤이며, 그 옆에는 모옴이 하얀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서있는 것이 아닌가.

헉스톤은 비교적 젊고 무례한 남자였다.

"이봐요, 이 차는 전세 자동차입니까?"

"아니."

"들어 주게나. 우리는 자동차가 꼭 필요해. 만약 자네가 마타이에어에 있는 아나니의 집에 안내해 줄 수 있다면 10프랑 내겠는데."

나는 충분히 잔 다음이고 주머니도 비어 있었다.

"20프랑으로 해주겠소? 길이 나빠서."

"좋아, 20프랑."

모옴이 말했다. 두 사람은 차의 뒷좌석에 탔다. 운전하고 있는 나에게 모옴은 말을 걸어왔다. 자기들이 타히티에 온 것은 화가 폴 고갱에 관해 취재하기 위해서다. 자네는 고갱에 관해 뭘 알고 있나 하고.

고갱이라는 주정뱅이 프랑스인의 그리에 대해 나도 여러 가지로 들었다. 주로 여자 나체 그림만 그렸다는 이야기다. 내가 파파테 양조장의 보일러실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고갱의 그림 10장이 반 인치 두께의 먼지에 덮여 석탄 상자 옆에 세워져 있었다. 계속 내리는 비로 보일러의 점화가 나쁘면 나는 그 그림을 1장 던져 넣고 불을 붙이기도 했다. 아마 고갱은 이 양조장에 맥주 외상이 있었는데 돈을 지불하는 대신에 외설적인 그림을 보내 준 것 같았다. 당시 양조장의 주인은 노발대발 화를 내고 한푼의 가치도 없는 캔버스를 보일러실로 내동댕이친 것이다. 아직 그 그림이 5장 남아 있었지만, 나는 고명한 모옴씨에게 그것을 가르쳐 줄 마음은 없었다. 아마 지금은 그 그림에도 어느 정도 가치가 새겼을 것이다. 양조장은 그 후 두번이나 주인이 바뀌었기 때문에 아직 5자의 그림이 그곳에 남아 있는 것은 나밖에 모른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그 그림을 태워 온 것도, 또 그런 기분이라면 나머지를 태우는 것도 누구 한 사람 모르며 신경도 쓰지 않을 테니까, 사실상 그것은 내 것이며 어떻게 하든 내 마음대로인 것이다.

나는 모옴에게 고갱의 일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이윽고 잡목이 우거진 수풀 안에 있는 아나니의 집에 도착했다. 우리 세 사람은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가 집주인을 만났다. 나이를 먹고 이빨이 빠진 코가 납작한 타히티 섬사람이었다. 모옴과 그는 프랑스어로 지껄이기 시작했는데, 나도 타히티로 와서 그 말에 익숙했기 때문에 대화내용을 알아들었다. 모옴은, 타히티로 온 것은 그 집의 문을 사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도 그곳에서 처음 알았는데, 고갱은 한때 그 집에서 병이 들고 그림을 그릴 재료가 떨어진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주=그렇다. 병에서 회복하기 시작한 고갱은 캔버스가 없었기 때문에 아나니의 집의 큰 방에 있는 문의 유리에 그림을 그렸다. 이 집은 당시의 타히티의 표준으로 볼 때 비교적 현대적이었다.)

그래서 고갱은 석 장의 유리문에 외설적인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그 중 두 장은 아이들이 손톱으로 긁어 놓았는지 거의 물감이 갈라져 떨어져 버렸다. 그러나 나머지 한 잔은 비교적 좋은 상태였다. 모옴은 200프랑으로 그것을 사들였다. 당시의 환율로 그것은 약 4파운드 또는 20달러에 상당했다.

모옴은 나에게 차의 공구를 가지고 와서 유리문을 떼어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일에 착수했다.

"주의를 기울여서! 주의해서!"

모옴은 내가 경첩의 나사를 푸는 동안 그렇게 계속 말했다.

"신경 쓰고 있어요!"

나는 마지막 나사를 뺐지만 경첩은 아직 문에 붙어 있었다. 억지로 떼어낸 순간 손이 미끄러져 문이 떨어졌는데, 헉스톤이 그것을 잡았다.

"이 서투른 사람이!"

모옴이 말했다. 또다시 예전의 짜증을 낸 것 같았다.

"문은 무사합니다, 모옴 선생."

1초에 1인치 정도씩 살살 걸어가면서 우리는 그 문을 차까지 운반했다. 실을 장소는 운전석밖에 없었다. 그러나 문이 컸기 때문에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없었다. 문의 3분의 2는 6장의 유리로 되어 있고, 팬의 나무 열매를 든 나체 여자의 외설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아래의 3분의 1은 그저 나무판이다.

"어디에 톱이 없을까?"

모옴이 물었다.

"그래, 톱이 있으면 나무 부분을 잘라 내면 되겠군!"

헉스톤의 뭔가 대단한 것을 발견이라도 한 듯 이빨을 드러내고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나는 4분의 1 마일밖에 살고 있는 여추장이 생각났다. 그곳이라면 톱이 있다. 우리 세 사람은 2백 프랑짜리 문을 부둥켜 들고 잡목이 우거진 수풀을 걷기 시작했다. 겨우 그 집에 도착해서 나는 톱을 빌려 문의 아래쪽 3분의 1을 잘라 버리기 시작했다. 모옴과 헉스톤은 입맛을 다시면서 주의하라고 계속 말했다. 마치 내가 다리 절단 수술을 하고 있고, 환자가 당장이라도 출혈로 죽을 것 같은 몸짓이었다.

내 일이 끝나자. 모옴과 헉스톤이 둘이서 판유리가 끼어 있는 부분을 차로 운반해 갔다. 두 사람은 그것을 뒷좌석으로 들고 타서 무릎 위에 얹고 가겠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출발했다. 두 사람은 더 주의해서 운전하라고 나를 호통쳤고, 나는 구멍과 복판에 메워진 통나무나 바위 투성이의 시골길을 가능한 한 주의해서 차를 달렸다. 뒤에 있는 두 사람들은 이런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모옴―― "어때, 제랄드, 우리는 대단히 훌륭한 보물을 찾아내지 않았나?"

헉스톤―― "세계에도 유례가 없습니다! 고갱의 유리 그림! 이것은 대단한 가치가 있는 겁니다."

모옴―― "내 서재의 북쪽 창에 이것을 끼워 놓을 거야."

헉스톤―― "기뻐서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차를 달리고 있는 동안, 잠시 쉬고 싶어져서 나는 작은 마을의 술집에 차를 세우고 코냑으로 목을 좀 축이고 싶다고 두 사람에게 알렸다. 그들은 파페테로 무사히 유리문을 가지고 돌아갈 때까지 술을 보류하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중요한 문이라면 걸어서 운반하라고 날카로운 어조로 마구 몰아세우며, 나는 차 열쇠를 뽑고 술집으로 들어갔다.

(주=아나니의 문의 발견에 관한 모옴 자신의 글도 이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단 아나니의 집으로 누가 차를 운전했는지에 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반 시간 후 코냑을 조금 마셔서 기분이 좋아진 나는 술집을 나와 택시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차 안에서는 아직 두 사람이 유리문을 꽉 부둥켜안고 있었다. 이제 해가 저문 탓에, 나는 돌에 걸려 비틀거리다 쓰러졌다. 마침 비가 온 후라 질퍽거리는 곳으로 얼굴을 처박았기 때문에 창피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군!"

모옴이 말하는 것이 들렸다.

"저 남자는 완전히 고주망태가 됐어!"

그런 일은 없다. 나는 운전석으로 다가와 문을 열었다.

"지금 뭐라고 했어?"

나는 화가 나서 잡아먹을 듯이 말했다.

"난 취하지 않았어!"

나는 차에 올라탔다.

"자네, 부탁이니까 더 천천히 몰아줘."

모옴이 말했다.

나는 정말로 이 두 사람의 속물과 그 무례함에 진절머리가 나 있었다. 그래서 차를 운전하면서 노래하기 시작했다.

"괴로움 따위 깨끗이 버려라!"

차는 계속 35마일로 가고 있었다. 밖은 이제 거의 어둡고 차에는 라이트가 없었지만, 나는 길을 훤히 알고 있었다.

"웃자, 웃자, 웃자!"

누군가가 방금 놓고 간 듯한 큰 돌에 부딪혀서 차가 약간 뒤집힐 뻔했다.

"속도를 낮춰, 빌어먹을 놈!"

모옴이 놀라서 소리쳤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혼나는 것이 제일 싫다. 속도를 40마일로 올렸다. 그들이 호통치면 호통칠수록 오히려 더 빨리 달렸다. 차는 쾅 하고 움푹 팬 곳에 떨어져 통나무 위로 튀어오르는가 하면, 한번은 나무줄기에 스쳤다.

"잔소리는 금물이야."

그 지긋지긋한 유리문이 어떻게 되든 내가 알 바가 아니다!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아!"

파페테에 도착했을 때쯤에는 화도 가라앉았기 때문에, 나는 두 사람을 안전하게 호텔 앞까지 보내 주었다. 차를 내려서 모옴의 옆문을 열자, 한심하게도 그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떨고 있었다. 헉스톤도 똑같았다. 어느쪽도 도저히 유리문을 문반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나는 모옴에게서 그것을 빼앗았다.

"안 돼! 그것에 손대지 마!"

하지만 나는 이미 호텔의 포치로 가는 계단을 뛰어올라가고 있었다.

(주=아아, 만사 OK다!)

내가 모르는 동안에, 호텔 사람들은 낡고 썩은 계단을 새 것으로 바꾼 듯했다. 하지마 전에는 네 단이었던 그것이 지금은 다섯 단으로 변해 있었다. 그 결과――이것은 내 탓이 아니지만――제일 위의 단에 발을 부딪친 나는 유리문을 아래에 깔고 포치로 꼬꾸라졌다. 물론 유리는 박살났다. 하지만 그것보다 튀어 흩어진 파편이 박혀 찔린 것이 중대했다. 나는 얼굴도 손도 피투성이가 되었다. 고개를 드니 모옴과 헉스톤이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다.

모옴은 거친 숨으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 바보! 이 멍청이! 이 주정뱅이! 지금 어떤 짓을 했는지 알고 있어?"

옛날처럼 미친 듯이 화가난 그는 내 엉덩이를 차며 소리쳤다.

"빌어먹을 놈! 지옥으로 떨어져 버려!"

피투성이가 되어 누워 있는 나에게 욕지거리를 퍼붓는 것도 모자라 엉덩이를 차다니! 누구든 용서할 수 없다. 게다가 이것은 그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일념에서 한 일이다. 이것에 대한 복수로 모옴이 평생 잊을 수 없는 뜨끔한 맛을 보여주겠다고 결심했다.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