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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내 뒤를 따라 양조장의 좁은 계단을 내려와 보일러실로 들어왔다. 하나 있는 높은 창문에서 한 줄기 빛이 비쳐들고 있을 뿐이라서 안은 약간 어두웠다. 방 한가운데에 석탄을 때는 난로가 있었다. 그 주위에는 빈 맥주병이 들어 있는 나무상자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창 아래 의자에 나는 두 사람이 앉도록 권했다.

창턱 위에는 내가 미리 얹어 놓은 브랜디병이 있었다. 안에 든 것은 물인데, 병은 갈색이었다.

"자아."

나는 어두운 방안을 걸어다니면서 말했다.

"그 그림이 어디 있지?"

"여러분, 잠깐 실례. 무척 목이 말라서요."

나는 병째 들고 꿀꺽꿀꺽 마셨다.

"어디 있지?"

"이런! 이곳 아이들이 태워 버렸을지도 몰라! 아깝군!"

의자 쪽에서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만약 그것이 여러분이 말하신 대로 가짜라면 별로 아까울 것은 없습니다."

나는 다시 브랜디를 들이켰다.

"아니, 기다려 주십시오. 어쩌면 이쪽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대로였다. 나는 그것을 어둠 속에서 운반해 냈다.

"음! 역시 이곳에 있었군!"

나는 바닥에 그것들을 내던지며 말했다.

"이거 안되겠군, 먼지투성이야!"

나는 넝마 조각을 꺼내서 그 중 한 장을 거칠게 닦기 시작했다.

"그러지 마!"

모옴이 소리쳤다.

나는 닦는 것을 멈추고, 넝마 조각으로 살짝 먼지를 털어 넉 장의 그림을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지고 갔다.

"이것입니다. 천천히 감상하세요."

나는 구석으로 들어가 일부러 커다란 소리를 내고 브랜디를 단숨에 들이키면서, 두 사람이 그림을 차례차례 살피는 것을 곁눈으로 관찰했다.

브랜디가 효력을 발휘할 정도의 시간을 충분히 가늠하고, 나는 비틀거리면서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어떻습니까? 역시 가짜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모옴과 헉스톤은 눈짓을 했다.

"안됐지만 아무래도 가짜인 것 같군."

헉스톤이 말했다.

"모옴 선생의 의견은?"

모옴은 망설인 끝에 이렇게 대답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역시 그는 헉스톤 같은 파렴치한 거짓말장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뭐라도 사고 싶군. 운에 맡기는 마음으로."

그러나 거짓말장이인 점은 똑같았다.

페페테에는 온순하기 때문에 마을에 나다니는 것을 허락받기는 했지만, 눈동자를 빙글빙글 돌리는 미친 사람이 있다. 나는 두세 걸음 비틀거린 다음 그 흉내를 냈다.

"아니, 모처럼이지만 그것은 팔 수 없습니다."

"어째서지?"

헉스톤이 물었다.

"그건 5장 모두 가짜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구석으로 가서 브랜디를 다 마시고 빈 병을 바닥에 내던져서 깼다.

"저 놈 또 고주망태가 됐어!"

모옴이 속삭이는 것이 들렸다.

"둁떻게 자네가 가짜라는 걸 알지?"

헉스톤이 방의 반대쪽에서 물었다.

"그건…… 내가 그렸으니까!"

"드디어 미쳤나!"

모옴이 헉스톤을 향해서 그렇게 말했다.

나는 비틀비틀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렇고말고! 내가 그렸어! 나도 대단한 예술가지!"

"가령 가짜라 해도,"

모옴은 미친 사람을 달래기 시작했다.

"이들 그림에는 그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어. 어쨌든 나는 사기로 결정했네."

"그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

나는 환희의 소리를 질렀다.

"고맙습니다, 선생! 감사합니다! 내 작품을 칭찬해 준 것은 선생이 처음입니다!"

"이것을 전부 해서 50파운드에 사겠네."

"50파운드? 아아, 유혹하시는군요, 선생. 나는 유혹당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 됩니다."

나는 확고한 결의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안 됩니다! 나는 미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여러분에게 내 작품에 가치가 있는지 어떤지 그것을 가르쳐 받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럼 있고말고, 물론 있네!"

헉스톤이 외쳤다.

"아니, 안 됩니다. 내 작품은 팔 물건이 아닙니다. 그리고 만일 이 그림이 파렴치한 인간의 손에 의해 진짜 고갱의 작품이라고 해서 팔리면 어떻게 됩니까? 그런 일이 있으면 안됩니다!"

나는 넉 장의 그림을 바닥에서 집어올리고 다섯 장째를 헉스톤에게서 잡아챘다.

"이런 건 태워 버리겠어!"

나는 난로로 다가가 뚜껑을 열었다.

모옴이 일어섰다.

"안 돼! 그만둬!"

"아니, 태워 버리지 않으면 안됩니다."

두 장의 그림을 난로 속으로 던져 넣자, 그것들은 곧 불길에 휩싸였다.

"무슨 짓을 하는 거야!"

헉스톤은 절규했다.

나는 석 장째를 던져넣었다.

"그를 말려!"

모옴이 헉스톤에게 소리쳤고, 헉스톤은 나에게 다가오려 했다.

나는 석탄용 삽을 들고 휘둘렀다.

"이건 내 그림이야! 이걸 어떻게 하든 내 마음이야!"

나는 넉 장째와 다섯 장째를 던져넣고 뚜껑을 거칠게 닫았다.

"좋아! 이걸로 끝났어!"

"아아, 무슨 짓을?"

모옴이 신음했다.

"하지만 모옴 선생, 당신의 격려에는 감사합니다. 그 격려가 없었다면 나는 영원히 그림 그리기를 단념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나는 두 사람을 지하실에 남겨두고 지체없이 계단을 올라갔다. 모옴 선생에 대한 나의 복수는 훌륭히 완성됐다. 지금도 그때의 광경을 생각해 내면 회심의 미소가 밀려온다.

(주=회심의 미소! 이것은 내가 지금까지 읽은 것 가운데에서 가장 무서운 표현의 하나다. 대체 모옴이 프랭크 작은할아버지에게 무슨 짓을 했다는 것일까? 그를 호통치고 단 한번 발로 찼을 뿐――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이 아닌가.)

호텔의 여종업원에게서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모옴은 보일러실 사건 이래 침대에 누워 3일간은 일은커녕 음식도 삼킬 수 없는 상태였던 것 같다. 나는 다소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원망은 완전히 청산하고 일단 죄를 없애자고 생각했다. 나는 잡목이 우거진 수풀에 있는 한 채의 폐허로 가서 전에 내가 깬 것과 비슷한 유리문을 발견했다. 그것을 경첩에서 빼내고 아래 3분의 1을 톱으로 잘라내어 내 집으로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고 유리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진짜 다섯 장의 고갱―― 물론 그것들은 아직 내 수중에 남아 있다―― 으로 보면 그가 같은 소재를 다른 방법으로 몇 번이나 손수 다룬 것은 알고 있었다.

내가 깬 그 문에는 판 나무의 열매를 든 나체 여자가 오른쪽에 그려져 있었다. 나는 그녀를 왼쪽에 그렸다. 하얀 토끼가 왼쪽에 있었다. 그것을 오른쪽에 그렸다. 진짜는 여자의 등뒤의 바다가 녹색이었다. 나는 그것을 푸르게 했다.

그림물감이 새 것이면 좋지 않기 때문에 문에 추를 달고 3일 정도 바다에 담가 두었다. 그리고 나서 끌어올려 햇볕에 말렸다. 그곳으로 작은 돌을 가볍게 던졌다. 모래로 문지르고 커피 앙금으로 문질렀다. 곧잘 내 집으로 찾아오는 작은 개가 있다. 나는 그 작은 개를 안아올려 발톱이 유리에 닿을 정도의 거리로 가지고 갔다. 물론 작은 개는 도망치려고 발버둥치고 그 박자로 발톱으로 약간 물감을 긁었다. 이것은 내가 한 일이지만 명안으로 생각되었다. 모든 것이 끝나자, 그 진짜 유리문보다는 약간 나은 상태이지만 상당히 낡은 그림이 완성되었다.

나는 그것을 낡은 신문으로 싸서 호텔로 가지고 갔다. 두 사람은 전날과 똑같이 베란다에서 한잔 하고 있는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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