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백이 대답하였다.
말씀하신바와 같이 확실히 5절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진애, 발몽, 거조, 철의, 해혹의 5가지입니다.

황제께서 말씀하셨다.
선생은 다만 5절의 명칭만을 말했는데, 나는 그 각각이 무엇인지 모르겠소.

기백이 아뢰었다.
그러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진애란 체표부의 경락에 자침하여 양경맥의 병을 고치는 방법입니다.
발몽이란 6부의 수혈을 자침하여 6부의 병을 고치는 것입니다.
거조란 관절과 수족의 낙맥을 자침하는 방법입니다.
철의란 모든 양의 부위에 기혈을 자침하는 방법입니다.
해혹이란 모든 음양의 조화 방법을 알아서 유여 부족을 보사하고, 혈기의 편재를 시정하는 방법입니다.

황제께서 말씀하셨다.
5절의 자법 중 진애는 체표부를 자침하여 양경맥의 병을 고친다고 하였는데, 나는 유감스럽게도 선생의 설명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소.
더 자세히 가르쳐 주오.

기백이 아뢰었다.
진애의 자법은 양기가 모두 위로 올라가서 가슴속에 충만되므로 괴로워서 어깨로 호흡을 하고, 혹은 호흡을 맡은 종기가 갑자기 위로 치밀어 숨결이 거칠고, 목소리가 쉬며, 앉았다가 엎드렸다가 안절부절 못하여 편안히 누워 있을 수가 없으며, 또 이 병에 걸리면 먼지나 연기에 목이 매여 숨도 쉴 수 없는 자들을 치료하는데 씁니다.
마치 먼지를 털어내는 것처럼 급속한 효과가 있으므로 진애라고 합니다.

황제께서 말씀하셨다.
알겠소. 취혈법은 어떠하오?

기백이 아뢰었다.
천용에 취혈합니다.

황제께서 물으셨다.
알겠소. 천용에 취혈한다 숨이 막힐듯이 기침이 나서 상체를 굽히고, 가슴에 동통이 괴로워하는 자는 어디를 취혈하오?

기백이 대답하였다.
염천을 취혈합니다.

황제께서 물으셨다.
그 자법의 주의 사항은 무엇이요?

기백이 대답하였다.
천용을 취혈하여 자입할 때는 10분간 이상 시술을 계속해서는 안됩니다.
또 염천에 취혈하여 자침할 때는 환자의 안색이 변화되면 그칩니다.
황제께서 이를 수긍하시고, 가슴속에 아로 새기듯이 눈을 감고 있다가 말씀하셨다.
5절의 자법 중 발몽이란 것의 진의를 나는 모르겠소.
나의 생각으로는 발몽이란 귀가 잘 안 들리는 자나, 눈이 나쁜 자에게 시술하는 것일듯한데, 선생은 6부의 수혈을 자침하여 6부의 병을 고친다고 하였소.
그러면 어느 수혈을 쓰면 되는지 묻고 싶소.

기백이 아뢰었다.
탄복하였습니다. 참으로 미묘한 질문으로써 이는 자법의 대법, 침술의 극치입니다.
심기와도 비길 수 있는 것으로 필설로는 도저히 다 설명할 수 없습니다.
발몽이란 것은 그 효과가 눈을 가렸다가 떼고 보는 것처럼 즉시에 나타나므로 그렇게 명명된 것입니다.

황제께서 말씀하셨다.
부디 그것을 남김없이 설명해 주오.

기백이 아뢰었다.
이 자법은 반드시 정오에 실시합니다.
청궁에 자침하여 침의 반향이 눈속에 나타나면 들리지 않던 귀가 들리게 되는 동시에 술자에게도 그것이 들립니다.
이 소장경의 수혈이 발몽의 주요혈입니다.

황제께서 물으셨다.
알겠소. 그런데 술자에게도 들린다는 것은 무엇이요?

기백이 대답하였다.
미리 환자로 하여금 손으로 콧구멍을 막게 하여 급하게 숨을 쉬지 못하게 한 다음 지금 눈에 울렸다고 말을 시키면 사기를 바로 찔렀을 때 그 환자의 음성이 침을 따라서 술자에게도 들립니다.

황제께서 말씀하셨다.
알겠소. 이것이 보지 않고 하는 일이구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침에서 손으로 울림으로써 효과를 알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묘할 일이다.
황제께서 계속하여 말씀하셨다.
5절의 자법 중 거조는 관절과 수족의 낙맥을 자침한다고 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오.

기백이 아뢰었다.
허리나 등은 신체의 대관절입니다.
다리는 사람에게 있어서 뛰는 기관입니다.
음경과 고환은 신체의 속의 기관을 발현하는 기관이며, 생식 행위의 도구이고, 또한 체액의 유통 기관이기도 합니다.
고로 음식의 불섭생이나, 급격한 정신 감동에 의하여 체액의 유통에 혼란이 생기면 체액이 내부에 충만되어 내려 가서 고환에 머물러 혈행이 저해되어 고환은 점점 커져서 운동에 불편하여 뛸 수도 없습니다.
이 병은 물이 고환에 모여서 올라 가지도 내려 가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는 피침이나 석침으로 물을 빼냅니다.
이 음낭의 수종은 음낭이 본래 밖으로 돌출된 것이므로 감출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길어진 손톱을 가위로 잘라 내는듯이 시술에 의하여 수분을 제거하므로 거조라고 명명합니다.

황제께서 수긍하시고 계속해서 물으셨다.
5절의 자법 중 철의는 모든 양의 부위의 기혈을 자침한다고 하였는데, 기혈이란 일정한 위치가 없는 혈을 말하는 것인지 설명해 주오.

기백이 아뢰었다.
이 자법을 쓰는 경우는 양기 유여, 음기 부족할 때입니다.
음기가 부족하면 내열이 생깁니다.
양기가 유여하면 외열이 생깁니다. 내외의 열이 서로 부딪치면 내부에서는 품안에 숯불을 안은 것처럼 뜨겁고, 외부도 열이 나서 옷을 걸칠 수 없고, 이불을 덮을 수도 없습니다.
모공이 막혀서 땀도 안 납니다. 혀와 입술이 말라서 까칠까칠해지고, 신체의 기육도 번조하고, 목이 말라서 음료의 맛에 양부를 느낄 겨를도 없이 꿀꺽꿀꺽 마시게 됩니다.

황제께서 말씀하셨다.
좋소. 그 취혈법은 어떠하오?

기백이 대답하였다.
먼저 천부와 대저를 3자하고, 또한 등의 수혈을 자침하여 그 열을 제거하고, 최후에 족태음 비경과 수태음 폐경을 보하여 발한시킵니다.
그러면 발한에 의하여 열이 내리는데, 그 발한 해열되는 상태는 마치 옷을 벗는 것처럼 빠릅니다.

황제께서 수긍하시고, 남은 한가지에 대해서 계속 물으셨다.
5절의 자법 중 해혹은 모든 음양의 조화를 꾀하는 방법을 알아서 유여 부족을 보사하여 혈기의 편재를 시정하는 것이라고 들었는데, 혹을 해한다는 것은 무엇이요?

기백이 대답하였다.
바람에 쐬어 사기가 체표에 머물면 혈맥속에 허한 곳은 실한 곳이 생겨서 혈의 편재를 일으킵니다.
혈맥의 허한 곳은 혈이 없어서 공허하며, 실한 곳은 혈이 너무 충만합니다.
그러면 반신은 잘 움직이지만, 반신은 불수가 되므로 한쪽으로 쓰러져서 움직이지 못하고, 정신도 희미해집니다.
동서남북, 상하좌우, 사물의 이치도 모르게 되어 환자의 혼이 미혹된 듯이 됩니다.

황제께서 물으셨다.
알겠소. 그러면 그 취혈법은 어떠하오?

기백이 대답하였다.
유여를 사하고 부족을 보해 주면 음양의 조화가 잡혀서 혈의 편재가 없어집니다.
이러한 자법을 실시하면 사람에게 이치를 설명하여 의혹을 풀어 주는 것보다 더 빨리 주요하는 것입니다.

황제께서 밝은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좋소. 충분히 이해하였소. 지금부터 이 기록을 제실 도서관에 소중히 보관하여 함부로 꺼내어 하찮은 자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하겠소.
황제께서는 잠시 휴식한 다음 다시 기백에게 물으셨다.
나는 자법에 5사란 것이 있다고 들었는데, 5사는 무엇이요?

기백이 대답하였다.
옹사, 대사, 소사, 열사, 한사가 있으며, 이 5가지를 5사라 합니다.

황제께서 물으셨다.
그 5사에 대한 자법은 어떠하오?

기백이 대답하였다.
5사에 대한 자법은 다음의 5가지입니다.
종기는 흩어지게 하고, 기가 너무 충실한 곳은 줄이고, 기가 허탈한 곳은 더해 주고, 열을 식히고, 한은 다습케 합니다.
이 구체적인 방법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옹사를 자침할 때는 종창이 한창 성할 때는 피해야 합니다.
백성들의 풍속을 바꾸거나, 사람들의 성질을 고칠 경우와 같이 충분한 일시를 두고 실시합니다.
서둘러서는 아니 됩니다. 그래도 배농이 안되면 종창의 국소를 부드럽게 하도록 가볍게 안마를 하거나, 약간 가온하거나, 가볍게 자침하거나, 혹은 약물을 복용시켜서 옹사의 주력을 일정 부위에 안정시키지 않고 흩어지게 합니다.
또 음양의 경맥상에 옹이 생겼을 때는 각기의 수혈을 취하여 사합니다.
대사를 자침하는데는 사기가 성대한 것을 점점 작게 되도록 사기의 유여를 누출 제거하는 사법의 수기를 쓰면 허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막힌 혈기의 통로를 뚫어서 사기를 배제합니다.
이 때 피부나 기육의 상태에 주목하여 정기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대사는 체표부에 있는 것이므로 양경맥상의 분육간을 얕게 취혈합니다.
소사를 자침하는데는 정기가 허쇠한 것을 점점 성대해지도록 정기의 부족을 충실케 하는 보법을 쓰면 병사의 손상됨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기가 충실한 경맥에서 허쇠한 경맥으로 정기를 영입할 수 있도록 자침하면 정기가 여기 저기서 모여 들어 허쇠하던 경맥도 충실해집니다.
소사는 원래 내부에 있는 것이므로 이렇게 자침하면 외부를 침범함이 없이 스스로 없어집니다.
이 때는 분육간의 대사의 경우보다 다소 깊이 자침합니다.
열사를 자침하는데는 발한시켜서 땀과 함께 열을 추방하여 사열을 제거하면 되는 것이므로 사열을 추방한 다음 다시금 사열이 잠입하지 않도록 하면 병이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폐쇄된 모공을 침으로 열어서 사열을 땀과 함께 추방합니다.
한사를 자침하는데는 수일에 걸쳐 서서히 가온하도록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서히 침을 진퇴시켜서 정기를 불러 들입니다.
그리하여 기가 도래했을 때 침공을 눌러서 정기가 누출되지 않도록 하면 허실의 조화가 잡혀서 정기가 남게 되므로 점점 따스해져서 한이 제거됩니다.

황제께서 물으셨다.
5사에 대한 9침의 기능은 어떠하오?

기백이 대답하였다.
옹사를 자침하는데는 피침을 씁니다.
대사를 자침하는데는 봉침을 씁니다. 소사를 자침하는데는 원리침을 씁니다. 열사를 자침하는데는 참침을 씁니다.
한사를 자침하는데는 호침을 씁니다.
기백은 5사의 설명을 끝내고, 가만히 황제의 용안을 살피다가 서서히 말을 이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해결의 이치를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사람은 천지의 음양이나, 4시의 계절 등에서 큰 영향을 받고 살아갑니다.
그러므로 가끔 혈기가 맺힌 것을 풀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비유해서 말씀 드리면 습지에서 자연히 갈대나 부들이 나는 것이므로 갈대나 부들을 보게 되면 그 밑에 습지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체에 있어서도 외견상으로 그 사람의 기력이나 체력을 알 수 있습니다.
음양의 변화는 한서의 변환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더운 기후가 되면 비가 내리고, 식물은 상부의 잎이나 줄기에 많은 수분이 함유되고, 지하의 뿌리는 물에 잠겨 오히려 위축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더울 때는 사람의 혈기도 외표에 부상하여 피부는 이완되고, 모공이 열려서 땀이 많이 나서 피부는 언제나 습해 있지만, 내부의 혈기는 적어집니다.
추워지면 땅이 얼고 물도 업니다. 이 때 사람의 혈기는 속에 깊이 가라앉습니다.
피부는 치밀해지고, 모공은 닫혀서 땀이 안 납니다.
혈기는 속에 충만되고, 기육도 견고해져서 신축이 삽해집니다.
하천의 흐름을 잘 제어하는 기술자도 물이 얼어붙은 엄한에서는 손을 쓸 수 없습니다.
땅을 파는 명인이라 할지라도 꽁꽁 얼어붙은 땅을 파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침술에 능한 자도 환자의 수족이 말단에서 냉해 오는 상태에서는 자침하여 병을 고칠 수는 없습니다.
혈맥이 굳게 맺혀서 불통인 것을 그냥 유통시킬 수는 없습니다.
하천의 흐름을 다스리는 기술자도 봄이 되어 기후가 따스해져서 얼음이 녹기를 기다려서 공사를 합니다.
땅 파는 명인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의 경우도 똑같습니다.
수족의 냉이 심하여 인사불성이 된 환자는 먼저 약액으로 찜질하여 가온해서 경맥은 물론이고 장, 액, 주, 거, 항, 배 등의 전신의 관절부를 가온하여 이완시킵니다.
열의 힘이 체표에 삼투하면 응결된 혈맥이 돌기 시작합니다.
이 때 비로소 이상한 맥상을 나타낸 경맥을 이침하여 이를 평온하게 해줍니다.
또 혈맥이 굳게 맺혀서 불통이 된 자는 맺힌 곳을 침으로 찔러서 뚫고 흩어지게 합니다.
그러면 궐기의 역상이 멎게 되므로 시술을 그칩니다. 이것이 맺힌 것을 푸는 소위 해결입니다.
이 경우의 용침법은 요컨대 기를 조화시키는데 있습니다.
이 기는 음식물의 정미에서 생긴 것입니다.
이는 먼저 위에서 영기와 위기로 되어 나가서 경맥의 내외를 운행합니다.
또 하나는 종기로 되어 흉중의 기해에 머물러서 그 중 하행하는 것은 족양명 위경의 기충으로 가서 상행하는 것은 기관지에서 상행합니다.
고로 냉한 궐기가 족에 있으면 이에 방해되어 종기의 하행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혈맥 중의 혈이 냉 때문에 응체되므로 이 경우는 열로 가온하여 혈의 응체를 제거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침
을 쓰는 자는 먼저 경맥과 낙맥의 허와 실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맥을 어루만져 누르고 두드려서 그 반응 상태를 소상히 관찰 고려하여 그 연후에 비로소 자침합니다.
원래 수족의 12경맥이 규정대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면 이는 건강인입니다.
비록 아직 병의 증상이 남아 있더라도 곧 자연히 낫게 됩니다.
만약 어떤 경맥의 상태가 상부가 실하고, 하부가 허하여 그 유통이 저해된 자는 그 경맥상의 낙맥이 불룩하거나, 혹은 혈락이 울결되어 경기의 유통을 방해하고 있으므로 이를 잘 살펴서 맺힌 곳을 사해 주면 경기가 통하여 흐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를 해결이라 합니다.
신체의 상부가 냉하고, 하부가 열할 때는 족태양 방광경상의 항의 부위에 자침하여 유침합니다.
그리고 발침한 후에 항부와 견갑부에 불에 쬔 약포를 대고 가온하면 한열 양기가 서로 만나서 조화가 이루어지므로 거기서 시술을 그칩니다.
이 시술법이 밀어 올리는 방법이며, 상부에 취혈하여 열을 밀어 올리는 것입니다.
신체의 상부가 열하고, 하부가 냉할 때는 말초 부위의 경맥상의 맥기가 쇠하여 함몰된 부위를 찾아서 거기에 취혈하여 적절한 치법을 실시하면 열기가 하행하여 한열의 기가 조화되므로 거기서 시술을 그칩니다.
이 시술법이 끌어 내리는 방법이며, 하부에 취혈하여 열을 끌어 내리는 것입니다.
전신의 표면에 열이 충만되어 정신이 약간 이상해져서 환영이 보이거나 들리거나 해서 멋대로 헛소리를 짓거리는 환자는 족양명 위경과 그 낙맥상의 이상을 살펴서 허한 자는 보하고, 울결된 혈락이 있거나, 응고가 있는 자는 사합니다.
그와 동시에 환자를 눕혀서 환자의 머리쪽에 앉아서 양손의 모지와 식지를 써서 양쪽 경동맥을 쥐고, 잠시 그대로 잡고 비틀듯이 밀어 내려서 결분부에까지 이르러 그칩니다.
이를 되풀이하여 열이 가시면 시술을 그칩니다.
이 시술법이 밀어서 흩어지게 하는 방법이며, 위에서 밀어 내려 열을 분산시키는 것입니다.

황제께서는 피로한 기색도 없이 기백에게 물으셨다.
하나의 경맥에서도 여러 가지 병에 걸린다.
통, 옹, 열, 한, 양, 비, 불인 등 다 셀 수 없을 정도인데, 무슨 까닭이요?

기백이 대답하였다.
이는 모두 사기의 소위입니다.

황제께서 물으셨다.
나는 일찍이 기에는 진기, 정기, 사기의 3자가 있다고 들었는데, 무엇을 진기라 하오?

기백이 대답하였다.
진기란 천지 음양을 대표하는 부모로부터 받은 선천의 기와 천으로부터의 흡기와 지에 유리하는 음식물의 기인 후천의 기 3가지가 합쳐진 것을 말하며, 사람의 전신에 충실해 있는 것입니다.
정기란 보통 진기를 말하는 것인데, 질문하시는바와 같이 3가지를 말할 때는 정풍의 기를 말합니다.
이는 봄의 동풍, 여름의 남풍, 가을의 서풍, 겨울의 북풍이 온화한 작용을 하는 것인데, 이것이 더 부드러워서 만물을 생장 양육하는 정풍을 실풍이라고도 합니다.
사기란 여기서는 정풍의 역방향에서 불어 오는 바람이 가져 오는 사기를 말합니다.
봄의 서풍, 여름의 북풍, 가을의 동풍, 겨울의 남풍을 허풍이라 하는데, 이것이 사람을 가장 잘 손상케 합니다.
일단 허풍이 사람을 침범하면 사기가 체내 깊이 침입하여 자연히 달아나는 일이 없습니다.
이에 반하여 정풍은 비록 정면으로 바람을 받더라도 그 영향은 얕은 부위에 머물므로 진기를 만나면 저절로 달아납니다.
그것은 정풍의 작용이 약하여 진기에는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허풍의 사기가 사람을 손상하면 물을 끼얹은 것처럼 오싹오싹 오한이 나고, 털이 곤두서며, 모공이 열려서 속으로 깊이 침입합니다.
이 사기가 골에 닿으면 골비로 되고, 근에 닿으면 근의 경련을 일으키며, 맥에 닿으면 혈이 응고되어 흐르지 않게 되고, 혈이 울적되면 옹으로 됩니다.
또 육에 닿으면 거기서 위기와 충돌합니다.
그 결과 위기가 이기면 열로 되고, 사기가 이기면 한으로 됩니다.
한이 생기면 패한 진기는 거기에 있을 수 없습니다.
진기가 없어지면 허가 생깁니다.
즉 육과 피 사이에 허한 곳이 생겨서 거기에 한이 집중됩니다.
그러면 위기가 방위를 위해 거기에 모여 와서 한을 밖으로 추방하려고 모공이 열려서 털이 흔들립니다.
여기서 위기와 한기가 왕래하여 가려움을 느끼게 합니다.
한기가 사라지지 않고 머물게 되면 양기가 순환하지 못하여 비병으로 됩니다.
비라고 하는 것은 양기가 순환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여러 가지 병을 말합니다.
지금 말씀 드린 예에서는 한기 때문에 위기가 그 작용을 하지 않으므로 지각 마비가 생기는 것입니다.
허풍의 사기가 좌우 어느 반신에 들어가서 체내에 깊이 침입하면 내부에 있는 영기와 위기가 점점 쇠해집니다.
영위의 기가 쇠하다는 것은 그만큼 진기가 없어지는 것이므로 후에는 사기만이 머물러서 그 결과 반신불수의 증상으로 되어 나타납니다.
사기의 침입 정도가 얕을 때는 맥에 머물러서 한 곳에만 동통이 생깁니다.
허풍의 사기가 인체에 닿아서 내부로 깊이 침입한 경우에 한과 열이 충돌하면서 오래 내부에 머무는 수가 있습니다.
이 때 한이 열에 이기면 골이 아프고, 육이 마르게 됩니다.
반대로 열이 한에 이기면 기육이 부란해서 농이 생기며, 한이 패하여 내부로 달아나면 골이 손상됩니다.
골이 손상되면 골장이라는 질환으로 됩니다.
사기가 근에 침입하면 근을 굽힐 수는 있어도 펼 수가 없게 됩니다.
사기가 근의 속에 머물러 사라지지 않으면 근율을 일으킵니다.
사기가 체내에 결집되면 위기가 모여서 사기를 추방하려고 하지만, 사기가 너무 강하면 위기가 도리어 사기의 포로가 되어 체내를 순환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러는 동안에 이번에는 진액이 모여서 마침내 장유로 되어 버립니다.
오랜 것은 수년 걸려서 생기는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손으로 눌러 보면 부드럽지만, 사기가 완전히 결집되고, 위기가 거기로 오고, 또한 진액이 여기에 머물게 되면 여기에 또 사기까지 닿게 되면 날이 갈 수록 굳어져서 2개 3개로 이어져 혹같이 붉어집니다.
이를 석류라 합니다.
손으로 눌러서 굳은 것은 사기가 결집된 증거입니다. 사기가 깊이 침입되어 골에 닿았을 때에는 위기도 거기에 모여서 골과 사기와 위기가 편재하여 날이 갈 수록 커져서 마침내는 골저로 됩니다.
사기가 결집되어 육에 닿으면 종기가 도래하여 사기와 합쳐집니다.
그 경우 열이 생길 때는 화농하지만, 열이 없을 때는 육저가 생깁니다.
이와 같이 사기가 일으키는 여러 가지 병은 발생 부위는 일정하지 않지만, 병명만은 붙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