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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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다니는 아이

2000년 9월 1일 금요일 156일째
9월이고, 도윤이는 6개월에 접어든다. 무럭무럭 잘 자라주어 무척 고맙다.

9월 4일 월요일 159일째
이틀 전부터 밤마다 몸을 뒤집어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도윤이. 그래도 어젯밤엔 뒤집고 나서 고개를 외로 꼰 채 잘 잤다. 다만 다시 뒤집지 못해 울다가 내가 뒤집어 주고서야 계속 잤지만. 몸놀림이 활발해지는 만큼 잠버릇도 나빠져 엄마 가슴을 퍽퍽 차 깜짝 놀라 깨게 하지를 않나, 뒤집기로 놀래키지를 않나... 밤에 자면서 계속 긴장한 탓에 아침이면 몹시 피곤하다. 밤 사이에 3~4번씩 깨어 아이를 뒤집어주고 새벽녘에 젖을 먹이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아침이다.

9월 5일 화요일 160일째
누구를 만나러 나갔던 길에 도윤이 옷 두 벌과 모자 하나를 샀다. 이제 제법 큰 아이 옷이다. 시장에서 가장 작은 옷에서 조금 더 큰 옷으로. 도윤이가 이렇게 자라 있다. 도윤이 주변으로는 자꾸 사람들이 몰린다. 하얗고 토실토실한 몸과 예쁜 보조개, 초롱초롱한 눈, 귀여운 미소 때문이다. 상인들도 저마다 말을 건다. 물론 상술도 한몫 거들고 있는 거겠지만 허리가 아프거나 말거나 도윤이 안고 다니는 발걸음이 몹시 즐겁다.

9월 6일 수요일 161일째
도윤이는 튼튼하고 힘이 센 데다 몸놀림도 매우 활발하다. 아기 보는 일만으로도 나는 몹시 지친다. 팔과 어깨의 통증은 하루도 없어지질 않고 업어주다 보면 허리도 아프다. 그래도 아기 얼굴을 보면서 내가 느끼는 행복감을 생각하면 이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다.

9월 7일 목요일 162일째
도윤이의 옹알이가 '어- 어-' 하던 단음에서 '어어- 어어-' 하는 2음절로 바뀌었다. 제법 무슨 말인가를 하는 듯싶다. '오우-어, 오우-어-'. 도윤이 목소리, 참 예쁘다. 등에 업혔을 때나 배부르게 젖 먹고 기분 좋을 때면 꼭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듯 어어-, 듣기 좋은 소리를 한참 낸다.
울 때는 또 어떻고. 혼자 자다 잠이 깨면 '우아-앙' 하고 소리내어 운다. '으앙 으아 으아-ㅇ'(엄마 안아 주세요.) 꼭 끌어안아주면 저도 꼭 끌어안고 우애- 우애-, 놀릴 양으로 '우애-ㅇ 우애-ㅇ' 흉내를 내자 그 소리를 듣고 다시 운다. 재미있어서 몇 번 더 하자 그때마다 따라 운다. 귀엽다.
나를 꽉 끌어안을 줄도 알고, 품에서 내리기 싫어 착 달라붙고 엉긴다. 참 많이 자랐다. 기특한 녀석.

9월 8일 금요일 163일째
결혼이 내게 준 가장 큰 행복은 도윤이.
제 입보다 훨씬 큰 장난감을 물고 입안에 집어넣으려 용쓰는 것도 예쁘고,
보행기 타고 비틀대며 사방으로 밀고 다니는 것도 예쁘고,
'칵- 칵-'대며 웃는지 우는지 소리내는 것도 예쁘고,
내 몸 위에서 이리저리 구르며 팔 아프게 버둥대도 그 힘찬 몸짓이 사랑스럽고,
뽀얗고 작은 두 아랫니도 예쁘고,
이제 손 바닥에 통통하게 잡히는 포동한 발도 예쁘고,
손에 잡히는 건 뭐든 입으로 물어뜯는 그 모습도 예쁘고,
잠투정하느라 한참 칭얼대는 모습도 사랑스럽다.
거울 속에서 눈만 마주쳐도 웃는 그 사랑스러운 모습 때문에 내가 행복하다.
그런데 어젯밤엔 좀 너무했다.
일을 해야 하는데, 모처럼 하는 일이라 신경이 몹시 쓰이는데, 도윤이는 조금도 도와주지 않고 오히려 다른 날보다 더 늦게 잤다. 새벽 3시까지 보채며 일을 못하게 하더니 결국 공갈 젖꼭지를 문 채 아빠 팔을 쓰다듬으며 겨우 잠들었다. 참 힘든 밤이었다. 일은 다 못 끝내서 오늘 아침에야 끝났다. 아기 엄마가 자기 일을 한다는 건 참 어렵다.

9월 9일 토요일 164일째
도윤이가 진한 쌀알갱이 미음을 두 스푼이나 먹었다. 이제 건더기를 뱉어내지 않는 것이다. 다 먹은 뒤에는 트림까지 시원하게 하고.

9월 10일 일요일 165일째
도윤이 이유식은 생각만큼 잘 진행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한 만큼 많은 양을 먹는 것도 아니고, 무얼 좋아하며 무얼 싫어하는지도 잘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아직은 주는 족족 잘 받아 먹는다.
어제 응가를 안 하기에 오늘은 이유식을 쉬었더니 자정이 되어서야 제법 진한 응가를 한다.

9월 12일 화요일 167일째 비행기를 탔다
추석. 새벽같이 시댁에 갔다가 오후엔 비행기를 타고 대구에 갔다. 처음 비행기를 타는 도윤이는 이륙 직전에 비행기가 내는 속력과 소리에 긴장되는지 발과 다리에 잔뜩 힘을 주더니, 이내 편해졌다. 무사히 첫 비행을 끝낸 도윤이. 나를 닮아 고막이 약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귀는 안 아픈 모양이었다. 동생이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 편하게 친정에 도착. 친정, 부모님, 동생들, 정겨운 냄새... 그냥 마음이 편해진다. 나는 그런데, 도윤이는 그것도 여행이라고 피곤한 지 울기 시작했다. 제법 큰 소리로 몇분간 울더니 목이 쉬었다. 고작 몇분 울고 목이 쉬어 버리는 도윤이. 장차 성악가는 못되겠다. 참 안쓰럽다. 그렇게 피곤했을까. 다른 데 아픈 것 같지는 않은데... 사람이 많고 소리도 많아 잠은 잘 못 자는 눈치다.

9월 13일 수요일 168일째
폭탄 같은 태형이는 걸핏하면 현석이를 울리고, 목소리 큰 현석이 울음소리에 도윤이는 잠을 못 잔다. 태완이 태형, 현석이보다 어린 도윤이는 낮잠을 자야 하는데 형들은 그것도 모르고 끊임없이 시끄럽다. 참 건강하게들 논다. 다행히 도윤이가 어리다는 건 알아서 아무도 도윤이를 괴롭히지는 않는다. 예쁘다고 쓰다듬고 안아주고 잘 피해 다닌다. 표현력이 예쁜 태완이는 도윤이 볼과 손을 쓰다듬으며, "참 귀엽다. 손도 참 귀엽다. 발도 예쁘다." 예쁘게 칭찬을 하며 아이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겨우 다섯 살 짜리가. 도윤이는 쉰 목소리로 뭐라 옹알이를 하는데, 그 소리가 마치 텔레비전에 나오는 몬스터 소리 같다. '으-웨-, 으웨-'. 웃긴다. 컨디션은 나빠 보이지 않는다.

9월 15일 금요일 169일째 대중탕에 간 도윤이
태완이와 태형이가 떠나자 현석이는 무척 잘 논다. 울지도 않고 심하게 보채지도 않고 잘 웃으면서 논다. 덕분에 도윤이도 평화를 찾은 듯하다. 그래도 낮잠은 자꾸 방해를 받는다. 소리내어 웃기도 하는데 쉰 목은 많이 풀렸고 컨디션은 좋아 보인다.
처음 대중 목욕탕에 데리고 갔다. 분위기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어디 편하게 누일 곳이 없어서 목욕을 대충 하고 탈의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고 따뜻한 곳에 누워 있으니 잠이 오는지 편하게 낮잠을 푹 자는 도윤이. 도윤이를 데리고 목욕탕에 마음 놓고 가려면 6개월은 더 지나야 할 것 같다.

9월 16일 토요일 170일 기기 연습
엉덩이를 번쩍 치켜들고 양 다리를 끌어당겨 좌우로 비틀비틀. 그러다 엉덩이가 풀썩 제자리에 주저앉아 버린다. 다리는 금세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 아직 팔을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이는 기는 것을 배운다. 얼마 안 있어 사방팔방 원하는 곳으로 기어다닐 것이고, 또 조금 더 있으면 걷고, 뛰어 다니겠지...
놀랍다, 아이의 성장과 발달. 호기심이 많아져 눈은 점점 동그래지고, 만지거나 입에 물고 싶은 것이 많아 몸놀림이 무척 바쁘다.

9월 18일 월요일 172일째
요며칠 이유식을 제멋대로 한 게 원인이었던 듯 도윤이가 종일 설사를 한다. 병원에선 이유식을 중지하고 젖만 먹이라고 한다. 그 외 다른 처방은 없다. 그렇지만 저녁에 기저귀를 들고 병원에 찾아갈 땐 참 많이 초조했다. 의사는 심한 것도 아니고 감기도 아니며 세균성장염은 더더구나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도윤이는 어제처럼 계속 칭얼댄다. 우리 젊잖고 조용하던 도윤이는 어디 갔지?

9월 19일 화요일 173일째
친정엄마는 설거지를 하며 내가 거들려 하자 이렇게 말한다.
"니들 손 거칠어지는 게 싫어서 설거지도 한번 시키기 싫다. 나야 어차피 늙은 몸이니 아낄 것 없지만 니들은 아직 젊은데..."
사랑을 잘 표현하지 않는 엄마가 아주 가끔 이런 류의 이야기를 하면 그 감동이 무척 진하다.

9월 20일 수요일 174일째
아직 설사기는 있지만 응가 상태가 많이 좋아졌고, 아이의 컨디션은 무척 좋아 보인다. 큰 소리 내어 옹알이를 하고 혼자서 뒹굴뒹굴하며 놀기도 한다.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기로 결정.
처음 기차를 탄 도윤이. 새마을호의 넓은 좌석이 우리에겐 비좁았다. 처음 1시간 가량 도윤이는 기분 좋게 큰 소리로 옹알이를 게속하고 끊임없이 나대서 엄마를 피곤하게 했지만 아주 잘 놀아서 안심시키기도 했다. 한 10분 가량 잠투정을 했고, 주변의 눈총을 받다가 쾌적한 객실에서 나가 연결 통로의 그 지저분한 냄새 나는 곳에서 칭얼대다 잠이 들었다. 서울까지 2시간이 넘게 푹 잠을 잔 도윤이. 배 위에 아이를 엎어놓고 꼼짝도 못한 나는 배가 몹시 고팠고 팔과 허리가 많이 아팠다.

9월 21일 목요일 175일째
지난밤에 두 시간마다 한 번씩 울더니 오늘은 내내 설사를 한다. 장거리 여행이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였나 보다. 안쓰러워 못 보겠다. 오늘은 일곱 번이나 설사를 한다.

9월 22일 금요일 176일째
오늘도 설사를 계속하는 도윤이 때문에 몹시 긴장했다. 놀기는 아주 잘 노는데, 더러 칭얼대고, 기운 없이 잘 자고...
저녁이 되자 몹시 활발해지고 변도 정상에 가까워 다소 안심이다. 기분이 좋을 땐 뒤뚱뒤뚱 기어서 갚으로 가고, 보행기도 잘 끌고 다닌다. 기분이 안 좋으면 눈과 코 사이에 잔뜩 주름을 넣은 채 감기는 눈을 억지로 부릅뜨려고 애쓰면서 입을 한껏 벌려 큰 소리로 운다. 때론 찡얼찡얼.
어제 양 옆으로만 길 게 자란 머리카락을 잘라 놓았더니 이제 고루 자라 있는 나머지와 잘 어울려 머리통이 예쁘다. 뒤통수도 납작한 줄로만 알았는데 제법 복록하다. 두상이 예쁘다.

9월 23일 토요일 177일째
도윤이가 응가할 때 표정: 이제까지는 눈두덩만 새빨간 채 힘을 주었는데, 오늘은 코를 비롯해 얼굴 전체가 빨개지며 입도 오무렸다 벌렸다 하며 그야말로 온얼굴이 통째로 힘이 들어 있다.

9월 25일 월요일 179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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