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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임신이잖아
1999년 7월 18일 일요일 집에서 임신진단 테스트를 했다. 양성반응!! 나는
그 막대를 한참이나 지켜보고 있었고, 화장실 밖에서 내 반응을
기다리고 있던 남편은 참지 못하고 화장실에 들어와서 함께 막대가
표시하는 결과를 말없이 응시했다. 아까운 듯 막대를 버리고 남편은
거실에 앉아서, 나는 왔다갔다 서성이며 계속 키들키들거렸다. 왜
크게 소리내 웃지 않았을까. 왜 감정은 복합적일까.
99년 7월 24일 토요일 병원에서 임신진단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임신이
확실했다. 그런데 의사 왈, "임신은 분명한데, 아이의 심장이
뛰지 않는다."고 하는 게 아닌가. 마지막 생리 시작일을 기준으로
본다면 8주가 되어야 할 아이의 크기가 5주짜리밖에 안된다며. 의사는
나보다 더 겁쟁이인 모양이다. 그래서 이토록 예민해져 있는 산모를
함부로 겁을 주고 그런다. 배란이 늦어졌을 거라고, 갑자기 취직을 해
일을 하니 힘이 들어 늦어졌을 거라고 이웃의 두 아주머니가 위로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걱정은 다음주까지 계속됐을 것이다. 어쨌든 다음주에 다시 병원에 가야 한다.
스트레스가 컸던지 반모금 정도의 피가 비쳤다. 모름지기 평상심을 되찾아야
몸이 편한 법.
99년 7월 29일 목요일 하루종일 푹 쉬었는데도 오후 8시경에 약간의 출혈. 그저께부터 분비물이 갈색에
가까워 걱정스럽다.
99년 7월 31일 토요일 혼자서 병원에 갔다. 아기의 심장이 뛴다. 조그만 모니터의 시커먼 화면 속에
무언가 아주 조그만 것이 반짝반짝!! 그게 뛰고 있는 아기의 심장이라니... 박동은
쿵닥쿵닥. 그 소리는 귀를 타고 쏜살같이 내 심장으로 들어왔다. 내 가슴은 그 쿵닥거림으로
꽉찼다. 또 피실피실 삐져나오는 웃음. 예정일은 2000년 3월 19일. 현재 6주인 셈이다.
뱃속에서 어떤 소란이 일고 있는지 몹시 궁금하다. 며칠간 불안했던 분비물은
소량의 피였다. 유산의 징조.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오늘 해야 할 혈액검사 대신
유산방지 주사를 맞았다. 착상을 도와준단다. 의사는 2주쯤 직장을 쉬며 편히 지낼
것을 권했다. 지난번엔 반톨짜리 쌀알만 먹은 사람처럼 반말을 지껄이던 의사가
오늘은 한번도 반말을 하지 않고 꼬박꼬박 존댓말이다. 이제야 내 나이를 알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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