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일기
계속 쓰고 있는 중입니다.
1. 서울탈출, 델리입성
4. 단프스 거머리
약도(M)
사진(P)
호텔목록
단프스 미미 vs 거머리
모처럼 구름 속에서 나온 안나푸르나에 넋이 빠져 비온 뒤 축축한 풀밭을 정신없이 걸어 View Point에 올랐다. 커다란 사냥개 두 마리가 서로 경계하며 내 뒤를 밟더니만 내가 즐겨 앉는 모래 언덕을 떡 차지하였다. 축축하지만 푹신한 풀밭위에 엉덩이 크기로 오려낸 은박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일출에 순간순간 변하는 설산에 감탄하며 한참을 앉아있었는데 왼쪽 다리 복숭아 뼈 밑에 따끔한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순간 사람들이 경고했던 거머리가 뇌리를 스쳤다. 비온 뒤 풀밭에 출몰한다는 흡혈충. 어떻게 생긴 종족인지 생전 본적도 없으니 미리 보았어도 피할 수도 없었다. 무겁고 두터운 등산화를 후다닥 벗겼더니 타올지로 된 두꺼운 내 양말의 뒤꿈치 부분의 봉재선에 난 조금 헐거운 올을 비집고 까맣고 미끄덩해 보이는 그놈이 막 고개를 들이민 상태였다. 내 뜨거운 피를 노리고 달라드는 난생처음 보는 적을 대면하고는 심장이 뛰고 머리가 쭈뼛 서서 잠시 눈앞이 아찔하였다. 도저히 내손으로 그놈을 쳐낼 엄두가 안나서 본능적으로 양말을 벗었는데 다행히 양말에 걸려 그놈의 이빨이 내 발에서 쑥 빠지고 그놈은 양말과 함께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내발에서는 빨간 피가 방울져 솟아올랐다. 아연실색하여 그놈을 노려보았다.그놈은 아직 상황파악을 못했는지 마리를 가늘게 늘려서 다시한번 헐거운 올을 찾아 도저히 안들어갈것같았던 통통한 몸뚱이를 결국 양말 속으로 밀어넣었다. 그 컴컴한 양말 속에서 내 부드러운 살과 따뜻한 붉은 피를 찾고 있었겠지. 대대로 그딴 식으로 먹고 살았을테니 왜 축적된 노하우가 없을쏘냐? 습지의 풀받 속에서 햇빛을 피해 어두운 곳에 검은 몸을 숨기고 끈기있게 기다렸다가 내가죽 등산화에 드디어 올라 탔을 것이다. 발바닥에서 발목까지 소리없이 배로 기어올라와서는다시 양말을 타고 뒤꿈치의 봉제선까지 놈은 내가 전혀 눈치챌 수 없이 조용히 은밀하게 이동하였다. 그러나 성급하게 머리를 들이밀고 이빨을 내 살에 박았는데 유난히 통점이 많아 통증에 예민한 내가 알아차리고 양말을 벗어버린게다. 보통때는 제법 통통한 몸통을 지녔는데 그 작은 구멍 속으로 온몸을 가즐게 늘려서 밀어 넣는 것을 보고 먹고 살겠다는 집념과 노련한 기술에 비록 미물이지만 경탄을 금치 못했다.
놀라운 것은 놀라운 것이고 나도 내 살과 피를 보호해야할 생존의 본능이 있기에 놈을 어찌 처치해야하나 고민스러웠다. 친절한 사람들이 전해준 소금주머니가 떠올랐다. 소금을 뿌리면 삼투압현상으로 점막으로 된 연약한 놈들의 피부 밖으로 몸안의 체액이 순식간에 빠져나와 폭발해버린다는 말이 생각났다. 양말을 조심스레 뒤집었다. 환한 햇빛아래 상황이 불리함을 눈치챈 놈이 머리를 쭉 빼고 공중을 바쁘게 탐색하였다. 소금을 한 줌 집어서 그 놈에게 투척하였다. 그놈은 고통스레 온 몸을 비틀고 꼬아댔다. 그래도 그놈의 몸속에 내 피가 흐르는 지라 차마 그놈이 죽어가는 것을 끝까지 보고 싶지않았다. 그놈을 요리해 잡아 먹을 것도 아닌데 소금치고 기다린다는 것이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남색 양말 위에 뒹구는 놈과 범벅이 된 소금을 탁탁 털어내고 일어섰다. 서둘러 일어서 그 자리를 떴다. 한손에는 불운의 양말을 들고 다른 손에는 소금 주머니를 들고 조심 조심 심혈을 기울여 마른 곳과 모래밭을 밟아가며 호텔로 돌아왔다. 발을 씻고 후시딘을 상처에 듬뿍 찍어 발랐다.
드디어 나도 거머리와 한판 전쟁을 치르고 왔다고 주인 아줌마에게 내 무용담을 말할 참이었는데 옆집 10 살배기 딸이 옥수수밭에서 일하다가 종아리를 놈들에게 공격당해 피를 철철 흘리며 들어왔다. 비온 뒤 물고인 밭에 조리를 신고 들어가 일을 하니 놈들의 표적이 된 것이다. 인감도장 만한 구멍이 뻥 뚫린 종아리에서 펑펑 쏟아지는 피가 소녀의 치마를 적시고 발바닥으로 흘러 걸을 때마다 피 발자국을 찍고 있었다. 사실 나를 공격한 놈은 직경 2cm 정도의 작은 놈이었고 나의 부상은 바늘로 찌른 듯 작은 빨간 점에 불과했다. 소녀는 내가 호들갑스레 방으로 뛰어 올라가 가져온 후시딘을 의연히 마다하고
"Nepali, No problem!" "
I thought that's for Indians." 인도에서 듣던 친숙한 표현을 네팔서도 듣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