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지성 헨리 조지
1998. 1. 29
김윤상(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금년(1997)은 미국의 경제사상가 겸
토지개혁가였던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의 100주기(週忌)가
되는 해이다.
헨리 조지는 필라델피아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만 14세가
되기도 전에 학교를 그만 두고 갖가지 직업을 전전하다가
언론인으로서 상당한 명성을 쌓았으며 노동 단체의 추대에 의해
뉴욕 시장에 출마하기도 했던 입지전적 인물이다.
헨리 조지가 만 40세 되는 해에 출간한 {진보와 빈곤}(1879)은
당시 구 미와 호주의 독서계를 휩쓸어 성서 다음으로 많이 보급된
책이 되었고 지 금까지도 경제학 서적으로서는 가장 많이 보급된
책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무역 장벽의 철폐를 주장한 {보호무역과
자유무역}(1886), 자신의 경제이론을 체계화한 {정치경제학}(1898, 사후
출판) 등 많은 저서를 남겼 다.
헨리 조지의 대표작인 동시에 그의 사상을 감동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산업혁명에 의해 사회가 눈부시게 진보함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흔히 임금기금설과 맬서스의
인구론으 로 설명하지만 이는 옳지 않다.
② 빈곤의 진정한 원인은 생산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 지주가
토지가치를 차지한다는 데 있다. 사회의 진보가 이룩됨에 따라 지대
의 총액이 증가함은 물론이고 지대가 총생산 중 차지하는 비중도 커
져서 진보의 혜택이 노동과 자본에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토지사유제 하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토지투기로 인해
더 욱 심각하게 된다.
③ 그러므로 진보의 혜택을 정의롭게 배분하여 빈곤을 타파하려면
토지사유제(土地私有制)를 철폐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미
토지사유제에 익숙한 나라에서는 토지를 환수할 필요까지는 없고,
단지 매년 토지의 연간 임대가치를 정부가 환수하고 그 금액만큼
다른 조세를 면제하면 된 다. 헨리 조지는 이런 제도를
토지가치세제(土地價値稅制(land value taxation))라고 하였다.
④ 토지가치세제를 실시하면 빈곤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정 의와 경제능률이 다같이 피어난다. 반면 이 제도를 실시하지
않는다 면 현대 문명도 쇠퇴하고 말 것이다.
헨리 조지의 사상은 톨스토이를 비롯한 많은 이상주의자들의
열렬한 지 지를 받았고 오늘날에도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
각국에서 헨리 조지 사상을 보급 실천하는 운동이 맥을 잇고 있다.
그러나 100년 전 헨리 조 지의 장례식 때 수십만 인파가 뉴욕의
거리를 메우면서 조문하였던 데 비 해 본다면 오늘날은 거의 잊혀진
인물이 되다시피 한 상태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토지의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성을 가진 좌파(左派)와 신고전학파(新古典學派)라는
양대 진영이 20세기 경제학계의 주도권을 장악하여 왔기 때문이다.
{진보와 빈곤}의 충격은 19세기 후반 침체상태에 빠졌던 유럽의
사회주의 운동을 부활시키는 큰 계기가 되었으며 마르크스의 딸(Eleanor
Marx) 의 연인이었던 아벨링(Edward Aveling)은 헨리 조지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헨리 조지 사상은 경제활동의 자유와
자본의 사유(私有) 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주의와
본질적으로 융화될 수 없었다. 한편 신고전학파는 리카도 등
고전학파의 토지관을 버리고 지대의 성격 이나 결정방법이 다른
생산요소와 다름없다고 보았으며 심지어 콥-더글 러스 생산함수
속에는 생산요소로서 토지가 사라지고 노동과 자본만이 남 게
되었다. 이런 변화에 대해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리버사이드)
개프니 (Mason Gaffney) 교수는, 클라크(J.B. Clark) 등 당시 미국
경제학계의 거 물들이 학문 외적인 이유로 헨리 조지의 이론을
경제학에서 철저히 몰아 내었기 때문이라고 공박하기도 한다.
그러나 토지공유(土地公有)와 자본사유(資本私有)를 내용으로 하는
헨리 조지의 사상은 자본 주의와 사회주의를 지양하는 합(合)이
되므로 자본주의의 병폐가 여전한 가운 데 사회주의라는
견제력마저 퇴조한 이 시점에 그 가치가 돋보인다. 또
토지가치세제는 토지투기를 근절시킬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이라는
점에서 토지투기 열풍으로 인헤 깊은 상처를 입은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큰 관심 의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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