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보다는 더 북경틱한 것을 보고 싶었다. 내가 말하는 '이런 것'은 서울에서도 볼 수 있고
동경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붐비는 곳, 좀 외국물이 덜 묻은 곳을 보고 싶어
제안을 했다. "우리 시간 많이 남지 않았는데 차로 도시를 한바퀴 돕시다!"
모두 끄덕 끄덕.
지오바니에게 부탁을 해서 북경 구경을 시켜달라고 했다. 기와집이 다닥 다닥 붙어있는 동네(?)로
들어갔다. 와.. 6-70년대 서울의 모습이 아닌가. 골목은 한 사람 들어가면 끽이고, 구공탄이 쌓여있고,
돼지고지, 닭고기를 널판지 위에 놓고 파는 모습. 아직 바리깡들고 거리에서 애들 머리를 깍아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래.. 이게 내가 상상한 북경의, 아니 중국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암튼 이런 모습을 보니 더 반갑고 정겹게 느껴진 이유는 뭘까..
나보고 살라고 하면 못 산다고 할거면서.. ^^;
가다보니 큰 호수가 보인다. 근데 얼음이 꽝꽝 얼어있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이 얼음썰매를 타고 있었다.
인도에서 살고 그 다음 캘리포니아에서 계속 산 동료가 꽝꽝 언 호수는 처음이라고 내리자고 아우성을
친다. '촌것...'
이런걸 왜 보고 싶어하는지 영문을 모르는 지오바니는 머리를 갸우뚱하며 우릴 호수 앞에 내려줬다.
사실 나도 너무 오랜 만이다.. 여렸을 적에 가던 동네 스케이트장이 생각났다. 중국 동료가 얼음썰매
타는데 얼마냐고 물어 봤다. 한번 빌리는데 1불이라고 했나 3불이라고 했나? 그런데 시간은 무제한이라고
한다. 당연하지.. 누가 이 추운데 무제한으로 썰매 타고 있겠니.
다들 썰매 하나씩.
누군가 호수 끝에서 다른 끝까지 경주를 하자고 제의 했다. 개중 제일 가볍고, 개중 평소에 그나마 운동을
한 주인장은 맹 주행을 했다. 덩치 큰 백인/인도 엔지녀들.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우핫핫핫! 4명의
남자들을 가볍게 제끼고 일등!!! 동양 여자라고 깔보지 말라우~
한 쪽에서는 구멍을 뚫고 겨울 낙시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러나 통안에는 피래미 새끼도 안 보였음),
다른 쪽 한 구퉁이에는 얼음을 왕창 깨고 수영 (!)을 하는 아저씨도 있었다. 나중에 보니 들어가기 전에
몸에 기름같은 것을 바르고 들어가더라. 우리들이 다 입을 쫘악~ 벌리고 구경을 하고 있노라니 어떤
아저씨 수영하면서 우리에게 손으로 인사까지 하질 않는가. 여유 만만의 중국 아저씨.
나중에 나온 모습을 보니 몸이 뻘겋고 배는 통통하게 나와 사실 징그럽게 보이기 까지 했다. 하하
한 한시간? 30분 남짓 썰매를 탔을라나? 더 타고 싶었지만 이제 공항에 가야할 시간이라 아쉽지만
모두 다시 지오바니의 봉고에 올랐다. 북경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것이 호수의 썰매타기일 것이라고
모두 동감. 회사의 창업자, CTO, 그리고 VP급이라는 사람들이 북경에서 얼음 썰매를 타며 희죽거리는 것
역시 내가 기대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정말 좋은 사람들 아닌가...
지오바니에게 그간 고맙다고 팁을 주고 빠이빠이를 했다.
과거와 오늘이 어지럽게 혼재하는 북경. 과거가 너무 많이 손상하지 않기를 기대하면서 비행기에 올랐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피곤이 엄습해 왔다. 홍콩까지는 보나마나 꿈길의 연속이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