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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다,
돌잔치
2001년
3월 1일 목요일 337일째 도윤이는 오늘도 칵칵칵 하며 웃고 부산하게 움직이지만
죽은 잘 안 먹는다. 병원에서 처방 받은 약은 다 먹었다. 손가락은 고름이
다 없어진 것 같고 다만 손톱이 들떠 있ㅇ서 보기에 안됐다. 자라면서
자연스레 빠지기만 바란다. 요즈음은 기저귀도 안 채우고 종일 아랫도리를
벗겨 놓는다. 도윤이는 서서 오줌을 눌 때는 떨어지는 오줌줄기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런데 문제는 볼일이 끝나면 그 자리에 앉아 오줌을 손으로
휘젓고 있다는 것. 기회를 보아 오줌을 가리게 해주려고 통을 들고 기다리다가도
매번 타이밍을 놓치고 만다. 아직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2001년
3월 2일 금요일 338일째 도윤이 돌은 어디서 어떻게 치러야 하나...
음식이 맛있고 분위기가 조용하며 깨끗한 곳이면 좋겠다. 손님들이 기분
좋게 식사하고 갈 수 있는 그런 곳. 도윤이는 아빠의 도움을 받아
침대에 기어올랐다. 그것이 오전에 일어난 경이로운 일이었는데 아,
아무도 없는 틈에 어느새 혼자서 침대에 올라가 있는 게 아닌가. 의아해서
아이를 내려놓고 다시 유도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혼자 힘으로
낑낑대며 기어오르는 게 아닌가. 이불을 거머쥐고 안간힘을 쓰면서.
침대에 올라서는 곧바로 전화기 쪽으로 기어간다, 쏜살같이. 내 사랑
전화줄을 찾아서...
2001년
3월 4일 일요일 340일째 한 달 만에 시댁에 갔더니 도윤이 반응이
신기하다. 물론 가는 도중에 잠이 들었다 깨는 바람에 잠이 덜 깬 탓일
수도 있지만 낯선 환경이 어리둥절한지 한동안 두리번두리번. 할머니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느라 멍하다. 멍한 표정으로 계속
두리번대기만 한다. 아빠 얼굴도 안 보고 심지어 엄마와도 눈을 맞추지
않고 아주 한동안을 살피기만 한다. 한 20분이나 지난 뒤에 적응이 되는
듯 이것저것 만지면서 놀더니 할머니를 따라 이웃집에 놀러갔다가 10분도
못되어 돌아왔다. 가자마자 울기 시작해 집에 올 때까지 그치지 않고
엄마 품에 안겨서도 울음은 한동안 계속됐다. 낯선 환경에 엄마도 없자
당황하고 무서웠던 모양이다.
2001년
3월 8일 목요일 344일째 도윤이는 걷는 모양새가 많이 달라졌다.
제딴엔 걸을 줄 안다고 그러는 모양인데 걸음을 빨리 옮기느라 굉장히
뒤뚱거린다. 천천히 한 발짝씩 움직일 때는 얌전하게 걷더니 지금은
아주 요란슬워졌다. 양팔을 휘저으며 무척 뒤뚱거린다. 그만큼 걸음은
빨라져서 어느새 저쪽까지 후딱 간다.
2001년
3월 12일 월요일 348일째 낮잠을 자고 일어나 갑자기 왈칵- 토하는
아이. 잠이 덜 깼는지 음-마! 하고 큰 소리로 엄마를 부르길래 아이를
안고 흔들의자에 앉아 진정시키려고 했는데 우악- 하며 왈칵 토하는
게 아닌가. 얼마나 많이 토하는지 아이가 아침에 이 많은 걸 먹었나
싶을 정도. 입으로, 코로 토해내는 것들이 죄다 아침에 먹인 이유식들이다.
잘못 먹인 게 있나 생각해 보니 어제 먹다 남긴 밥과 갈치. 아마도 그게
속에서 무슨 탈을 일으킨 모양이다. 둘 다 옷을 벗고 마침 전화가 걸려와
아이를 업고 통화를 하는데 등에다 또 왈칵! 업고 있었더니 배가 눌린
모양이다. 아이를 업음 포대기도 온통 젖고 내 등과 아이의 배, 손에도
잔뜩. 하는 수 없이 속옷만 입은 채 옆집 아줌마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이를 먼저 씻겨 아줌마에게 맡기고 나도 샤워를 하고 나오자 아이는
제법 진정돼 보였다. 보리차를 먹이자 40밀리쯤 먹고 잠이 든 아이는
2시간 동안 푹 자고 일어나 개운한 얼굴. 배가 고파 보였지만 뭘 먹여야
할지 몰라 우선 보리차만 먹였다. 60밀리쯤 먹고도 배가 고픈지 보챘다.
병원에 전화하자 우유를 먹여도 된다며 또 토하면 병원에 오란다. 내
정보의 보고인 인터넷에는 우유를 먹이지 말라 하고, 친구에게 전화해도
굶기라고 하는데 아이는 배가 고파 쩔쩔맸다. 에라 모르겠다 병원 갈
생각하고 우유를 먹이자 아이는 아무 탈 없고 잘 놀고 잘 먹는다. 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토한 날, 무척 놀랐지만 음식을 잘못 먹인 내 불찰이
더 큰 탓에 미안함이 더하다.
2001년
3월 15일 351일째 아침에 흐느끼는 아이. 숨을 두 번씩이나 몰아쉬면서
힘들어하는데 안아줘도 등을 도닥여도 소용이 없었다. 눈도 안 뜨고
인상도 안 쓰고 그냥 숨만 흐느끼는 소리로 쉬어댔다. 흐흑- 흐흑-.
폐가 이상한가, 갑자기 두려웠다. 그러기를 한 20분. 겨우 평상시의
호흡을 되찾으며 아이는 다시 깊이 잠들었다. 무슨 나쁜 꿈이라도 꾸었던
걸까.
2001년
3월 16일 금요일 352일째 도윤이는 이제 '엄마'를 꽤 명료하게 부를
줄 안다. 그것도 '엄마'라는 말과 제 엄마를 정확히 연결시켜서. 2주
전만 해도 그저 잠이 덜 깨어 잠결에 내는 소리인 줄로만 알았다, 단순한
소리. 그전에는 자고 일어나서 엄마를 찾으며 침대께에 붙어서서 울기만
하더니, 그것이 '으-음마' 소리를 동반하고, '어-엄-마'로 변하더니,
어제부터는 상당히 분명하게 '엄마!'하고 부른다. 낮에 놀다 어디에
부딪치기라도 하면 울기 전엔 꼭 '엄마!'부터 부른다. 두리번거려 나를
찾으며 '엄마!' 하고 다가오면서 울음을 터뜨린다. 그렇듯 슬금슬금
연습까지 충분히 한 다음에 이제 '엄마!'라고 부르니 갑작스런 감동은
없다. 그러나 들을 때마다 얼마나 행복하지... 밤에 재우기도 아주
쉽다. 불을 모두 꺼 방안을 어둡게 하고 젖병을 물리면 내 수고는 끝이다.
아이는 분유를 먹으며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어느 사이 우윳병이 툭
밀쳐지는 소리가 나는 동시에 아이의 색색 잠에 빠진 숨소리. 물론 잠들기
전에 아직도 제 엄마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뜯거나 얼굴을 쓰다듬거나
엄마 입 속에 제 손가락을 집어넣어 헤집으며 괴롭히긴 하지만 비교적
쉽게 잠드는 편이다.
2001년
3월 18일 일요일 354일째 응아-, 응-어, 으~~, 은갸... 도윤이는
고집이 세고 제 주장이 강하다. 저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하면 소리지르고,
하기 싫은 걸 시켜도 소리를 지른다. 가령 졸릴 때 걸음마를 시키면
몇 발짝 걷다 소리를 지르고, 먹기 싫은 죽을 먹이면 숟가락만 가까이
가도 고개를 돌리며 짜증을 낸다. 얼마나 단호한지 아무리 애를 써도
소용이 없다. 소리지르다 울고, 또 놀다 소리지르고... 오늘은 하도
잦아서 마치 어디가 아픈 아이 같다. 그래도 저 하고 싶은 걸 할 땐
한동안 잠잠하다. 특히 현관 문턱에 손을 집고 앉아서 현관에 놓인 슬리퍼를
잡으려고 손을 뻗을 때는 아주 조용히 열중한다. 낮잠 시간이 오후
1~4시 사이에 3~4시간인 도윤이. 요즘첢 날씨가 포근한 날엔 딱 외출하기
좋은 시간이다. 앞으로 점점더 날이 좋아지면 정해진 외출시간이 필요할
터. 오늘은 낮잠을 늦춰 보려고 일부러 2시경에 외출을 했다. 졸린지
걷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걷기도 시켜 보았다. 아이는 조금 걷다 주저앉기를
반복하더니 마침대 앞으로 고꾸라지며 넘어져 볼에 상처를 입었다. 그래도
울음은 쉽게 그쳤고 다시 잘 놀더니 금세 지치는지 칭얼대다 품에 안겨서는
그대로 잠들었다. 낮잠은 짧았다. 저녁에도 잠깐 자고 밤에 일찍
잠자리에 드는가 싶었더니 다시 깨어 보채고 우유를 마시며 다시 잠들기를
시도했다. 제 엄마 볼을 쓰다듬으며 엄지손가락으로 제 엄마 콧구멍도
쑤시고 입 속에 집어넣어 헤집기도 하고 검지로는 눈두덩을 눌러대기도
하며 놀다가 머리카락도 잡아당기고... 우유를 양껏 먹고 나자 방안을
뒹굴뒹굴 돌아다니다 엄마 품에 안겨 겨우 잠이 들어 젖은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자 어느새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면서 잔다. 많이 피곤한
모양이다. 낮잠 시간이 흔들리자 컨디션이 나쁜지 낮에는 노는 것도
신통치 않고 자꾸만 보챘다. 뭐든 억지로 한다는 건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 스트레스인 모양이다.
2001년
3월 19일 월요일 355일째 도윤이는 근육의 발달이 매우 활발한 모양이다.
오늘은 옷상자 위에 올라가 TV 위에 놓인 로션통을 끄집어내려 물고
노는가 하면 식탁에는 매달리기를 한다. 양 다리가 바닥에서 모두 떨어진
채 양손의 힘으로만 매달렸다. 식탁 상판에 놓인 유리에 손 바닥이 달라붙은
듯, 엄마를 깜짝 놀라게 한다. 이제 박수도 제법 잘 친다. 물론 저 하고
싶은 때만 한다. 걷다가도, 장난감에서 나오는 노랫소리를 듣다가도,
TV를 보다가도 곧잘 박수를 친다. 뭔가 하났기 배워 나가는 듯한데,
아직 제 엄마 깨무는 것만은 고치지 못했다. 오늘도 엄마 어깨를 꽉
깨물었다가 된통 혼이 났다. 그런데 그보다 더 재미있는 건, 제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는 것. 엄마 어깨를 깨물어 입술을 한 대 맞고는 앙앙
소리내어 울더니 아빠 품에 안겨서 울면서 눈물을 훔쳤다. 오른손으로
오른쪽 눈 한 번, 왼쪽 눈 한번. 그냥 질질 울고 있는게 아니라 눈물을
훔치고 울음을 그쳤다. 도윤이는 울음 끝이 짧아 좋다. 낮엔 낮잠
자고 일어나 슬금슬금 거실 쪽으로 걸어와 삐죽이 열린 방문을 스스로
밀고 나오려 했다. 도와주러 간 엄마가 무심코 문을 확 미는 바람에
손가락이 끼었다. 한참을 울 줄 알았는데 큰 소리로 와-앙 한번 울고는
쉽게 그쳤다.
2001년
3월 23일 금요일 359일째 아침에 일어난 도윤이, 코가 킁킁. 감기
기운이다. 그런데도 시댁에 갈 수밖에 없었다. 시어머니는 그러거나
말거나 손자 자랑이 하고 싶어서 이웃에 놀러가고, 황사 부는 바람 속에
골목길을 걷게 하고. 다행히 날씨는 따뜻했지만 자꾸 신경이 쓰였다.
감기 때문인지 낮엔 먹는 것이 신통치 않더니 저녁에 집에 와서야 200밀리를
뚝딱 해치운다. 도윤이 돌복을 사러 너무 많이 돌아다녔다. 먼저
롯데백화점. 10만원에 육박하는 옷값. 예뻐서 욕심이 나긴 했지만 포기하고
동대문시장으로 갔다. 아무리 첫아이 첫돌이라도 사치스러운 마음에
망설일 수밖에. 대형 매장 세 군데를 돌아다녀도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죄다 캐주얼 아니면 아예 예복이다. 예복은 아이가 입기에 지나치게
불편하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롯데백화점으로 가 우여곡적 끝에 마음에
드는 옷 한 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샀다. 아주 마음에 든다. 모자까지
세트로 갖추니 만만찮은 가격이지만 예쁘다. 밤엔 잠이 오지 않는다.
종아리의 심줄들이 당기고 저려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2001년
3월 24일 토요일 360일째 날씨가 참 좋아서 남편과 함께 도윤이를
데리고 창경궁에 갔다. 데이트하는 남녀들과 산책 나온 아기와 부모들이
대부분. 도윤이는 흙바닥에 처음 앉아 보고는 기분이 좋은지 일어나려
하지 않는다. 태어나 처음으로 흙을 만져보는 도윤이. 흙을 휘젓고 손가락으로
집어서 입에 넣으며 매우 재미있어 한다. 내 동작이 굼떠 도윤이가 흙을
조금 먹고 말았다. 걸어다니기보다 바닥에 주저앉아 흙 만지를 좋아해서
아무런 대비가 없었던 오늘 산책은 영 엉망이 되고 말았다.
2001년
3월 26일 월요일 362일째 어젯밤엔 내가 어무 일찍 잠들었다. 남편에게
아이를 맡겨두고 20~30분만 잘 작적이었는데 9시도 안되어 잠들어서는
깨어 보니 12시. 도윤이는 자고 있었다. 뭐가 그리 피곤했던 걸까. 지난
금요일의 피로에 토요일에 또 창경궁을 돌아다닌 것이 겹쳐서 그런 모양이다.
이렇게 체력은 무지하게 약해져 있다. 오늘 아침 6시에 도윤이가
깨어 심하게 보챘다. 몸이 안 좋은 건지 걱정하면서도 어쩌면 배가 고파
그럴 수 있겠다 싶어 우유를 타서 주니 먹으면서 다시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는 기침이 좀더 많아졌고 콧물도 흘린다. 콧물, 평소엔 전혀
안 흘리던 터라 걱정스럽다. 평소에 도윤이는 참 깨끗한 아이다. 침도
안 흘리고 콧물도 전혀 안 흘린다. 그래서 도윤이 옷은 항상 깨끗하다.
그런 아이가 콧물을 졸졸 흘리고 있다. 그래봐야 감기려니, 집에서 가만히
놀면 나으려니 할 뿐이다. 감기에 무슨 특별한 약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콧물이 흐르거나 기침이 나옥나 상관없이 아이는 잘 놀고 잘 먹고 잘
잔다. 지금은 12시 20분. 또 잔다. 낮잠을 두 번 자고 저녁엔 콧물이
조금, 기침은 거의 안 한다. 목뒤, 어깨 위엔 땀띠가 송송.
2001년
3월 27일 363일째 밥을 먹인 지 5일째. 매일 죽을 끓이지 않아도
되니 참 편하다. 아이는 밥을 잘 먹는다. 된장에 들어 있는 두부나 호박
따위를 으깨어 밥과 비벼주면 1, 2큰술은 쉽게 먹는다. 밥을 먹고는
응가가 되졌다. 밤 10시가 넘으면 11시가 되기 전에 도윤이는 제
잠자리를 찾아간다. 늘 아침마다 눈을 뜨는 그 자리가 제가 밤새 잠을
잘 곳이라는 걸 어떻게 알까... 오늘도 11시가 가까워오자 방으로 들어가
뒹굴뒹굴. 곁에 엄마가 없으면 다시 거실로 나와 노느라 잠을 깰테니
옆에 누워 있어 주었다. 이리저리 뒹굴뒹굴 돌아다니다 결국은 제 엄마를
깔아뭉개며 엎어져 잠들었다. 엎드려 있는 엄마 허리에 얼굴을 묻고
다리로는 제 엄마 머리통을 누른 채 편한지 곤히 잠들었다. 나는 한동안
숨쉬기도 힘들었다. 
2001년
3월 28일 수요일 364일째 한쪽 코의 콧물이 진한 누런색이고 기침은
많이 줄어든 도윤이. 인터넷을 뒤지니 열이 나거나 설사를 하지 않으면
병원에 가도 별 방법이 없단다. 돌잔치를 앞두고 이러니 걱정이다. 더
심해지지만 말고 쉽게 낫기를 바랄 뿐.
2001년
3월 29일 목요일 365일째 도윤이 첫돌을 함께 보내려고 대구에서
부모님이 올라오셨다. 돌잔치에 쓰라고 거금도 주셨다. 아이를 더 낳을지도
불분명하니 어쩌면 도윤이 하나일텐데 쉽게 넘어갈 수 없다는 거다.
우리에게 귀한 아들인 만큼 당신들께도 귀한 손자인 모양이다. 도윤이는
특히 외할아버지와 참 잘 논다. 외할아버지는 아이를 잘 돌보시고 아이는
잘 웃고 잘 논다. 아이의 까르르 숨넘어가는 웃음소리가 온 집안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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