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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피곤해
99년 9월 6일 퇴사했다.
99년 9월 22일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는 것을 느낀 지 5일째. 소변이 잦고 이틀 동안 변비다.
아이가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게 틀림없다. 동그랗게 불러오는 배를 만질
때마다 야릇한 희열...
99년 9월 26일 일요일 엉덩이 꼬리뼈 바로 위가 마치 끊어질 듯 아플 때는 정말 출산에 대한 고민이
끝이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조금만 컨디션이 괜찮으면 걱정이 줄어든다. 특히 둘째아이를
병원에 간 지 4시간 만에 순산하고 그로부터 4시간 후에 내게 그 사실을 직접 알려주는
친구의 목소리를 접하고는 더욱더 자신감이 생긴다. 틀림없이 건강하고 멋진 아기를
순산할 수 있을 것이다.
99년 9월 27일 월요일 요즘 일이 많아진 남편은 밤 늦게 집에 오고 자정이 가까워오자 눈동자가 빨개졌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고도 동화책은 꼭 읽어주고 잠이 든다. 뱃속의 아이에게
밤마다 책을 읽어주겠노라 한 자신의 약속을 지키려고 무척 노력한다. 착하고 다정한
남편. 그는 분명 자상한 아빠가 될 것이다.
99년 9월 29일 수요일 모처럼, 정말 모처럼 대청소를 했다. 일단 내것만이라도 여름옷을 정리하고-남편은
밤마다 싸늘해지는 요즘도 여름이라고 우긴다- 안방과 거실을 청소했다. 곳곳에 쌓인
먼지들을 털고 쓸고 닦고... 두 곳만 청소하고도 허리가 아파 2시간 낮잠을 잔 뒤에
싱크대 주변을 청소했다. 작은 방은 손도 대지 못했다. 물론 욕실과 창고도. 정말
체력이 심각하게 약해졌다. 심각한 현기증 1번. 앉았다 일어서며 사방이 하얘지는...
99년 9월 30일 목요일 병원에서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내 심장보다 무려 5배쯤 빠른 속도로 열심히
뛴다.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네요." 의사는 친절하게 설명했다. 다음번엔
남편에게도 그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 다음주면 17주, 5개월째이므로 힘들지 않은
요가는 해도 무방하다고 한다. 바쁘게 생겼다. 모체 혈청을 이용한 기형아검사를
위해 7~8㎝ 정도 되는 시험관 5개에 피를 뽑고 또 한번 소변을 받았다. 심한 긴장감.
다음 방문시에 초음파검사를 해서 두 가지 결과를 종합해 판단을 내린다고 한다.
다음 방문 예정일은 10월 28일. 한달 동안 마음이 졸이게 생겼다. 병원 방문시 소요되는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오늘은 총 24만8천7백원이라는 거금이 들었다.(철분제 2개월분
28,000 검사료 195,400원 지정진료비 4,900원 다음 예약을 위한 진찰료3,300 지정진료비
1,600원) 다음 방문시에도 초음파비 7만원에 진료비를 더하면 8~9만원은 들
것이다. 정말 절대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은 어떻게 병원을 드나들까. 모든 것이 돈으로
돌아가는 참으로 힘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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