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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선물을 받은 아기

 

99년 12월 4일 토요일
새벽에 잘 움직이던 봄봄이(며칠 전부터 우리는 봄봄이라 부른다. 아기가 태어나는 3월은 봄이니까)는 낮시간에는 움직임이 덜하고 잠자리에 들면 또 부지런히 움직인다. 불룩불룩.

99년 12월 5일 일요일
교회에서 봄봄이는 유난히 잘 논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커서인지, 시댁 식구들의 영향으로 태어나기 전부터 하나님과 가까워서인지...

<아기의 첫 움직임>
'톡톡!'
아기가 조심스럽게 엄마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너무나 작고 여린 소리가 금세 지나가 버렸습니다.
순간 깜짝 놀란 엄마가 가만히 누워 배에 손을 올려 보았습니다.
'방금 무슨 움직임이 있었는데...'
엄마는 동그래진 눈으로 또 다른 움직임을 기다립니다.
'한 번만 더...'
손바닥으로 배를 살살 문지르며 엄마는 긴장된 표정으로 간절히 바랍니다. 그러나 엄마의 즉각적인 반응에 아기도 그만 놀라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조금 움직였는데도 느낄 수 있구나...'
아기는 좀더 조심스러워졌습니다. 게다가 아직은 또 금방 다시 움직일 만한 힘도 없습니다.
아기는 엄마의 기다림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조금 더 힘을 모아야만 합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사랑하고 있는 사람의 기다림을 채워 주지 못한다는 건 참 슬픈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기는 두 손을 꼭 모아 쥐고 기도합니다.
'빨리 자라게 해주세요.'

 99년 12월 9일 목요일
며칠 동안 엉덩이가 무지하게 아팠는데 아기가 들어앉기에 좋을 만큼 충분히 골반이 늘어났는지 오늘은 한결 덜하다. 외출시간이 길어 만만찮은 거리를 걸었는데도 그다지 힘들지 않다. 운동이 필요하고, 할 수 있는 시기인가보다. 지금 뜨고 있는 두 번째 아기 스웨터가 완성되고 나면 동화책을 만들어야 한다. 내 아기는 알까, 이렇듯 설레는 마음으로 저를 기다리고 있는 엄마가 있다는 걸. 내 몸의 어느 부위보다 높고 넓은 뱃속에서 오늘도 아기는 열심히 운동한다. 깜짝놀랄 만큼 큰 움직임도 한 번 있었다. 콰쾅-!

99년 12월 11일 토요일
편안하고 평화롭고 조용했던 하루. 아기는 잘 자라고 있음에 틀림없다. 내 몸이 변화된 상태는 거울을 볼 때마다 참으로 경이롭다. 전체적으로 뚱뚱해져 있고, 가슴은 커져서 늘어졌다. 불러온 배가 축구공 2개를 합쳐놓은 것만한 부피로 몸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허리와 엉덩이에도 살이 많이 쪘고, 손, 발, 얼굴도 자꾸 퉁퉁 붓는다. 내 몸은 날씬하고 예쁜 여자의 몸에서 뚱뚱하고 느릿느릿한 아줌마 몸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기만 잘 자라준다면 아무 불만 없다!

99년 12월 12일 일요일
저녁 무렵, 진눈깨비가 비처럼 내렸다. 올해의 첫눈. 두어 시간 뒤 정차된 차들 위에 눈이 쌓였다. 우리 아기가 세상에 나왔을 때 감탄할 만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눈, 꽃, 별, 달, 풀, 하늘, 노을, 구름, 산...
봄봄이가 그 예쁜 눈으로 하얀 눈을 보고 감탄하고, 그 예쁜 입으로 맛있게 음식을 먹고, 그 작은 귀로 신기한 듯 음악을 듣고, 그 사랑스런 코로 꽃향기를 맡을 때가 많이많이 기다려진다.
드디어 임신부용 속옷을 입었다. 둥그런 배를 완전히 감싸는 아주 특별한 옷이다.

99년 12월 19일 일요일
남편 후배가 아기 내복 한 벌과 손목에 거는 방울 하나를 사들고 왔다. 우리 아기가 받은 첫 선물이다.

99년 12월 20일 월요일
임신 이후 달라진 내 모습 중 심리적인 면:
1. 내 몸의 변화보다는 아기를 더 생각한다.
2. 아기를 생각하며 내 인생이 길어진 3듯한 착각, 즉 인생에 대한 여유가 생겼다고나 할까. 갑자기 내 남은 삶이 길어진 느낌이다.
3. 아기 외에 특별히 집착하는 것이 없다. 무슨 일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어졌다. 아기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면 일거리를 찾을지는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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