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초월한 살인마
by Marilyn Bardsley ripper: 찢는 사람(물건). 세로 켜는 톱 잭 더 리퍼! 역사상의 인물 중 이처럼 금방 기억해 낼 수 있는 이름은 몇 안된다. 당시의 생생한 현장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마 더욱 드물 것이다. 뿌연 가스등 불빛 아래 밤안개가 피어오르고, 한껏 야하게 차려 입은 천박한 창부들이 서성대는 컴컴하고 더러운 골목 사이로 신문팔이 소년의 새된 목소리가 들린다. "화이트채플 살인사건이요! 끔찍한 살인사건이요!" 그러면 이 소리없는 잔인한 죽음은 커다란 칼과 검은 여행용 가방을 지니고 망토를 휘날리며 어두운 밤을 배회하는 얼굴없는 사나이의 모습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다시한번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지금이라면 잭 더 리퍼 살인사건 정도는 신문의 헤드라인 감은 고사하고 단지 범죄자들이 우글대는 슬럼 지역에서 창녀 다섯 명을 살해한, 사회의 쓰레기같은 존재들을 통해 뒤틀린 욕망을 폭력적으로 해결하려는 수많은 변태 중 하나로 치부되어 버릴 것이다. 테드 번디의 손에 죽은 대학생들의 가족이 보여준 오열이나, 존 웨인 게이시에 의해 고문받다 결국 사지가 절단된 채로 죽임을 당한 아이들의 부모가 느낀 것과 같은 분노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수많은 범죄의 희생자들에 둘러싸여, 우리는 무감각한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백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대통령에 관한 책보다 잭 더 리퍼에 관한 책이 더 많은 이유는 왜일까? 왜 이 빅토리아 시대 남자를 다룬 이야기, 노래, 오페라, 영화, 책들을 아직까지 시중에서 볼 수 있는 것일까? 당시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만큼이나 이 사람이 공포의 상징으로 유명한 것은 왜일까. 나는 잭 더 리퍼 살인사건의 전문가 중 하나인 Philip Sudgen의 의견에 동감한다. 잭 더 리퍼는 고전적인 추리소설의 주인공 감에 딱 들어맞기 떄문이다. 물론 프로페셔널이든 아마추어든 간에 백년동안 온갖 탐정들이 풀려고 시도한 수수께끼는 이외에도 많지만, 이 경우는 공포감와 초자연적인 색채가 가미되어 있다. 잭 더 리퍼는 안개 속에서 걸어나와 무자비한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재빨리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뚜렷한 이유없이, 사나이는 피의 욕망을 폭력으로 달래며 그의 마지막 희생자를 뒤로 하고 영원히 세상 속에서 자취를 감춘다. 바로 이런 것들이 시대를 초월한 스릴러의 완벽한 요소에 더없이 적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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