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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기 선수

2000년 7월 2일 일요일 95일째 몸을 뒤집었다
할머니와 외할머니, 막내이모와 엄마가 지켜보는 가운데 도윤이는 먼저 몸을 비틀어 모로 누워 다리를 먼저 돌려 발등을 바닥에 댔다. 어깨를 들썩이며 한참 뒤집기를 시도하던 도윤이가 고개를 번쩍 들더니 마침내 완전히 몸을 돌려 바닥에 엎드렸다. 그런데 몸과 바닥 사이에 끼어 못 빼던 오른팔은 어쩌지를 못하고 낑낑댔다. 마침내 팔은 새파래졌고, 드디어 도윤이가 힘겹게 몇 번의 어깨짓을 통해 팔을 빼냈다. 안타까워 자꾸 도와주려는 할머니를 만류하는 외할머니의 예감대로 도윤이는 마침내 뒤집기에 성공하고, 네 사람의 어른은 소리내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7월 3일 월요일 96일째
3일째 날씨가 몹시 덥다. 도윤이는 더워서 깊이 잠을 못 자고 칭얼댄다. 아이 몸이 몹시 뜨겁다. 선풍기를 쐬주니 콧물이 찔찔. 안쓰러워 못 보겠다.
도윤이는 제법 큰 소리로 옹알이를 하고 투정을 하는데 이웃에서도 다 알 만큼 큰 소리다.
도윤이 팔목에 미스테리한 멍자국이 두 줄 생겼다. 하나는 길고, 하나는 짧게 나란히. 도무지 짐작이 안 간다. 제 입으로 빨아서 생긴 자국이라고 의심하기에는 자국의 길이도 길 뿐 아니라 아팠을 텐데 싶어 믿기지가 않는다. 혹시 흔들침대를 쳐서 그랬나 의심해 보지만 아이 팔이 멍들 정도로 큰 소리는 듣지 못했다.

7월 4일 화요일 97일째 제 손으로 발가락을 잡았다
오늘도 여전히 무더운 날씨. 낮 최고 34도.
외할머니 배 위에 앉아 놀던 도윤이의 오른손에 어느새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잡혀 있었다. 허리를 구부려 앉아 통통한 손으로 발가락을 잡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도윤이 손목의 멍자국은 옅어지고 있다.

7월 7일 금요일 100일 소리내어 웃었다
도윤이 백일을 맞아 가족들이 모여 저녁식사를 했다. 3개월하고도 10일이 흘렀다. 그동안 아이는 참 잘 자라 주었다.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더니 이제 신생아 티는 완전히 벗고 아기에서 아이가 되어 있다.
100일이 되어 도윤이가 하는 것:
1.소리내어 웃는다: 바로 오늘, 저녁식사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은행 앞에서 외할아버지가 아이를 얼르고, 유모차에 편히 누운 아이는 '아르르- 아르르-' 웃고 있었다. 처음으로 소리내어 웃었다.
2.누가 붙잡아 주면 발에 힘을 주고 다리를 쭉 뻗어 설 수 있다.
3.어른의 도움을 받아 앉을 수 있다.
4.누워 있기보다 어른 손에서 놀고 싶어한다.
5.바깥바람에도 놀라지 않는다.(불과 며칠 사이의 변화다. 친정엄마가 열흘간 매일 아이를 안고 바람을 쐬어준 덕분이다.)
6.엉덩이 발진이 거의 다 나았다.
7.두손을 모아쥐고 쪽쪽 소리내어 빤다.
8.목욕할 때 목욕통을 꽉 잡는다.
9.목욕하는 걸 무척 좋아한다.
10.밤에 일찍 잔다.-이것도 친정엄마 덕분이다.
11.오래전부터 눈만 마주치면 누구에게나 웃어준다.
12.낮잠을 자다 깨어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소리내어 운다.

100일이 되기 전 도윤이가 안 하는 것:
1.다리를 파르르 떠는 일이 없어졌다.
2.버릇처럼 웃도리를 끄집어올려 배를 내놓더니 이제 그러지 않는다.
3.딸국질이 줄었다.
4.입안에 가득 고였던 젖을 풍풍 쏟아내지 않고, 깔끔하게 먹는다.

나? 나는 산후우울증이 끝나지 않았는지 걸핏하면 눈물이 난다. 엄마는 내일 울산으로 가실테고 나는 아직도 몸이 성치 않다. 특히 종아리부터 무릎까지가 몹시 시리다. 엄마가 계시는 동안은 내내 몸도 안 아팠는데 이제 집안일과 아이 돌보기를 모두 해야 하니 또 어디가 아플려나...

7월 8일 101일째
부모님이 울산 동생네 들르러 가셨다. 도윤이는 엄마를 도와주려는지 더운 오후 시간에 잘 잔다. 물론 어제보다는 덜 덥다. 낮기온 31도.
평소에 건강이 좋지 않은 엄마는 아픈 딸 도와주시느라 입술에 물집이 잡히고, 온몸이 퉁퉁 붓는데도 자꾸만 아닌 척하셨다. 가슴에 생긴 몽우리를 풀어주려고 뜨거운 수건으로 여러 차례 마사지를 해주고, 문질러 주고. 집안일도 아이 돌보는 일도 모두 다 해주면서 나를 쉬게 해주셨고, 뱀장어로 곰탕도 끓여서 때마다 거르지 않고 먹도록 꼬박꼬박 챙기셨다. 엄마는 이 나이에도 내게 큰 디딤돌, 지주다. 서른여섯 나이에 나는 아직도 엄마에게 투정도 하고 어리광도 부리며 열흘 동안을 푹 쉬었다. 얼마를 더 계셔도 보낼 때는 아쉬울 것 같아 그냥 보내 드렸지만 마음이 무겁다. 남편은 결코 엄마를 따라가지 못한다. 정말이지 턱도 없다. 내 남편이 얼마나 차갛고 좋은 사람인지 잘 알고 있지만, 어떻게 엄마한테만큼 내가 의지할 수 있겠는가. 남편은 내 손길이 필요한 또 한 사람일 뿐이다.

7월 10일 103일째 빡빡이가 된 도윤이
전기세를 내러 가는 참에 도윤이 머리를 깎았다. 빡빡 미는데 1/3쯤 하다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그저 이상해서 그러나 보다 하고 달래면서 머리를 다 깎이고 나서 보니 오른쪽 귀바퀴에 뭔가 빨간 게 있다. 긁힌 자국... 미용사는 빨간 점인 줄 알았노라며 제 잘못을 적극 부인. 미웠지만 따질 만큼 큰 상처는 아니다 싶어 그냥 나오면서도 몹시 불쾌했다.
밖에 나온 김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외출 시간이 길어졌다. 날씨가 더워 집에서는 깊은 잠을 못 자던 도윤이는 바깥 공기가 마음에 드는지 유모차에 누운 채 대부분의 시간을 잤다. 그런데 문제는 나. 유모차를 오래 끌고 밀고 했더니 손목이 몹시 아프고 다리도 욱신욱신. 몸살이나 안 날지...
빡빡머리가 된 도윤이는 귀염성은 줄어들고 아주 또랑또랑해 보인다. 단단해 보여서 마치 차돌 같다. 우리 똘똘이, 불쑥 자란 느낌이다.

7월 13일 목요일 106일째 아이가 내 목을 꽉 감싸안았다
도윤이가 내 품에 안긴 채 내 목에 팔을 두르고 그 팔에 힘을 꽉 주었다. 살짝 느껴지는 그 압박감과 내 품에 착 안기는 기분이 무척 상쾌하다. 요즈음은 잘 우는 편이다. 낮잠에서 깨어 나와 눈이 마주치면 안아달라고 울고, 배가 고파도 운다. 마치 무슨 서러운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꽤 서럽게 눈물까지 흘리며 운다. 귀엽다!!

7월 14일 금요일 107일째
새벽 6시도 안 돼 일어난 도윤이는 6시 40분쯤 젖 먹을 때까지 생글거리며 잘 놀고, 아빠 무릎에 앉아 함께 신문도 보다가 젖 먹고는 잔다. 감기 기운이 있는지 코가 그릉거리는 듯해서 이불을 덮어 재운다. 도윤이는 그저께부터 잘 때 목을 몸과 90도가 되게 꺾고는 한족 귀가 폭 파묻힌 자세로 잔다. 베개는 아예 안 벤다. 깰 때쯤엔 침대 위를 온통 휩쓸다시피하며 몸부림을 친다. 어른 침대에서도 혼자 재울 때는 불안하다.
아기가 자는 틈에 나는 어제 저녁 통신에서 뽑아 놓은 글을 읽는다. 다른 엄마들의 이유식 이야기다. 빨리 시작한 사람은 2개월에도 시작했다 하고, 대개는 백일이 지나면서 과즙부터 주었다고 하는데, 그럼 우리 도윤이도 이제 과즙을 먹여야 한다. 그래도 혹시 일찍 시작했다가 탈이라도 날까봐 걱정이다.
<경험자들의 의견 종합>
*60일 이후 준비기, 100일 지나 시작.
*처음엔 한 종류로 시작해서 서서히 2, 3...
*처음엔 하루 한 번 정도로 일주일간, 이후 하루 2회.
*이유식 조리세트 구비
*젖 먹고 1~2시간 후, 잘 놀 때
*과즙(귤, 사과, 포도, 딸기, 수박, 토마토), 쌀물, 야채즙

7월 15일 토요일 108일째
100일이 지나면서 육아는 조금더 힘들어졌다. 도윤이는 작은 소리에도 잘 놀라고, 젖이 먹고 싶어도 잠이 와도 놀고 싶어도 운다. 푹 자고, 충분히 먹고, 잘 놀아주어야 잘 지낸다. 생긋거리기도 하고, 까르르 소리내기도 하고. 그래도 낮엔 꽤 잘 자는 편인데 저녁엔 어린 아기 같지 않게 늦게 잠든다.
밤 10시가 넘어 아이를 업고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 떠돈다. 너무나 졸려서 정신을 못 차리던 남편은 자고 있는데, 다리가 아파 정신이 없는 나는 아이를 업고 동네를 돌고 있는 것이다. 다리를 절룩이면서, 무릎의 통증 때문에 힘들어 하며. 엄마라는 존재, 육아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존재... 아이의 예쁜 모습을 가장 많이 보는 엄마로서 당연한 노릇이리라.
이유식-오전 9시 30분:귤즙과 물을 1:3으로 섞어 먹였다. 먹은 건지, 흘린 건지. 아직 숟가락으로 받아먹는 건 못한다.

7월 17일 월요일 110일째
도윤이는 잠이 오거나 배가 고프면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아-앙-' 하고 폭발적으로 울음을 터뜨린다. 어제는 할머니가 놀랐고, 오늘은 아빠가 놀라 정신을 못 차렸다. 내가 꼬옥 껴안아주어야만 겨우 울음을 삼킨다. 그러고도 한참 동안 꺼억-꺼억- 흐느낀다. 그러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으면 또 '으앙-'. 커가는 표를 내는 모양이다.
저녁 목욕 후에 티스푼 하나만큼의 토마토즙(물과 1:3)을 먹였더니 제법 잘 먹는다.

7월 19일 112일째
아침에 도윤이는 엄마 아빠 몰래 얼른 뒤집기를 하고는 고개를 꼿꼿이 들고서 식탁에 앉아 있는 우리를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7월 20일 113일째
오늘은 도윤이가 뒤집기 선수다. 슬그머니 뒤집고는 엎드려서 똘망똘망한 눈을 굴리며 사방을 쳐다본다. 저렇게 시야를 넓혀가는 거다.
슬그머니 몸을 옆으로 돌리고 고개를 바닥에서 뗀다. 그런 뒤 발을 여러 번 움직여 자세를 잡고 머리를 여러 번 들었다 놨다 하며 힘을 주다가 어느 순간 휙- 하고 몸을 돌린다. 그러고는 몸에 눌려 있는 한 쪽 팔을 빼기 위해 몸을 들썩들썩한다. 팔이 빠지고 자세가 안정되면 엎드린 채로 손을 옮겨 보기도 하고 다리를 바둥바둥하며 운동을 한다. 그때는 아-으-아-으 큰 소리로 옹알이를 한다. 오전에는 엎드려서 1분도 못 견디더니 오후에는 5분쯤으로 늘어났다.

7월 21일 금요일 114일째
도윤이 젖 먹는 시간이 제법 정해져 간다. 그저께부터 시도했는데, 어제는 약 30분씩 오차를 보이더니 밤에는 마구 흐트러졌다. 오늘은 제법 시간을 잘 맞추고(6시, 9시, 12시, 3시, 6시, 9시), 낮에는 놀기도 잘한다. 뒤집기는 너무나 능숙해서 누워 있는 시간보다 엎드려 있는 시간이 더 많은 듯하다. 그래도 아직 엎드려 노는 건 익숙지 않아서 얼마 되지 않아 일으켜달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럴 때는 제 발을 서로 부딪치며 힘차게 버둥대는데, 머리 밑과 발바닥에 땀이 차서 흥건할 정도다. 발을 어찌나 힘차게 부딪치는지, 그 모습이 귀여워서 좀더 지켜보게 된다. 혼자서 키득대면서.

7월 22일 토요일 115일째
도윤이를 보행기에 태워 놓으면 최소한 10분은 자유롭다. 밥도 먹고 물도 마시고, 설거지에, 세탁기를 돌릴 수도 있다. 소리에는 예민한 도윤이, 특히 자극적인 소리는 무척 싫어해서 울음을 터뜨린다. 청소기 소리, 보행기에 붙은 장난감에서 나는 소리, 빨간 육강형 장난감에서 나는 소리.
무릎 위에 앉아서 놀기 시작한 지 거의 일주일. 도윤이는 절대로 누워 있고 싶어하지 않는다. 뒤집기 몇 번이 끝나면 일으켜달라고 소리를 질러댄다. 이리하여 나는 파과 어깨가 몹시 아프다.

7월 24일 월요일 117일째
동생네 가족이 왔다. 큰아이 태완이에 비해 몹시 활동적인 태형이. 사방으로 뛰어다니고 부딪치고... 엄청난 활동량이다. 20개월, 우리 도윤이도 그때쯤이면 저렇듯 내 혼을 빼놓을까.
도윤이에겐 억세게 운 나쁜 날이다. 천방지축인 태형이가 도윤이 머리 위에 엎어져 버린 것. 눈깜짝할 사이였다. 태형이 무릎이 도윤이 이마쯤을 쾅-하고 내려찧었다. 순간적으로 나는 소리를 지르며 태형이를 밀어냈다. 태형이는 돌아볼 겨를 없이 도윤이를 품에 안고 얼렀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당하는 강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도윤이는 크게 소리내 울고, 품에 안고 달래자 한참 뒤 울음을 멈추었다. 이후로도 게속 나는 마음이 조여 아기의 조그만 움직임에도 신경이 쓰였다. 태형이는? 제 엄마와 함께 있었다, 얌전히. 미안한 모양인지, 내가 밀치는 바람에 놀랐는지...

7월 27일 목요일 120일째
깨어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칭얼대는 도윤이 때문에 하루가 몹시 길게 느껴진다.
도윤이를 업거나 유모차에 태워 밖에 나가면 사람들은 6~7개월쯤 된 것 같다고 한다. 젖살이 올라 통통하고, 또릿또릿한 눈망울과 다부지게 생긴 얼굴이 커서 그렇게 보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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