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일기
계속 쓰고 있는 중입니다.
1. 서울탈출, 델리입성
4. 단프스 거머리
6. 파올렘 고아, 인디안 지골로
약도(M)
사진(P)
호텔목록
링크
우양의 인도여행기http://my.freechal.com/lemonslice
다음카페 인도방랑기 www.cafe.daum.net /gabee
다음카페 인도사랑 www.cage.daum.net/ powerindia
인디안 지골로 (Indian Gigolo: 기둥서방, 여자들에게 돈을 뜯어 사는 남자 )
2001년 2월 3일 파올렘 비치 고아
환타가 추천한 파올렘 비치는 과연 고아의 어느 해변보다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완벽한 초
생달 모양의 하얀 모래사장과 빽빽한 야자수는 변변한 호텔 하나 없이도 사람들을 머물게
하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조금 외딴 곳이라 교통이 불편해서 아는 사람만 찾는 곳이다. 개발
이 많이 되지않아 한적하고 깨끗하지만 호텔과 식당 등 편의 시설은 허름하고 싸지도 않았
다.
우여곡절 끝에 난 바닷가에 열대 나뭇잎을 엮어 만든 허술하기 짝이 없는 오두막에 묵게 되
었다. 천정을 뚫고 들어온다는 도둑이라도 지붕으로 기어올라가기도 전에 벽이 풀썩 주저앉
을 것 같았다. 선량해 보이는 주인 아저씨가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항상 밖에서 잠을 자니
까 도둑 걱정은 말라고 설득하는 바람에 난 아침이면 사방 벽에서 햇살이 부서져 들어오고
이불이 이슬에 푹 젖는 오두막에 머물렀다. Ma- Rita Hut 이라는 이곳은 오두막이 대 여섯
채 있고 공동 화장실과 샤워장이 있었다. 샤워장은 천정이 없고 나뭇잎을 엮은 벽으로 둘러
쳐져 있어서 궂이 열심히 보지 않아도 옆 칸의 광경(?)이 선뜩 눈에 들어오곤 했다.
잽싸게 행동하면 하얀 비치 의자와 해먹을 차고 앉아 하루 종일 책 읽고 낮잠자며 빈둥거릴
수 있었다.
내 오두막 바로 옆에는 유럽에서 온 듯한 상냥하고 예쁜 아가씨가 묵고 있었다. 그녀는 아
침 일찍 일어나 너무 더워지기 전에 해변을 한바퀴 돌며 조깅하고 수영을 한 뒤 샤워를 하
고 아침을 먹고 책을 읽었다. 귀찮게 따라 붙는 북장수에게도 친절하게 대꾸해주고 같이 북
을 쳐보고 화사하게 웃어주고 북을 사지는 않았지만 그의 볼에 뽀뽀를 해주고 멀어져 가는
그를 향해 꽤 오래 손을 흔들어주었다. 나와도 눈이 마주치면 생긋 웃어주었고 토스트를 갖
다주는 웨이터에게도 꼬박꼬박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topless로 수영하고 나와서 하늘색 비
키니 수영복 윗도리를 손에 들고 당당하게 오두막까지 걸어오는 그녀가 모두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주었는지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
이토록 사랑스런 그녀의 오두막에서 12시가 다 될 때까지 늦잠을 자다가 나오는 남자가 있
었다. 그는 어깨까지 찰랑거리는 단발머리에 억지로 똥글똥글 만든 근육이 아닌 부드러운
선을 가진 보기좋은 몸매를 결코 가리지 않는 인도인이었다. 얼굴은 눈 동그랗고 코 뾰족한
아리안보다는 티벳쪽에 가깝게 작은 눈에 각진 턱이 분위기 있고 이 종원을 약간 닮았었다.
잘 굴러가는 영어발음만 들어도 그가 얼마나 관광객을 많이 상대한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
었다. 그는 거의 윗도리를 입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처럼 룽기(둘러입는 치마)를
입지도 않았다. 그 찌는듯한 고아의 날씨에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거나 관광객들이 사입는
하늘거리는 통바지를 배꼽 밑으로 잔뜩 내려입고 목걸이를 했다. 그는 경박하지도 심각하지
도 않게 행동했으며 해질녘에 동네 청년들을 모아 비치 발리볼을 하거나 크리켓을 했다. 신
나게 뛰고 놀면서도 종종 여자친구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여자들이 지나가면 듣기 좋은 저음
으로 인도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씩 웃었다. 까만 피부가 반짝거릴만큼
땀이 나면 사각 반바지를 입고 바다로 들어갔다. 둘은 해가 질때면 큰 수건을 들고 나가 바
닷가에 앉아서 깜깜해질때까지 쉬지않고 키스를 했다.
내가 그를 여기서 처음 봤다면 그 둘이 잘 어울리므로 잘 되기를 바랬을 지도 모른다. 그러
나 난 그를 한 달전 고아의 다른 해변 깔랑굿에서 보았다. 난 이름과 숫자에는 젬병이지만
이미지, 특히 사람의 얼굴은 기막히게 기억한다. 그리고 그는 다른 인도 남자들은 잘 하지
않는 단발머리에 허리에 주름이 없는 리바이스 청바지를 배꼽 아래로 내려입고 벨트도 하지
않았다. 절대 헷갈릴 수 없는 특징들이다. 사족이지만 인도 남자들은 주로 허리에 주름잡힌
디스코 바지형의 청바지에 까만 가죽벨트를 하고 윗도리를 넣어 배위로 잔뜩 올려 입는다.
문화의 차이겠거니 우리도 십여년 전에는 저런 바지를 입었는데 싶으면서도 종종 안타까움
을 금할 수 없었다.
한 달전, 깔랑굿. 해변 카페에서 시원한 스프라이트를 마시며 해변에 누워 빨갛게 익어가는
서양 노인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여쁜 서양 아가씨가 내 옆 테이블에 앉았다. 그녀는 앉자
마자 실과 코바늘을 꺼내어 뜨개질을 시작했다. 주인장이 다가와 킹 피셔(맥주) 한 병을 갖
다주고 그녀의 가방에서 그녀가 만든 비키니을 꺼내어 벽에 걸어주었다. 궂이 부탁하지 않
아도 척척 손발이 맞는 것이 그녀는 이집 단골인 듯 했다. 그녀는 맥주를 홀짝거리며 뜨개
질을 하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생긋 웃었다.
"Hi? Do you speak English?"
"Yes, a little. Where are you from? "
"I am from France. And you?"
"South Korea. Are you selling them?"
"Yes. It's not like a big business. Just for fun. Since I have a lot of time to kill here. "
"What a good idea. I envy you. I don't have that kind of talent. "
"No, it is not a talent. More like patience."
"But they are beautiful. "
"Do you want to buy one?"
"No, thanks. I can't swim and I cannot dare to wear them. "
"You would look so cute in this."
작은 삼각형과 끈으로 된 털실로 짠 비키니를 나처럼 혼자 다니는 여자 여행자가 입는다면
사고야 제발 내게 일어나라 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물론 아는 사람 하나없는 이국의 열대
해변이지만 여기는 인도고 난 서양 여자들과는 좀 다른 신체조건과 담력을 가졌기 때문에...
태양은 하늘 꼭대기로 올라 하얀 모래사장이 눈부시게 빛나고 난 감히 밖에 나갈 엄두가 안
나서 책을 읽다가 졸다가 망고쥬스를 시켜 마시고 있는데 오토바이를 탄 단발 머리 인도인
이 들어왔다. 리바이스 청바지에 까만 가죽 구두를 신고 흰 셔츠의 단추를 모두 풀어 입고
있었다. 힐끔 보아도 흰 셔츠 사이로 자연스레 근육 잡힌 진갈색의 가슴과 배가 대비되어
시선을 끌었다. 그의 얼굴은 그 더위에 스타일 유지하느라 차려입은 대가로 촉촉하게 땀에
젖어 반지르한 알밤같이 빛났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동안에는 모르겠지만 최소한의 비
키니를 입은 그녀 옆에서 그는 정말 무더워 보였다. 그는 물방울이 맺힌 시원한 킹 피셔를
들이키고 그녀를 요리(?)하기 시작했다.
교양있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의 지극히 사적인 대화를 엿듣는 것은 못할 짓이다. 그곳은
테이블 사이의 간격이 너무 좁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들렸기 때문에 들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간단히말해 남자는 돈이 필요하다고 했고 여자는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 남자가 심
상치 않았다. 보통 인도 상인들이나 사기꾼들처럼 비굴한 맛이 없었다. 사정하는 어투나 두
번 세 번 말하는 습관도 없었다. 듣기 좋은 저음으로 잘 굴러가는 발음으로 간단히 한 마디
던지고는 맥주만 마셨다. 애가 달은 쪽은 여자였다. 그녀는 구차할 정도로 이래 저래서 돈이
없노라고 오랫동안 설명했다. 그는 돈이 없으면 카드를 달라고 했다. 남자는 화난 것 같지도
삐진 것 같지도 않은데 여자는 달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남자는 여유롭게 맥주를 마시며 말
없이 살짝 웃고만 있다. 여자는 바다에 들어갔다 나와서 의자에 앉아 여전히 세 병째 맥주
를 마시는 남자의 발밑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갖은 교태를 다 부리고 젖은 머리를
그의 얼굴에 갖다 부비는데 남자는 여전히 똑같은 자세로 똑같이 미소를 띤채 맥주만 마셨
다. 그러기를 1시간. 여자가 몸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고 물먹은 털실 비키니를 기술적으로
벗은 뒤 긴 천을 둘러 묶어 원피스처럼 만들어 입고 벽에 걸렸던 비키니 수영복들을 챙겨
담고 돈을 내고 맥주 서너병을 비운 그가 운전하는 오토바이를 타고 떠났다. 그는 결국 그
녀가 그에게 그가 원하는 것을 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나보다. 여자에게는 일생 일대의
로맨스지만 남자에게는 daily business였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 달 뒤 난 다른 여자의 오두막에서 나오는 그를 만난 것이다. 그녀가 친절할수록
난 마음이 짠했다. 제발 너도 까진 여자길... 다 퍼주고 후회하지 말길... 얼마나 빌었던지...
그런데 그녀에게 불쾌한 사건이 생겼다. 해변을 어슬렁거리는 올챙이배 서양 어저씨가 그녀
에게 추파를 던진 것이다. 그는 한 눈에 척 봐도 남을 불쾌하게 하는 진상이었다. 얌생이같
은 웃기는 주황색 수염에 훵한 대머리의 주변머리를 길러 곱슬 곱슬 어깨를 덮었고 과도한
선탠으로 빨갛게 익은 출렁이는 살은 온통 주근깨로 덮여있었다. 무지개색 넓은 천을 치마
처럼 감아입고 웃통을 벗고 히피스타일의 가죽가방을 엇갈려 메고 때가 새카맣게 낀 조리를
신고 다녔다. 천지가 물이고 하루에도 서너번씩 샤워할 수 있는 해변에서 그렇게 지져분해
보이는 사람은 본적이 없었다. 그는 수영하고 나오는 그녀를 따라 오두막까지 들이닥쳤다.
누구에게나 상냥한 그녀도 이번에는 불쾌했는지 수건으로 가슴을 가리고 오두막으로 뛰어들
어갔다. 선량한 주인 아저씨와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나와 구경하고 있었으나 그가 서양인
인고로 아무도 선뜻 나서서 그를 내몰지 못했다. 허술한 오두막의 특성상 이렇다할 자물쇠
도 없겠다 그는 어렵지 않게 나뭇잎으로 설기 설기 짠 문을 밀고 그녀의 오두막으로 들어갔
다. 그녀가 드디어 폭발했다. 마구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왔다. 온몸을 큰 수건으로 꽁꽁 싸
고 그에게 욕을 퍼부었다. 건너편 오두막에 머물던 서양 남자는 일본여자를 만나러 나갔고
다른 오두막에는 그림 그리는 핀란드 할머니밖에는 없었다. 그는 실실 웃으며 전혀 뉘우칠
줄 몰랐고 그녀에게 자꾸 다가섰다. 한동안 실갱이를 하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단발머리가
돌아왔다. 그녀는 그를 보자 울음을 터뜨렸다. 삿대질을 해가며 진상을 몰아세웠다. 단발머
리는 절대 흥분하지 않았다. 그녀를 오두막안으로 들여보내고 진상을 데리고 식당으로 왔다.
주인 아저씨랑 일하는 청년이 인도말로 그에게 앞다투어 얘기를 하느라 신났고 진상은 뻥해
서 앉아있었다. 단발머리는 그녀가 자기 girl friend라고 말했다. 진상은 놀란 듯 했고 금방
사과했다. 남자친구가 있는 줄 몰랐다며 미안하다고 여러번 말하고 일어서려했다. 그런데 단
발버리가 그를 끌어 앉혔다.
" I am a masseur. You look so tense. I think you can use some massage."
(난 안마사다. 넌 좀 피곤해보이는데 마사지를 받으면 어떻겠냐?)
"OK. I'd like to. In fact, I was looking for a masseur. I wish I had met you earlier.
How much do you charge?"
"It's up to you. "
"Oh, OK. Can you come to my hotel room?"
"No. I don't go to the customers. They come to me. "
"OK, then. Can I get some massage now?
"No. Come here tomorrow at three. "
"OK. I will see you tomorrow. "
"Where are you staying? "
"Why?"
"Just in case something happens, I will call you to inform you with new schedule."
"Oh, I see. I am staying at Nature Hotel. "
"Tomorrow, three o'clock. "
"Yes. See you tomorrow. Bye. "
난 그렇게 당당해 보이는 인도인과 그렇게 비굴해 보이는 서양인을 이전에도 이후에도 본적
이 없었다. 그도 돈을 벌수는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그리고 이런 상황을 이용하여
자신의 손님으로 만들다니 여자 후리는 재주만 있는 사람은 아닌게 확실했다.
아저씨는 다음날 3시 정각에 오두막에 다시 찾아왔고 누구에게나 상냥한 그녀는 그가 오자
마자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바다로 나가 수영하고 산책하며 그가 갈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단발머리가 얼마나 실력있는 안마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후에도 몇번 아저씨는
그가 정해준 시간에 와서 안마를 받았다. 그는 그녀가 떠날때까지 그녀의 오두막에서 매일
12시경 나왔고 청년들과 운동을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나갔다가 해질녘에는 그녀와 해변에
앉아있었다. 버스정류장 근처의 과일가게에서 파인애플을 사고 있었는데 그녀가 들어왔다.
동네를 돌며 가게 주인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다. 내게도 좋은 여행하라고 인사를 했
다. 과일 가게 아저씨는 그녀가 멀어져가는 것을 한참 쳐다보며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녀
는 사건이 있은 3일 후 떠났다. 고향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the best holiday였다고 했다.
그녀가 떠난 뒤 단발머리는 몸에 비해 엉덩이가 지나치게 큰 미국 여자의 오두막으로 옮겼
다. 그녀는 키가 크고 바짝 마른 서양 남자와 함께 있었는데 그는 온데 간데 없어졌다. 그녀
도 사람들에게 상냥했고 아침 일찍 일어나 수영하고 산책했다. 그녀도 그가 운동할 때 한켠
에서 책을 들고 그를 지켜보았고 그가 손 흔들면 같이 흔들었다. 그녀도 해질녘이면 그와
해변에 앉아 열심히 키스를 했다. 다만 다른점이 있다면 비키니 수영복 윗도리는 절대 벗지
않는 다는 것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