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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수베가수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대체 타락적이고 끈적 끈적하지? 그러나 97년 가을에 일 때문에 (엥? 무슨일?) 라스베가스에 왔던 나는 뿌연 담배 연기에 감싸인 카지노 보다는 제품 데모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리고 가끔 금발의 늘씬한 여자들이 눈 웃음을 치면서 기념품을 나누어주는 콤덱스장 기억이 더 생생하다. 어찌되었건 노름같은 것을 철저히 경멸(?)해 왔던 내가 이런 곳도 한번 와 볼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그 때 하게 되었다. 징그럽게 큰 호텔들 (MGM이라는 호텔은 객실이 무려 5000개가 넘는다지?)... 하여튼 그런 메가급 호텔들이 즐비하게 라스베가스 불르바드를 중심으로 늘어서 있다. 낮에는 "에게, 겨우 이거야?"라는 소리가 나올 만 하지만 밤이 되면 화장을 한 여자처럼 생기가 도는 것이 사뭇 분위기가 라스베가스틱해진다. 라스베가스에 온 덕분에 나도 slot machine에서 도박(?)을 했지만 참으로 묘한 것이 나중에는 돈이 돈같지 안 느껴진다는 사실. 그냥 전자 오락하는 기분이 든다. 나야 기껏해서 $30정도 썼지만 기천, 기만불 쓰는 사람도 비슷하리라. 물론 잃었을때의 그 황당함을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컴덱스가 열리는 시기를 제외하고는 일류급 호텔도 숙박비가 매우 저렴하다. 특히 주중에는 $30-50정도만 줘도 매우 좋은 곳에서 잘 수가 있단다. 카지노는 모든 호텔에 다 있다. 라스베가스는 면적의 반이 카지노라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다. 공항에서 "띠리 띠리"하는 슬롯머신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심지어 맥도날드 안에도! 아마 이런 소리가 주는 환각효과도 만만치 않으리라. 호텔 숙박비가 싼 이유는 오시는 손님들을 서비스 차원으로 재워주고, 악착같이 카지노에서 뜯어 내어 "똔똔"(물론 똔똔을 훨씬 넘어서겠지)을 맞추자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단지 요즘, 예전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소위 "벗는 여자들" 쇼가 브로드웨이식 쇼로 많이 변해간다는 점이다. 그리고 새로 지은 호텔들은 호텔밖에서 무료 쇼를 조금씩 보여준다. 예를 들어 Treasure Island라는 호텔은 이름대로 보물섬을 내용으로 하는 쇼를, 새로 지은 Bellagio라는 호텔은 분수쇼를 보여주는데 아주 볼만하다. 그리고 좀 비싸긴 하지만 Cirque du Soleil같은 그룹이 하는 "O"라는 쇼라든지 David Copperfield가 하는 마술쇼도 새로운 볼거리다. 이러한 유흥 문화가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을 라스베가스로 몰고오는 추세이다. 여기도 좀 더 가족적인 분위기로 변모하는 것일까? Lord of Dance라는 아이리쉬 탭댕싱의 대부인 Michael Flatley가 와서 New York New York호텔에서 공연을 한다기에 볼까 하고 전화를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표는 이미 매진되었고 사실 있다해도 우리가 노름을 해서 큰 돈을 따지 않는 이상 보기 힘든 고액의 티켓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무려 $89! 우리는 큰 맘먹고 예전에 눈여겨 보았던 Ceasar's Palace에서 일박을 하기로 했다. 안타깝게 주말이어 다소 비쌌다. 거의 $100이었는데 그래도 그정도 수준의 호텔에서 보통 자려면 적어도 두배는 주어야 한다는 자기 위안을 하고 체크인을 하였다. 그런데 우리가 할당받은 방에 가니 전화가 안되는 것이 아닌가! 와 왕짜증. 왜냐면 이 호텔도 겁나게 커서 파킹장에서 프론트까지 오는데 엄청 헤맸기 때문이다. 근데 또 다시 프론트까지 찾아가야 한다니! 그래도 부모님께 전화를 해야하기 때문에 엉금엉금기어 내려와 문제 제기를 하였다. 덕분에 교체받은 방은 엄청 큰 스위트. 우아~ 왠 축구장?그런데 너무 썰렁하게 커서 춥기까지 했다. 욕실에는 자쿠지도 있고... 일단 짐을 풀고 라수베가수를 즐기기로 했다. 이럴줄 알았음 아는 사람들 다 불러 잤음 좋겠구먼... "야! 여기 시저스 팔레슨데 빨리와. 우리 엄청 큰 방 잡았어!" 시저스팔레스는 일전에 한번 가 본적이 있는데 호텔안에 있는 쇼핑광장을 보고 입이 저절로 헤~벌어졌다. 완전히 이태리 한 동네를 옮겨다 놓은 것처럼 꾸며 놓았기 때문. 여기 저기 길이 나있고 그 길이 모여 광장이 형성되고 그 광장 한 가운데에는 분수가 있고. 저녁이 되면 조명도 조금 어두어져 완전히 바깥에 있는지 안에 있는지 모를 정도가 된다. 우리는 우선 시장한 배부터 달래기 위해 유흥 및 관광을 잠시 제쳐두고 분수 옆에있는 이태리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우와~하고 우아하게 저녁을 먹고 잠시 실내 광장을 둘러보고 불야성 거리로 나섰다. 여기 번쩍, 저기 번쩍! 이태원의 네온사인이 절로 생각나는 라수베가수. 한 커플이 방금 결혼했는지 여자는 망칙한 웨딩드레스, 남자는 후줄그레한 턱시도를 입고 소리를 지르며 돌아다닌다. 아시다시피 네바다는 결혼/이혼이 매우 간단한 주다. 따라서 호텔 사이 사이에 조그만 교회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띈다. 이것도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지... 옆집에서 결혼하고 그 다음집에 도박하다 싸워서 그 다음집에 가서 또 이혼하고... 라스베가스에 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첨단(?) 시설. 심지어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고 내려갈 수 있는 육교가 큰 호텔로 연결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장애인과 노인들에 대한 배려겠지. 돈을 쓰는 자에게는 무한대의 서비스를 제공하라! 캐피탈리즘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이 아니겠나? 징그럽게 큰 호텔. 각 호텔은 나름대로의 theme을 갖고 온갖 치장을 다 했다. 예를 들어 시저스 팔레스는 로마를, 뉴욕뉴욕은 당연히 뉴욕을, 엑스칼리버(Excalibur)는 디즈니 궁전처럼, 룩소(Luxor)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MGM은 헐리우드처럼? 그렇게 호텔이 많은데 아직도 짓고 있는 큰 호텔 몇개 더 눈에 띄었다. 베니스, 파리, 만달레이 베이(Mandalay Bay)등이 새로 개장할 호텔들이다. 미국에 공황이 오면 어쩌려고 그러지??? 새로 생긴 벨라지오라는 호텔을 잠시 구경하고 바깥에서 하는 분수쇼를 보았다. 약 10-15분 정도 하는 쇼였지만 인상에 남을 만한 쇼였다. 왈츠였던가?에 맞추어 심플한 조명에 분수로 Water Show를 하였는데 지저분하지 않고 매우 클래식한 인상을 주었다. 호수를 둘러싼 나무에는 크리스마스 조명처럼 하얀 전기불을 밝혀놓아 여기저기서 연인들이 노소를 불구하고 다정 다감한 포즈를 취하여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지친몸을 이끌고 한번 크게 해 보자라는 욕심을 가지고 호주머니를 털어서 동전을 바꾸었다. 액수는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은 돈. 나는 얼마 되지도 않아 금세 $20을 날리고 남편 옆으로 가서 불쌍하게 앉아 있었다. 남편은 초반에 뭔가 우르르 쾅쾅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그세 조금 돈을 벌은 것 같다. 안받겠다고 했지만 남편이 조금 투자를 하는 바람에 나는 옆으로 가서 또 열심히 "땡기기" 시작했다. 흐흐. 행운의 여신이 오는가. 어쩐지 몇번 기분 좋게 짤랑짤랑 거리며 동전들이 쏟아져 나왔다. 점점 사람의 정신 상태가 몽롱해지면서 거의 무의식 적으로 돈을 집어넣고 배팅을 하게 된다. 그러나... 나나 남편이나 천상 도박으로 돈 벌 팔자는 (천만다행으로) 아닌 듯 싶다. 몇번 내가 다시 남편에게 투자를 한 뒤 우리 둘은 다시 거지가 되어 입맛만 쩝쩝 다시면서 아쉽게 슬롯머신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으~ 무심도 하여라. 우리 방값은 벌어야 했는데... 흑흑... 그 다음날도 가야할 길이 멀었기에 우리는 황제가 자는 방 같은 곳에서 그야말로 뻗어 누었다... 라스베가스에서 최종의 목적지인 산호세까지는 사막과 같은 곳을 지나야한다. 차안에 있으면 뜨거운 햇빛에 그야말로 머리가 뜨끈 뜨끈 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상쾌한 기분은 아니다. 그러나 한참을 그렇게 가면 거대한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끄트머리를 지나게 된다. 나는 엄청 높고 또 길이 꼬불꼬불해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한가운데를 지나온 줄 알았는데 남편이 아니란다. -그걸 어떻게 알지? 계속 잤으면서... 암튼 방금 지나온 사막과 너무 다른 풍경이었다. 이곳은 마치 알프스같다고 할까? 뜨문 뜨문 산 한가운데 통나무 집들이 보기에도 위태롭게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사람들은 무얼 먹고 사는 사람들인가 하는 생각이 또 들 수 밖에 없었다. 언제 시간이 나면 꼭 다시 한번 가 보고 싶은 곳이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컴컴해지면서 우리는 5번도로에서 비를 맞게 되었다. 끝없는 광야(?)에서 맞는 비는 두렵기까지 했다. 옛날 파이오니어들은 얼마나 자연이 무서운 대상이었을까... 지평선 저 끝에서부터 또 다른 저 편까지 꽉차인 빗줄기가 너무도 거대하고 두렵게 느껴졌다. 우리는 101로 바꾸어 타기 위해 Gilroy라는 곳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이곳도 제법 산간(?)지방이었다. 아무튼 너무 어두어져 아무것도 볼 수는 없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악몽같은 운전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곳에 앞에 가는 차만 죽어라하고 따라갔다. 왜 그리도 빨리 가는지... 한참을 올라갔다 내려오니 먼발치로 불빛들이 보석처럼 보인다. 아! 바로 저곳인가...! 조금을 더 달리니 문명의 세계로 다시 들어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쌩쌩 달리는 차들, 고속도로 옆에 늘어져있는 집들이 눈에 띈다... 드디어 왔구나. 왔어! 오빠집으로 찾아 들어갈 때는 정말 기분이 묘했다. 타고 온 도요다 이 차는 바로 1년 반전에 실리콘밸리에서 사서 뉴욕으로 가지고 갔다가 (그때는 트럭으로 실어 보냈지만) 이번에 돌아올 때 다시 몰고 오게 된 것이다. 이 차는 자기 고향(?)에 왔다는 것을 알기는 알까? 떠나기 전 들렀던 이 길을 다시 같은 차로 몰고오니 내가 그간 뉴욕에 있기는 있었는지, 그리고 그동안 그 많은 변화들이 실지로 있었던 일인지 정신이 잠시 몽롱해 짐을 느낄 수 있었다. 눈이 쾡해지는 이유는 무었이었을까... 사람이 원점으로 돌아오면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도착해 초인종을 눌렀다. "고모!"하며 나오는 조카들... 어제 내가 어디에 있었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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