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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99
누가 내 이름을 대며
그런 애 아냐고 물어보면,
그 애가 이렇고 저런 썰렁한 얘기를 했다는 걸 기억을 못해도,
이렇게 저렇게 생겼다는 기억이 나지 않아도,
그냥 내 이름 석자를 떠올리며
그 애와 참 좋고 재미있는 일이 많았었다 라는
어렴풋한 기억만 있더라도
나는 참 기쁠것입니다.
내 이름과 얼굴을 맞출 수 있다면 그건 덤이고,
그와 함께 나와 지냈던 일들 몇가지를 떠올릴 수 있다면
수지를 맞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냥 누구의 기억에 이름이라도 남아있다는 것에
내가 결코 평범하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며
뿌듯해 질 것 같습니다.
5/29/99
벌써 며칠째인지...
어디서 부터가 오늘이고,
어디까지가 어제이고,
어디서 부터가 내일인지를 모르게 지냅니다.
만남은 헤어짐을 예고하고,
헤어짐은 만남을 기약한다는 말은
요즘엔 별로 나의 기분에 도움을 주는 것 같지 않습니다.
사람이 공중에 부웅 떠서 생활하는 기분입니다.
여기도 저기도 아닌, 하늘도 땅도 아닌 어느곳에서
날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고 헤메이다가
어느 한 비상구를 발견한 것 같기는 한데...
그게 과연 비상구인지, 헤어나오지 못할 미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나에겐 아주 중요한 날입니다.
학교 개교기념일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중요하듯,
독립기념일이 자신이 살고있는 나라에 중요하듯,
오늘은 나에게 중요한 날입니다.
왜냐구요?
전 예전엔 상상도 못해봤던 일을 겪었고,
또 시련을 통해 아주 크~은 기쁨을 맛 봤기 때문입니다.
정말 실패없이는 참 성공이 어떤것인지
그 진맛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이래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용기를 잃지않고 삶을 살아나가는 것인가 봅니다.
그런거 있잖아요?
그냥, 다른사람들이 뭐라고 해서 챙피한 것 보다
내 자신에게 너무 실망스러운 것.
그럴때는 누가 무슨 위로를 해 주어도,
그리고 누가 무슨 흉을 보며 놀려대도,
아무 상관이 없어지잖아요?
그냥 내가 마음먹기에 달린 것.
내가 칠전팔기로 다시 일어서면
단 한 번에 성공한 것 보다 훨씬 더
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기쁠 것 같아요.
그냥 그 자리에서 낙심하고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난 아무래도 좋은데...
그게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와의 차이점인가 봐요.
어제로서 나의 대학생활을 마감했습니다.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나오는데
계속, "나 어떡하지...?"라는 말만 했습니다.
무슨뜻인지도 모르면서 계속 그랬습니다.
무엇을 어떡하냐는건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그냥 그런 것 같습니다.
뭔지 모르고 헤메는 것, 왜 그러는지도 모르고,
언제까지 그러는지도 모르고,
불확실한 미래에 발을 내미는 것.
그렇게 모르는게 인생이지요.
당신은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까?
바꾸어질 수 있다는 것을요.
애벌레가 변해 나비가 되는 것을 믿고,
올챙이가 변해 개구리가 된다는 것을 믿으면서,
사람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못 믿습니까?
애벌레나 올챙이는 알맞은 주위환경과 시간이 경과한 후에야
변화를 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신체적으로 어떻게 변하던 기다리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됩니다.
그 마음 먹기는 빗방울이 큰 바위를 뚫을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고
신체적 변화보다 더 더욱 힘들것입니다.
하지만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새 사람이 될 수 있는것입니다.
아까 들은 가삿말처럼
당신은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고,
당신은 내가 움직이는 이유이고,
당신은 내가 숨을쉬는 이유이고,
당신이 그 이유의 모든 것 입니다.
그런데 왜 나는 그 사실을 자주 잊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자꾸 그 여린몸에서 피가 나게 한 후 후회하는지...
사람이란 동물은 왜 이리 제 자신을 모르는지 모르겠다.
자가 한 일은 눈꼽만큼도 생각안하고
꼭 남의 일에 조잘조잘 재잘재잘.
남을 위해서 충고하는거라면 괜찮지.
그저 제 잘난체에 넘어가는 것이다.
아휴.
요즘엔 왜이리 작은일에까지 열받고
쪼잔해 지는지 모르겠다.
근데 정말로, 거울은 봐서 뭐하나, 이 사람들아.
겉만 보고 치장하면 뭐해.
속은 누군지도 모르고 ego에서 허우적거리는 어리석은 이들.
나는 나일 뿐이고,
나밖에 없는 유일한 나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성격좋은 내 친구가 아니고,
"저런 사람만 세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사람들이 감탄하는
저런 사람도 아니고,
자주 연속극에 등장하는 항상 웃으며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그런 여주인공이 아니고,
나는 오직 나 입니다.
내가 하는 행동,
나일 수밖에 없는 내 생각,
나이기 때문에 하는 나의 모든 몸짓,
그것들로 나는 다른사람이 아닌 내가 됩니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난 나이기 때문에,
내가 될 수있는 그 모든 것들 때문에,
나로서 살수있다는 것을 감사합니다.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습니다.
나라는 사람을...
삶의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발레리나가 수십바퀴가 되는 턴을
흔들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이유는
한곳에 눈의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활로 과녁을 쏠 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아무데나 쏜 후
과녁에 맞지 않았다고 투덜대는게 어리석어 보이듯,
삶이라는 화살을 활의 줄에 길게 잡아당긴 후
초점을 맞추지 않고 쏘는것처럼
어리석은 것은 없을것입니다.
인간은 참으로 어리석지요.
하지만 초점도 맞추지 않고 활을 쏘는 삶은 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월 십삼일.
오월이 벌써 십삼일이나 지났습니다.
그리고 나는 벌써 이백육십이개월이나 지났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십삼일쯤은 아무것도 아닌데....
하지만 티끌모아 태산이 되듯,
십삼일 모아 이백육십이개월이 되나 봅니다.
근데, 이 시간이란 티끌은 왜이리 빨리 모아지노?
아!!!
가슴이 터질것만 같다.
머리카락이 다 빠질것만 같다.
온몸이 산산조각 깨질것만 같다.
소리지르고 싶다.
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속으로 소리를 질러도 후련해진다.
그렇게 생각하련다.
우히히히.
정말 웃깁니다.
한 번도 보지도 못한, 실제로 어떻게 생긴지도 잘 모르는
요정같이 사진이 나왔다고
헤벨레 좋아라 실실 웃었습니다.
사람들은 가끔 '천사같이 예쁜', 혹은 '요정같이 귀여운'이란
말을 합니다.
사실 대충 짐작하는거지 한 번도 보지도 못했으면서요.
차라리 호박꽃이라던가, 나팔꽃이라던가 하는 비유에
더 좋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다고 할 수 없는것처럼
본적이 없다고 아름답지 않다고 할수는 없겠지요...
정말 힘듭니다.
세상 사는게 힘들다는게 아니고,
사람들과 함께 사는게 힘들다는게 아니고,
내 계획대로 안되서 실패감에 힘들다는게 아니고,
이 넓고 할 일 많은 세상에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내가 살 날들은 정해져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저기 저렇게 쌓여만 가니,
이거 정말 힘든일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사랑의 무게를
정육점에서 고기 근수를 매기듯
잴 수 있다면
엄마의 사랑은
저울의 눈금손이 튕겨져 나가던가
저울이 그 자리에서 폭삭 뽀개질 것이다.
그만큼 무겁고 질 좋은게 엄마의 사랑.
거기에 맞먹을수 있는 오직 하나는
아빠의 사랑.
모든 것이 너무 좋아질때가 있다.
사람들도 다 좋고, 주의 풍경, 날씨도 다 좋고,
아무하고나 얘기하는것도 좋고, 별일 없는데 괜히 웃음이 나오고,
계속 그렇게 있고 싶고, 그냥 산다는게 너무 좋을 때.
그러다가 모든게 다 싫어질때가 있다.
사람을 만나는것도 싫고, 얘기하는것도 싫고,
내가 생각을 한다는 것 조차가 싫고,
모든게 귀찮고 그냥 너무 싫을 때.
그 두 개가 반반씩 항상 있다면 좋을텐데
그 둘은 물과 기름처럼 왜그리 섞이지를 못하는지...
참 힘들게 만드는구나...
과연 이런것인가.
이런 느낌인 것인가...마지막 이란게...
내가 느끼고 있는 이것이
마지막 이란 것인가...
내가 볼 수 있는 것,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것,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이
이것이구나.
그래, 바로 이것이구나...
잠깐의 눈물과 많은 웃음이
이루어내는
이것이구나...
가끔가다 뜬금없이 아주 미친 행동을 하고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물론 머리속에서 상상으로만 끝나지만요.
한 번도 머리속에 맴도는 엉뚱한 행동을 실천에 옮겨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하고 싶습니다.
전 지금 강당의 제일 꼭데기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여기서 지금 마시고 있는 오렌지 주스를 강당 전체에 뿌리고
큰 소리로 호탕하게 "하하하"하고 웃어주고 싶습니다.
벌써 1999년의 3분의 1이 다 지나고
봄기운이 완연한 5월이 왔습니다.
5월은 어린이 날이 껴있어서 그런지
괜히 싱싱하고 산뜻한 느낌이 듭니다.
하늘은 항상 파아래야 하고
간간히 하아얀 뭉게구름이 떠다니고
주위의 모든 것들은 뚜렸한 색깔을 띠고
밝게 빛이나야만 할것같은 5월.
이 5월에 과연 나는 얼마나 어울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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