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햄릿이 되어 본다    -룸비니-

           네팔 벨라히야 국경사무소에서 비자를 받았다. 30달러.
     바이라흐와 가는 버스를 타고 몇정거장 가서 다시 룸비니 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컨디션이 너무 안좋다. 몸살이다.
   배낭들고 버스 오르는 것조차 너무 힘이 든다. 점심도 굶은 상태라 기운이 너무없다.

           옆자리에 앉은 네팔 청년에게 귤을 좀 사다달라고 부탁하니 그는 선뜻 응한다.
     그에게 20루피를 주었다. 잠시후 그는 빈손으로 왔다.
     1키로에 25루피란다. 나는 그냥 20루피만큼만 사오라고 돌려 보냈다.^^

           한봉지의 귤을 사온 그에게 반을 덜어주고, 갖고 있던 트럼프를 선물했다.
     그는 앞에 앉은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그것을 흔들어 보인다. 순진한 청년이다.

           버스는 덜컹거리며 속력을 내지 못했다.
     한시라도 빨리 숙소에 가서 쉬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은데 남의 속도 모르고
     버스는 시골길을 여유롭게 달린다.

           룸비니에 도착. 릭샤를 타고 대성석가사로 갔다.
   인도와 네팔을 통틀어 가장 큰절을 짓고있는 우리나라 절.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주지스님은 없고,네팔관리인이 방으로 안내한다.
   다섯개의 침구가 깔려있는 넓다란방에 나혼자 뿐. 잠시후 한국아줌마가 와서 일하는
     네팔인을 시켜 이불과 전기장판을 갖다 주었다.

           따끈따끈한 장판을 깔고 누우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오후 5시 식사시간에 맞춰 식당에 가서 주지스님과 다른식객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서양인 두명, 손님스님 등 한국인 네명.
     식사후 감기약을 먹은후 따뜻한 이불로 빨려들 듯 들어가 잠을 청했다.

           새벽 6시. 누군가 방문을 노크한다.
     아침 식사시간을 알리러 온 네팔인. 일반 숙소와 달리 절에 머물면 공동생활이라
     식사시간이 엄수된다. 식사시간에 안가면 국물(?)도 없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 식당으로 내려가니 모두 식사중이다.
     나보다 늦게 나타난 미국인은 아직 잠이 덜깬 모습이다.
     네팔에서 명상수업을 받고 있는 그는 하루 세 번 명상에 들어간다나.

           마야데비사원에 가보려고 절을 나섰다.
     마침 자전거탄 청년이 지나가 태워달라고 했다. 청년은 돌멩이가 없는
     고른길을 택해 오솔길의 좌우를 자유자재로 옮겨 달렸다.

           이정표없는 낯선길을 혼자 찾아 갔으면 애를 먹을뻔했다.
     청년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볼펜과 열쇠고리, 일회용 치솔세트등을 주었다.
     그는 사원에 있던 경비들에게 물건을 자랑하곤 다시 되돌아 갔다.

           사원에 들어가니 마야부인이 출산하기전 목욕했다는 작은 연못이 눈에 띄었고,
     허물어지고 남은 벽돌 구조물등이 보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전부다.

           부처가 탄생한 지역이라는 것을 알리는 글이 적혀있는 아쇽석주가 보였다.
     그아래에서 일본인 청년들이 검은 장삼옷에 노란띠를 목에 두르고 불경인지를
   열심히 외운다.스님같지는 않은데 독실한 불교신자인지 내가 사원을 한바퀴 천천히
     둘러 보고 나오려 할 때 까지도 그대로 그곳에 앉아 끝도 없이 불경을 읊는다.

          주위의 티벳절과 네팔절을 둘러본후 근처 가게에서 짜이 한잔을 마셨다.
   네팔사원쪽으로 나오니 길 저쪽편에서 다리불구인 걸인이 나를 향해 구걸을 하러
     다가온다.그가 오기를 참다 못해^^ 내가 직접 걸어가서 돈을 주고 돌아왔다.

           한적한 시골길을 콧노래 부르며 걷다보니 어느새 석가사.
     맞은편 웅장한 중국절에 들어갔다.겉모습만큼이나 깔끔한 정원과 회랑으로
     연결된 건물. 우리나라 부처와 같은 온화한 인상의 불상이 있는 대웅전을 들여다
   보니 한쪽옆에 커다란 세로로된 현수막이 보인다.그곳에는 '인민 행복'이라는 글귀가
     큼직하게 씌여있다.국민 모두 행복하길 비는 중국의 대국기질이 엿보이는 문귀다.

           청랑한 목탁소리에 잠을 깬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끊길 듯 이어지는 불경소리를 들으며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쉬이 잠이 들지않는다.

           이제 몸살이 많이 나았다.
     이불에 누워 햄릿이 되어본다. 석가사에 하루 더 머물 것인가 말 것인가.
     트레킹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등등..^^

           그러다보니 어느새 아침 식사시간이 되었다.
     다시 햄릿이 되어 아침을 먹으러 갈 것인가 말 것인가...

   며칠 머물었지만 나한테는 새벽밥(?)먹는것이 아직 익숙지않아서 갈등을 하게된다.
 밥먹으러 가는게 무슨 큰일을 치루는 행사같이 여겨지지만 아직 그행사를 거른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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