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맨슨 1

아직 젊은 영화 스타에게는 조용하고 외딴 장소가 그만이었다. 비버리 힐즈에서 좀더 올라간 곳에 위치한 협곡은 시끄러운 헐리우드에서 멀리 떨어져 조금이나마 사생활이 보장될 수 있었다. 샤론 테이트(Sharon Tate)는 시에로 드라이브(Cielo Drive)에 위치한 이 곳을 가장 좋아했다. 그녀에게 이곳은 꿈에도 그리던 남자인 동시에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의 아버지인 감독 로만 폴란스키와의 사랑이 묻어나는 곳이었다.

1969년 8월 9일, 토요일 밤의 훈훈한 열기를 식히려는 듯이 바람은 시원했다. 이 아름다운 여성은 나름대로 잘나가는 친구들과 그날 밤을 보내고 있었다. 친구들은 커피제국의 상속녀인 애비게일 폴거(Abigail Folger)와 그녀의 남자친구 보이텍 프리코스키(Voytek Frykowski), 그리고 세계적인 미용사 제이 세브링(Jay Sebring)이었다. 샤론은 임신 8개월이었고, 남편은 영화작업으로 멀리 유럽에 가있는 상태라 무척 외로움을 느끼던 참이었다. 주말에 이렇듯 깜짝파티를 여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저택은 꽤 고립된 편이었지만 보안만은 철저했다. 집에서 거의 100피트 정도 떨어진 대문은 항상 잠겨 있었고, 손님용 별채에는 젊은 경비원이 상주하고 있었다.

100야드 정도 떨어져 사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었던 코트(Kott) 부부는 그날 밤, 새벽 12시 30분과 1시 사이 정도에 샤론의 저택 방향으로부터 몇 발의 권총 소리를 들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그들은 곧 다시 잠이 들었다.

같은 시간에, 1마일 정도 거리에서 캠핑을 관리하고 있던 팀 아일랜드(Tim Ireland)는 소름끼치는 비명소리를 들었다. "아악! 세상에! 안돼요! 으흑... 그러지 말아요...." 그는 그 주위를 차를 타고 돌아보았으나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가까운 곳에서 에밋 스틸(Emmett Steele)의 개가 새벽 2시에서 3시 사이에 미친듯이 짖어댔다. 그는 침실에서 나와 밖을 살펴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자 다시 잠들었다.

부유층의 개인 경비원 로버트 불링턴(Robert Bullington)은 새벽 4시 조금 지나서 몇 발의 권총 소리를 들었고 즉시 상부에 보고했다. 상부는 다시 LAPD, 즉 로스앤젤레스 경찰서에 전화를 하였다. LAPD 경찰관은 "살인 사건이 아니길 바랐습니다. 단지 그 지역에서 여자의 비명소리를 들은 것 뿐이었거든요."라고 말했다.

샤론 테이트의 가정부였던 위니프레드 채프먼(Winifred Chapman)은 아침 8시 조금 지나서 저택의 대문 앞에 도착했다. 문 밑에 잘려진 전화선 같은 것이 떨어진 것을 발견한 뒤 그녀는 문의 자동 잠금 장치를 밀어보았고, 문은 홱하니 열렸다. 그녀는 집의 내부로 걸어들어 가면서 못보던 하얀 램블러가 주차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늘 숨기던 장소에서 열쇠를 찾아 뒷문을 열었고, 일단 부엌에 들어간 다음 전화기를 들어올려 보았는데, 곧 바깥에 떨어져 있던 것이 전화선이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로 인해 집안의 모든 전화는 끊긴 셈이었다. 거실을 향해 걸어들어가자 그녀는 앞문이 열려 있고 사방에 붉은 칠이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앞문을 통해 밖을 보자 수영장은 피로 물들여져 있었고 시체로 보이는 것이 잔디 위에 엎어져 있었다.

그녀는 너무 놀라 오던 길로 다시 뛰어 나갔고, 그 와중에 램블러 속에 있는 또다른 시체를 보았다. 그녀는 코츠 부부의 집까지 뛰어가 문을 있는 힘껏 두드렸으나 아무도 없자, 다시 비명을 지르며 다음 집까지 뛰어가 같은 행동을 하였다.

LAPD 경사 제리 드로사(Jerry DeRosa)가 첫번째 도착한 사람이었다. 그는 램블러까지 걸어가 한 청년이 온통 피를 뒤집어쓰고 조수석에 고꾸라진 것을 발견했다. 그 당시 윌리엄 위즌헌트(William Whisenhunt) 경사가 드로사와 동행했다. 두 경사는 총을 뽑아 들고 다른 차들과 차고를 조사했고 이때 세번째 사람인 로버트 버브리지(Robert Burbridge) 경사가 동참했다. 아름답게 가꾸어진 전형적인 로스앤젤레스의 잔디위에 두 시체가 있었다. 하나는 30대로 보이는 백인이었다. 누군가 그의 머리와 얼굴을 가격한 동시에 몸의 다른 부분을 수십번이나 무자비하게 찌른 모양이었다. 다른 하나는 긴 잠옷을 입은 갈색머리의 젊은 여자였는데, 역시 몇 차례 칼로 찔려 있었다.

세 경사는 조심스레 집 가까이 다가갔다. 무엇이, 또는 누가 그들을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였다. 앞문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성급한 행동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앞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 때, 그들은 창문의 커튼 하나가 없어진 것을 알아챘다. 위즌헌트 경사는 집의 측면에 있는 문을 통해 버브리지 경사와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두 경사가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드로사 경사는 앞문으로 다가갔고, 곧 문의 하단에 피로 조악하게 쓰여진 'PIG'라는 글씨를 발견했다. 복도에서 그들은 여행용 트렁크 2개를 발견했고, 뿔테로 된 부서진 컵과 권총 손잡이의 파편도 발견했다. 그들은 소파로 다가갔고, 곧이어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만삭의 젊은 금발머리 여자가 온몸이 피로 얼룩진 채 바닥에 누워 있었는데, 목에 감긴 줄이 천장의 서까래까지 뻗어 있었다. 줄의 한 쪽 끝은 옆에 누워 있는 남자의 목에 둘러져 있었고, 그 역시 유혈이 낭자했다. 집의 다른 곳을 둘러보던 와중, 한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경비원 윌리엄 개럿슨(William Garretson)이었다. 경사들은 그에게 수갑을 채우고 체포하였다.

바로 그 토요일 야심한 시각에 레노 라비앙카(Leno LaBianca)와 로즈마리 라비앙카(Rosemary LaBianca) 부부, 그리고 21살 난 딸 수잔 스트루더스(Susan Struthers)는 차에 보트를 실은 채 휴가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들은 수잔의 아파트에 그녀를 내려주고, LA의 로스펠리즈(Los Feliz) 지역에 있는 웨벌리 드라이브(Waberly Drive) 3301가에 위치한 자신들의 집으로 차를 몰았다. 그들은 새벽 한두시경 신문을 사러 잠깐 차를 세웠다. 다음날 까지 그들을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전 결혼에서 얻은 로즈마리의 아들 프랭크 스트루더스(Frank Struthers)는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8시 30분즘 차도로 캠핑도구들을 옮기는 동안 무언가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모터보트가 아직도 길가 위에 그대로 있는 것이었다. 계부가 보트를 차고에 넣어두지 않았다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프랭크는 그 다음 집안의 모든 커튼이 내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그의 부모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그는 대문을 두드렸으나 대답이 없자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결국 그는 누나에게 전화했고, 그녀는 남자친구와 함께 부모님이 사는 집에 도착했다.

프랭크와 남자친구는 뒷문이 열린 것을 알아냈다. 그들은 한바퀴 둘러볼 때까지 수잔에게 부엌에 있으라고 했다. 두 청년이 거실에 들어섰고 그들은 레노가 잠옷 차림으로 머리엔 베갯닢이 놓여 있고 목에는 전선을 두른 채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엇인가 그의 배 위로 튀어나와 있었다. 그들은 수잔을 억지로 데리고 허둥지둥 바깥으로 나왔고 옆집에 있는 전화로 경찰에 신고했다.

곧 구급차 한 대와 경찰들이 도착했다. 레노는 붉게 물들여진 베갯닢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 목에는 전등줄이 꽁꽁 감긴 채 발견되었다. 두 손은 등뒤에서 가죽끈으로 묶여 있었다. 포크가 그의 배 위로 튀어나와 있었고, "WAR"이라는 단어가 살에 새겨져 있었다. 침실에는 로즈마리가 바닥에 누운 채로 발견되었는데, 잠옷이 머리 위까지 올라가 있었다.

집안의 세 군데에 희생자의 것으로 보이는 피로 다음과 같이 씌여 있었다. 거실의 벽에는 "DEATH TO PIGS", 다른 벽면에는 "RISE"란 단어가, 그리고 냉장고 문에는 "HEATHER SKELTER"라는, 철자가 틀린 글이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