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터 스켈터(HELTER SKELTER)
세상을 맞이할 준비가 덜된 상태로, 기타를 맨 찰리는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히피집단에 합류하게 되었다. 전성기가 지나고, 그곳엔 정말 골수 히피족 몇몇과 아직 환각에서 깨어나지 못한 사람들만이 남아있었다. 찰리는 히피에 대해 별관심이 없었으나 그럭저럭 어울려 지냈고, 그들도 찰리에게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 와중에 찰리는 마약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요령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는 소위 '꽃순이'들, 즉 대체로 부모와 사회에 반항하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살아온 젊디 젊은 소녀들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찰리는 그들과 허물없이 지내며 그녀들의 선과 악에 대한 기준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꽃순이 대부분은 순진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였기에 쉽게 찰리의 말을 맹종하게 되었다. LSD와 앰퍼타민은 찰리가 그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로 쓰였다. 1968년 봄, 찰리와 꽃순이들은 버려진 학교버스를 타고 다니며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이리저리 방랑하기 시작했다. 도중에 음악을 가르치던 개리 힌먼이란 사람이 합류했고, 마침내 캐년 로드에 있는 한 집에 여장을 풀었다. 힌먼을 통해 찰리는 비치보이스의 데니스 윌슨을 만나게 되었다. 찰리와 그의 여자들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데니스의 주위에서 맴돌았다. 찰리는 데니스 윌슨과의 친분을 어떻게든 이용해보려고 했지만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윌슨은 그들의 행위에 부담을 느껴 찰리에게 여자들 좀 어떻게 하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그때 즈음, 찰리는 죠지 스판이란 노인을 만나게 되고 자신들을 그의 농장에 머물게 해달라고 졸랐다. 스퀴키 프롬이라는 찰리의 추종자는 노인에게 성적인 욕구를 충분히 해결해 줄 수 있다고 꼬드겼다. 맨슨 가족은 절도와 하찮은 일거리로 연명했고, 먹는 음식의 대부분은 슈퍼마켓에서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진 것들이었다. 찰리는 그의 음악을 아무에게라도 소개하려는 데 여전히 혈안이었다. 데니스 윌슨과 음악계에 종사하는 다른 사람을 통해 그는 도리스 데이의 아들인 테리 멜쳐를 만나는데 성공했다. 그는 멜쳐가 자신의 음악을 쓴 영화를 제작해 주길 바랐다. 그 즈음 멜쳐는 나중에 로만 폴란스키와 샤론 테이트에게 임대할 시에로 드라이브의 저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찰리는 틈만나면 데니스 윌슨의 차를 타고 그 집 주위를 배회했다. 멜쳐는 찰리가 자신을 통해 음반 발매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곧이어 그는 찰리를 만나게 되었고, 찰리는 그 앞에서 기타를 치며 자작곡을 들려주었다. 여자들은 옆에서 같이 노래를 부르거나 탬버린을 쳐댔다. 멜쳐는 일주일 후 다시 찰리를 만나 녹음 계획은 없던 것으로 하자고 전했다. 그러나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은, 찰리가 자신의 음반을 발매해줄 거라고 찰떡같이 멜쳐를 믿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아무 성과가 없자 찰리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났고 멜쳐에게 실망했다고 떠들고 다녔다. 비록 음악보단 비중이 덜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던 사상은 또다른 그의 일면이었다. 그러나 찰리가 그 사상을 진짜 따랐다기 보다는 그것을 이용해 꽃순이들을 열광시키는 것이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 사상의 중심은 "아마겟돈"이었다. 찰리는 언제가 흑인들이 들고 일어나 백인들을 공격하기 시작할 것이고, 도시는 온통 인종차별에 대한 복수의 도가니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흑인들은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지만 선천적인 열등 인자 때문에 힘들여 쟁취한 권력은 오래 가지 못하리라 예견했다. 1968년, 비틀즈가 돌연 "White Album"('Helter Skelter'란 곡이 수록된) 을 발표하자, 찰리는 이때다하고 인종전쟁을 예언했다. 이 노래의 가사는 찰리의 목적에 딱 들어맞았다. 이제 그 인종전쟁은 이름까지 갖게 된 셈이었다. 한 추종자는 다음과 같이 'Helter Skelter'를 묘사했다. "흑인들은 백인들이 사는 집에 쳐들어가 완전히 짓밟을 것이다. 와츠가의 흑인 무리들은 벨 에어와 베벌리 힐즈로 밀고 들어올 것이다... 사지 절단은 물론 사방에 피가 난무할 것이며 벽에는 백인의 피로 글을 쓰는 등 갖은 잔혹한 공격을 감행할 것이다... 혁명이 성공할 때 까지, 그들이 승리해 모든 것을 소유하는 바로 그 날까지 만행은 계속될 것이다... 그런 다음 바로 이것이 백인들의 운명이라 말할 것이다..." 찰리와 '가족'은 사막에 만들어 놓은 지하 안전시설에 대피하여 이 살육의 현장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것이었다. 찰리는 '묵시록'에서 착안하여 "밑이 없는 구덩이"란 말을 만들어 냈고, 소위 죽음의 계곡 아래 있는 황금도시로 이어진 동굴의 입구라 설명했다. 이 천국과도 같은 곳에서 찰리와 '가족'은 전쟁이 끝나길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흑인들이 세력유지에 실패할 그날까지 144000명으로 불어날 찰리의 '가족'은 흑인으로 부터 정권을 받아 모든 도시를 점령할 것이었다. "그때는 세상이 우리의 것이 될 것이다" 찰리는 이렇게 그의 꽃순이들에게 설파했다. "세상엔 우리와 흑인노예 밖에 없을 것이다. 나, 제 5번째 천사며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인 찰스 윌리스 맨슨은 다음 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다른 네 명의 천사들은 바로 비틀즈였다. 이렇게 엉성하기 짝이 없는 이론으로 어떻게 테이트-라비앙카 살인사건과 같은 잔인한 범행을 사주할 수 있었을까? 예언자 찰리는 1969년 여름부터 살인사건이 증가할 것이라 떠벌렸지만, 그 여름이 다 가도록 이 "예언자"의 말이 맞아 들어가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흑인들은 백인들이 가르쳐 준 것밖에 모른다". 그는 살인을 꾀하기 전에, 꽃순이 중 한 명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 지를 몸소 보여줘야겠다"고 말이다. 라비앙카 살인사건 이후, 맨슨을 추종하던 여자들 중 한명이었던 린다 카사비안은 로즈마리 라비앙카의 지갑과 신용카드를 흑인 밀집 구역에 위치한 한 주유소의 화장실에 놓고 올 것을 지시받았다. 그렇게 되면 이론상으론, 어떤 흑인 여자가 그 신용카드를 사용할 것이고, 결국 라비앙카 사건의 용의자는 흑인들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신용카드는 아무도 쓰지 않았고, 경찰에 신고되지도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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