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이 사건의 진상을 다룬 '헬터 스켈터(HELTER SKELTER)'라는 책에서 검사 빈센트 버글리오시(Vincent Bugliosi)는 LAPD의 강력계가 저지른 실수에 대해 냉혹한 비판을 가했다. 그가 지적한 것 중 하나는 샤론 테이트 살인사건과 그 다음날 밤에 일어난 라비앙카 살인사건, 그리고 그 이틀 전에 일어났던 게리 힌먼(Gary Hinman) 살인사건을 서로 연관시키는 데 한참이나 걸렸다는 점이다. LAPD의 이러한 실책은 각 지방 경찰서와의 협력부족에서 명백히 기인한 것이었다.

6월 31일 있었던 음악교사 게리 힌먼 살인 사건을 보고했던 바로 그 2명의 LA 지방 경찰관들이 LAPD쪽으로 테이트-라비앙카 살인 사건을 보고했었다. 시체 옆의 벽에는 힌먼의 피로 "POLITICAL PIGGY"라고 쓰여 있었고, 이 말은 테이트-라비앙카 사건과 매우 흡사했다. 더군다나, 테이트-라비앙카 사건의 희생자들과 마찬가지로 힌먼은 칼에 찔려 죽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LAPD 경찰관들은 힌먼의 죽음과 테이트 사건을 연결시키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거기다, 라비앙카 사건은 바로 LA 지방 경찰서의 관할 내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는데도, LAPD는 젼혀 눈치를 못채고 있었다.

LAPD가 지방 경찰관들의 말을 귀찮더라도 귀담아 들었다면, 찰리 맨슨이 이끄는 한 무리의 히피족들과 같이 생활하던 바비 보소레일(Bobby Beausoleil)을 힌먼의 살해 용의자로 지방 경찰서에서 체포한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LAPD는 테이트 사건이 마약 거래자들의 내부 문제로 일어난 사건으로 일찌감치 단정해 버리고, 히피에 관한 이야기는 한귀로 흘려 버렸다. 또한 LAPD는 경비원 윌리엄 개럿슨을 붙잡아 두고 있었는데, 그는 그 성대한 피의 의식이 일어나는 동안 내내 잠들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 겁먹은 청년에 대한 제소는 그가 거짓말 탐지기를 통과하자 다시는 재론되지 않았다.

로즈마리 라비앙카의 지갑과 손목시계가 없어진 사실로 미루어 경사들은 근본적으로 범죄의 동기가 강도라고 생각하였다. 이 부유한 희생자들의 저택에는 값나가는 물건들이 꽤 있었으나, 살인자들은 손도 대지 않은 채였다. 테이트 저택에 떨어져 있던 소액의 현금도 증거물로 채택이 된 상태였고, 희생자들이 지닌 지갑들은 원래 상태 그대로였다. LAPD는 폴란스키의 집에서 파티를 연 적이 있었던 3명의 마약 중개인들을 조사했으나 하나하나 모두 그 사건과는 전혀 관계없이 깨끗했다. 마찬가지로, 로만 폴란스키 역시 몇 시간에 걸쳐 경찰에게 조사를 받았고,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까지 받기로 약속했다.

8월 15일, 시에로 드라이브의 저택에서 일어났던 살인 사건 이후 처음으로, 로만 폴란스키는 정신과 의사 피터 허큰스와 동행하여 돌아왔다. 폴란스키는 아내와 아들을 잃은 상심으로 모습이 말이 아니었지만, 그가 저택으로 걸어들어 가는 와중에도 벌떼같이 달려들던 기자들이 보인 행태는 그를 더욱 분노케 했다. 그는 한 신문에 그와 그의 부인이 섹스와 마약 파티에 찌들은 악마숭배자라고 적힌 기사를 보고 끝내 분통을 터뜨렸다. "샤론은," 그는 말했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착해서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녀에겐 가식없는 아름다움이 있었어요. 정말 멋진 여자였었죠. 샤론은 나를 사랑해 주었고, 지난 몇년 동안은 정말 내 생애 다시없이 행복했던 순간들이었습니다."그는 경찰에게 혹시 샤론이 아닌 자신이 범죄 동기가 아니었을까라는 이야기를 내비쳤다. "질투 아니면 뭐 음모 비슷한 거였을 지도 몰라요. 샤론이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을 리 없습니다." 폴란스키는 마약이 살인의 동기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그의 아내는 비록 만나기 전에 LSD에 잠깐 손을 대었던 적도 있었지만, 심각한 마약 복용자는 아니었다. "그것만은 확실해요." 그는 경찰에게 말했다, "대마초를 제외하고 그 어떤 마약도 한 적 없었고, 대마초도 피운듯 만듯 할 정도였어요. 또 임신 중이었잖습니까. 물어볼 필요도 없잖아요. 샤론은 굉장히 몸을 사렸어요. 먹으라고 따라준 와인에 손도 대지 않았으니까요."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지 한달 후, 폴란스키를 포함한 피터 셀러스(Peter Sellers), 율 브린너(Yul Brynner)와 워렌 비티(Warren Beatty)와 같은 사람들이 250000달러에 달하는 현상금 광고를 LA 지역 신문에 게재하였다. 폴란스키와 그 주변 친구들은 샤론 테이트와 뱃속의 아기, 그리고 다른 4명의 희생자들을 살해한 사람들을 잡거나, 아니면 살인죄를 적용시킬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는 250000달러의 현상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온갖 시나리오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사람들 마다 이야기가 달랐는데, 범인은 마피아라든지, 폴란드의 비밀 경찰들이라는 설까지 있었다. 샤론의 아버지 폴 테이트 장군은 전직 육군 정보부 사령관이었는데, 그는 혼자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머리카락과 수염이 길게 자라는 것도 아랑곳 않고, 그의 사랑하는 딸과 손자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에 대한 그 어떤 시시한 정보라도 얻어내려는 일념하에 히피 모임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1969년 9월 1일, 10살 짜리 소년 스티븐 와이즈(Steven Weiss)는 셔먼 옥스에 있는 자기집 잔디밭에서 권총 한 자루를 주웠다. 그는 22구경 하이 스탠다드 롱혼 권총을 조심스레 아버지에게 건네주었고, 아버지는 즉시 LAPD에 신고했다. 녹이 슨 총은 더러웠고 손잡이는 부서진 상태였다.

몇 주전, LAPD법의학자들은 테이트 희생자들에게 쓰였던 손잡이가 부서진 22구경 권총이 좀체로 드문 하이 스탠다드 22구경 롱혼 권총이라고 확실히 결론지은 바 있었다. 믿지 힘들지만, 2주 후 손잡이가 부서진 똑같은 종류의 권총을 건네받은 LAPD는 권총에 꼬리표를 달아 창고에 처박아두고 그것을 까맣게 잊어버렸다.며칠 후 LAPD는 살인에 쓰인 권총에 대한 설명과 사진이 동봉된 공문을 모든 직원에게 돌렸다. 공문이 캐나다를 포함한 미국 근방에 있는 국가들의 경찰기관까지 보내지는 동안, 문제의 권총은 반 누이스(Van Nuys)구역의 물품보관소에 얌전히 놓여있었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 석달이 지나, LAPD와 지방 경찰서에서 수사가 따로따로 진행되는 동안, 그 어느 쪽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방 경찰서의 경찰관들이 맞은 편 LAPD의 경찰들 보다 더 젊고 활발했던 관계로 테이트 사건과 라비앙카 사건이 확실히 연관이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들은 몇몇 용의자를 점찍어 놓았고, 그 중 한명이 찰스 맨슨이었다.

결국 10월 중순 쯤에 LAPD는 지방 경찰서에 연락을 하기 시작했고, 게리 힌먼과 테이트-라비앙카 살인 사건의 유사성에 대해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조사는 스판 랜치(Spahn Ranch)까지 진척되었고, 그곳은 스스로를 '맨슨 가족'이라고 부르는 히피들의 집단 근거지였다. 스판 랜치는 체스워스(Chatsworth) 근방의 산악지대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1920년대 한 때 서부영화의 배경으로도 쓰이던 곳이었다. '쓰레기 인간들(The Garbage People)'에서 작가 존 길모어(John Gilmore)는 이 낡은 영화 촬영장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길은 더럽고, 롱혼 술집을 비롯한 버려진 건물들은 유령마을을 연상케 한다. 백만명도 넘는 사람들이 이 거친 서부의 모습을 보아왔지만 먼지는 쌓여가고.. 땅에는 녹슨 자동차 부품들이 뒹굴고, 단지 한두명의 방문객들만이 지나가고 있을 뿐이다.."

게리 힌먼 살인 혐의를 받고 있던 바비 부소레일은 '맨슨 가족'과 함께 스판 랜치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다. 그의 여자 친구인 17살의 키티 루싱어(Kitty Lutesinger)는 맨슨이 바비와 수잔 애킨스(Susan Atkins)라는 여자를 같이 힌먼의 집으로 보내 돈을 가져오라고 시켰다고 밝혔다. 힌먼이 돈을 내놓지 않자, 그들은 그를 죽여버렸다. 루싱어는 또한 수잔 애킨스가 어떤 남자와 싸우다가 그의 다리를 칼로 여러번 찔러버렸다는 얘기를 한 것을 기억했다. 경찰이 감옥에 있는 수잔 애킨스에게 물어보자, 그녀는 부소레일과 같이 힌먼의 집에가서 그의 돈을 받아내려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가 거부하자, 부소레일은 그의 얼굴을 칼로 그어 버렸다. 두 명은 며칠 후 부소레일이 그를 살해할 때까지 그를 집에 가둬 놓았다. 그 당시, 그들은 수잔 애킨스가 어떤 남자의 다리를 수차례 칼로 찌른 적이 있다는 얘기밖엔 부소레일과 테이트-라비앙카 사건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게리 힌먼은 아니지만, 보이텍은 다리를 여러번 칼에 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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