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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 날씨가 하도 좋아 정말 오랜만에 우리 부부는 맨하튼으로 나들이를 하였다. 허구헌날 집에서만 맴돌고 있던터라 주인장 홈페이지에 극찬을 한 Central Park를 한바퀴 돌고 영화나 한편 보는 것을 코스로 잡고 한 12시쯤 집을 나섰다. 맨하튼에 도착하여 어렵게 파킹을 하고 나니 배가 출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으니 일단은 고픈 배를 달래기 위해 70가 Amsterdam Ave를 어슬렁 어슬렁 걸어 다녔다. "Lunch: 50% Discount"라는 간판을 발견한 우리 두 부부는 마치 사냥감을 발견한 야수처럼 침을 흘리며 침묵속에 "그래! 우리가 찾던 곳이 바로 여기야" 라는 동의를 눈짓으로 주고 받으며 식당문을 들어섰다. 정확하게 72-73가 사이에 위치한 Baluchi's라는 식당은 이름과는 좀 어울리지 않은 인도 음식점이었다. 남편은 Chicken Tikka(?)(커리/토마토/크림소스의 닭고기 요리) 그리고 나는 Lamb Vindaloo (양고기로 커리같은 소스로 아주 맵게 만든 음식)을 먹었는데 오랜만에 인도음식을 먹어서인지 아주 맛있었다. (참고로 방금 인터넷을 조사한 결과 이 음식점은 어떤때는 맛있고 어떤때는 맛이 없는 것이 문제란다. 아마 주방이 들쑥날쑥 하나보다) 둘이 푸짐하게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15정도로 끼니를 때운 것에 매우 만족을 하며 "중앙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11월 말임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포근하고 또 연휴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정말 사람들이 많았다.(개도 엄청 많았음. 개 반, 사람 반) 나는 정말 정말 "중앙공원"이 좋다. 여기에 나와 걸어다니면 살 맛이 난다. 81가 자연사 박물관쪽에서 들어가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이전에 발견하고 그동안 찾지 못했던 세익스피어 극장와 Belvedere Castle도 다시 발견하였다. 아마 한 76-77가 정도 즈음에 위치한 것 같다. 성 꼭대기 (그래봤자 아주 낮지만)에서 내려다 보면 연못, 커다란 잔디밭, 그리고 세익스피어 야외 원형극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성 바깥에는 나무 토막을 예쁘게 잘라 만든 울타리며 의자가 마치 동화책에 자신이 들어간 느낌이 준다.
쪼르륵 내려가 백옥교(?)를 넘고 연못을 쭉 따라 걸어 가다 보면 또 다른 진풍경을 볼 수가 있다. 바로 Bethesda Terrace에서 롤러블레이드를 타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몇 차례 걸쳐 이곳을 오노라니 이제는 이따금 눈에 익은 사람들이 있어 반갑기까지 하였다. 내가 이름을 붙힌 사람들을 들자면 일명 "빌 클린턴(그렇게 생겼으니까)," "흑조"(흑인남자인데 정말 몸이 완전 발레리나 같음) 그리고 "Slow-Motion" (이 사람도 흑인인데 머리는 완전히 새가 둥지를 트고 살 정도로 정신이 없는데 롤러블레이드를 아주 천천히 슬로우 모우션으로 탐) 하여간 이 사람들을 쳐다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난다. 늙은 할아버지도 머리에 walkman을 끼고 반바지 차림에 춤을 추면서 타는데 나도 과연 저 나이에 저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한번 "그래, 나도 항상 젊게 생각하며 살자!"라는 다짐을 하게끔 만든다.
한참 미소를 지며 사람 구경을 한 후 더 남쪽으로 내려갔다. Wollman Rink에서 아이스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을 구경하러. 가는 도중 음악 소리가 들려 가 보았더니 히피처럼 생긴 남자 2명이 드럼을 치고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하고 있다. 후진 스피커를 사용하는데도 불구하고 노래 소리가 그런대로 들을만 했다. 나도 조금씩 흥얼거리며 노래를 듣다가 발길을 조금 돌리니 이번에는 인형극을 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와~ 이렇게 꽁짜로 볼 수 있는게 많다니! 신나라~
드디어 목적지인 야외 스케이트장 Wollman Rink에 도착을 하였다. 앙상한 마른 가지들 사이로 맨하튼의 고층 건물들을 보면서 스케이트를 탈 수가 있어 운치가 더없이 좋은 곳이다. 왕년에는 나도 스케이트를 타러 몇번 가서 뒤로 타고 빙글빙글 돌고 하며 온갖 쇼를 다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입맛만 쩝쩝 다시다가 지난 여름 이태리에서 직수입한 야외 까페(?)가 있다는 59가에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가는 도중, 엥? 이게 웬 낮익은 소리? 이거 장구소리 아냐? 아니나 다를까 놀라지 마시라! 이 백인들이 득실거리는 중앙공원에 자랑스럽게도(?) 한국 청년이 혼자 머리에 상모를 쓰고 선반 장구를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힘이 들어서인지 조금 기운이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장구 솜씨는 왕년 김덕수 사물놀이에서 일을 했던 본인이 감히 평하기에 그리 나쁜 솜씨는 아니었다. 누군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연주중이라 물어보지는 못했다. 조금 더 깔끔하게 옷을 입고 아예 사물놀이를 했음 정말 좋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대견스러웠다.
드디어 2시간의 walking 끝에, 비싼돈을 주고 수입했다는 이태리 노천 까페 발견. 으악! 이게 웬 실망! 아니 뭐 이런 고철 덩어리를 이태리에서 수입했담? 이름하야 Ferrara. 틀림 없이 내 기억으로는 대리석이 어떻구 저떻구 했는데 영 아니었다. 그럼 잘못왔나?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암튼 조금 실망을 하였다. 그래도 이왕지사 걸음을 했으니 그냥 갈 수는 없고 없는 돈을 털어 $2.00을 주고 카푸치노를 한잔 사서 남편과 나눠 마셨다. 커피맛은 그런대로 좋았지만...
그때 시각 4시. 5시에 볼 영화라서 약 1시간 정도가 남았다. 더이상 으실으실 추워서 걸어다니지는 못했고 이럴때 대피소로 가장 좋은 곳은 다름 아닌 "Barnes & Noble!" 이게 없었을 때는 어떻게 살았나 몰라... 줄리아드 음대 건너편에 있는 Barnes & Noble의 4층으로 올라갔다. 여기는 Starbucks Coffee Shop도 있고 또 잡지가 쫙! 몰려 있는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빈자리 빈틈 하나 없이 사람들로 꽉 찼더군. 그래도 비집고 들어가 Business Week, Forbes, Upside, Silicon Alley Magazine 등을 들고 아무데나 앉아 읽고 있노라니 시간이 후딱!
5시에 볼 영화는 다름 아닌 Toy's Story로 유명해진(Apple사의 창업자인 Steve Jobs가 이 회사를 만들었다는 것도 상당히 유명한 사실이지만) 픽사(Pixar)의 A Bug's Life이다. 영화평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간단히 소감만 피력하자면 전 작품이 워낙 걸작이라 그 벽을 뛰어 넘기란 앞으로 힘들 것 같다는 느낌이다. 물론 3D 효과는 어마어마하게 진보되었지만 내용면으로 볼 때 너무 평이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쬐끔 돈 아깝다는 생각을 하며 극장을 나섰다.
암튼 뉴욕의 겨울은 참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겨울에 뉴욕을 찾는 사람에게는 5번가와 매디슨 가, 록펠러 센타의 크리스마스 장식(이번 록펠러 앞을 장식할 이 크리스마스 트리는 오하이오에서 러시아 특별 화물기까지 동원해 날라온 유별난 나무임), Lord & Taylor와 Saks Fifth Ave 백화점의 쇼윈도우 등을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이번에 새 단장을 한 Grand Central Station과 New York Public Library (42가 5번가)도 한번 볼만하지 않을까. 본인도 아직 안 가봤지만... 그리고 눈이 오는 날이라면 벽난로가 있는 오래된 빌리지 까페에서 바깥을 내다 보며 따뜻한 커피를 한잔 마셔도 좋을테고. 웬지 뉴욕과 겨울은 참 궁합이 잘 맞는 한쌍의 커플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