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하루

"형! 비가 너무와요. 이거 오늘 출발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뉴욕으로 출발하는 날은 출발부터 삐그덕 거렸다. 이삿짐 회사에 가서 한국으로 보낼 이삿짐을 마져 보내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보니 모든게 허전해 보였다. 짧지만은 않은 몇 년간의 미국생활을 정리할려니 더욱더 그러한 느낌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원래 플로리다를 거쳐서 뉴욕으로 해서 돌아 올려고 했지만 전날까지 내게 전화를 해서 당장 한국으로 돌아 오라는 엄마의 성화에 비행기 일정을 다시 조정해서 뉴욕만 돌아 보리라...

전화회사에 전화를 걸어 전화를 끊어 버리고 플로리다에 사는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 가지 못함을 알린후 나는 떠났다. 바로 뉴욕으로.........

그동안 늘 나의 곁에 있던 형에게 인사를 하면서 왜이리도 서로간에 서운한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형이 눈물을 흘리는건가.? 아무리 괜찮다고 나는 일주일만 있으면 돌아 오리라고 말을 했건만 형은 '자식아 그리고 곧 한국으로 가 버릴 거잖아'하면서 쫓기듯 차를 몰고 가 버렸다.

"......."

사람들이 관계를 맺기도 어렵지만 떼는 것은 더욱 어려운 것 같다. 정말로...

"형... 조심해서 잘 다녀올께 술 먹지 말고 잘 지내"

오후에 바로 출발 할려고한 나의 계획은 수포가 되어 버리고 어느덧 해는 지고 어둑 어둑 해지는데 눈까지 내리다니, 아~ 최악의 상황이구나. 더구나 내가 가야할 거리는 약 700 마일 가량 되는데....

일단 출발해서 일리노이를 벗어나 인디에나에 들어서니 벌써 졸립기 사작했다. 이거 차라리 자구서 내일 아침에 출발할 것을 했는데 싶다. 눈과 비가 섞여서 내리던 날씨가 인디에나를 들어서자 그냥 비로 바뀌고 주변에도 그리 눈은 보이지 않았다.

출발후 약 100마일 가량을 달린후 더 이상 운전이 불가능한것을 깨닫고는 1-2시간만 눈을 붙여 볼 요량으로 휴게소에 들려 잠시 잠을 청해보았다. 초행길이고 인적이 뜸한곳이라 무척이나 조심을 했지만 나는 이내 잠에 빠져 들어 버리고 내가 너무 많이 잤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해가 뜰려고 먼동이 터올 때였다.

"아이쿠~!"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부신 눈을 비비고 세수를 하고 다시 출발 하였다. 이럴줄 알았으면 아예 모텔같은곳에 가서 편히 자는 것인데. 따뜻한 물 그리고 포근한 이불이 그립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부지런히 동쪽으로 동으로 향했다. 시카고에서 뉴욕을 가는 길은 너무도 간단하다. 그냥 I80 라는 고속도로를 타고 동으로 동으로 향하면 된다.

마침내 인디애나를 벗어나 오하이오를 들어서자 길이 넓어지고 비싼 유료 도로가 나왔다. OHIO TURNPIKE는 왕복 6차선의 넓은 도로로 운전하기에 그만이었지만 늘상 조심해야 하는 것은 과속과 경찰이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경찰은 늘상 언덕 올라가는곳의 정상 부근에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나는 규정속도에서 5마일만 넘어간 속도로 달리시 시작했다. 나는 이미 두 번의 스피드 티켓이 있어서 이번에 한번 더 걸리면 정지이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정도 후에 나는 이곳을 떠난다. 하지만 모두가 지키자고 만들어 놓은 법이니 되도록 지켜야지.

이 속도에는 경찰이 잡지가 않는 것이 었다. 혹시나 미친척하고 달 리는 차가 나와주길 기대 했지만 아무리 달려 보아도 그런차는 나오지 않고 지루한 여행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얼마전 자동차 mpu를 reset하고 나서 오디오 비밀번호를 다시 입력하지 않아 무척이나 지루한 여행이 이다고 느끼고 나의 게이름을 탓하기에는 이미 늦어 버린 때였다. 그냥 달 리는 수밖에 없었다.

자동차는 좋아 하지만 장거리 운전은 하기 싫어 하는 나로서 장거리 여행이 무척 두려웠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4-5시간을 계속 운전을 할 수가 있었다는 내가 놀랍기 까지 하였다.

'아~~ 놀라워라!'

지겹게 직선으로만 뻣어 있던 오하이오를 벗어나자 이제는 구릉지대를 통과하는 산길, 바로 펜실베니아에 들어 선 것이다. 이제 거의 도착했다는 느낌에 갈길을 제촉해보지만 이곳은 오하이오 보다 더욱 지루한 운전의 연속이었다. 다만 몇 년동안 보지 못한 언덕과 산을 감상하면서(일리노이 주변은 완전한 FLAT)위안을 삼았을 뿐이다.

구릉지대 곳곳에 보이는 집들은 무얼 해먹고 사는가 하는 고전적인 물음에 노래를 해보기도 하고 중얼거려 보기도 하고 하지만 그때 뿐이다. 내가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고 먼길이다. 이제는 완전히 지쳤다고 느꼈을 때 지도를 살펴 보니 아직 150마일 가량을 더 달려야 한다는걸 깨닫고는 '아.. 이놈의 동네 정말 크네' 하는 한숨 뿐이었다.

해는 벌써 질려고 어둑 어둑 거리고 지칠줄 모르는 머나먼 길을 앞에둔 나는 순간 서글퍼 지기 까지 하였다. 이때 나는 문득.. '아 이런 지겨움도 이게 마지막일텐데..' 하는 위안을 해보는 편이 낳을 것 같았는지 자꾸만 아쉬운 생각들을 떠올려 보았다.

지난 몇 년동안 이리 저리 뛰어 다니고 나름대로 나의 삶을 즐기게 해주었던 미국 생활이 이렇게 정리가 되는구나. 정말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하게 돼고 다채로웠던 시간이었다. 아... 그렇구나...

만나고 헤어지고.... 처음 미국에 와서 내가 친구들에게 들은 말은 " enjoy your life " 였다. 그래.. 나는 왜 그동안 그리도 어렵게 세상을 살아 왔을까.? 내 그릇을 좁게 해놓고 큰 물을 담을려고 하니 늘 넘쳐났고 힘겨워 했던게 아닌가.. 아이참 너무 간단한 방법을 모르고 어렵게, 어렵게만 지내온 것이다. 그래 최소한 이곳에서 내가 내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알았으니 이건 커다란 선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펜실베니아와 뉴져지의 경계를 지나면서 이제 겨우 도착했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기름을 넣으려고 주유소 들어가 카드를 긁고 펌프를 뺄려고 하는데 저쪽에서 누군가 달려 온다.

"sorry for late"

"late what.?"

"....."

"I don't get it what are you talking about."

"ahhh~ this is full service station"

"gooooooooh~"

뉴져지는 전부다 풀서비스 주유소라고 한다. 얼마 있지도 않았던 시간 동안 나의 모든 생활 방식이 변해 버린 것인가? 누군가 기름을 넣어주는 그 순간이 왜 이리도 어색한지...

일리노이쪽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해 기름을 넣어주는 것은 보았어도 주 전체가 그런곳은 이곳이 처음이다. 여하튼 즐거운 마음으로 뉴져지에 들어 온 것이다. 아... 여기가 뉴져지구나.. garden state.? 별로 그런 느낌은 들지 않는다. home of lincoln에 링컨에 대한 흔적이 별로 없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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